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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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2월 20일 주일

[연중 제7주일]

오늘 전례

"이제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사람의 아들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 그리스도께서는 중풍 병자의 몸을 치유함으로써 그의 영혼도 함께 치유해 주십니다. 우리는 육신과 영혼을 함께 치유하러 오신 그리스도께 우리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하느님 아버지께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입당송

저는 당신 자비를 굳이 믿거늘, 주님의 도우심에 이 마음 크게 기쁘오리니, 갖은 은혜 베푸신 주님께 찬미 드리오리다.

본기도

전능하신 주 하느님, 저희가 언제나 성령께 귀 기울이게 하시어 주님의 뜻을 새기고 말과 행동으로 실천하게 하소서. 또한 이 희년에 저희가 아버지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성령께 순종하며 그리스도를 충실히 따라 살게 하여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말씀의 초대

"이런 일은 정말 처음 보는 일이다"(마르 2,12). 예수님께서 중풍 병자를 고치신 기적을 보고 가파르나움 사람들이 크게 놀라 보인 반응이다. 예수님께서 "죄를 용서받았다." 하신 말씀과 관련하여 율법 학자들은 분개한다. 그들은 죄를 용서하는 권한은 하느님께만 있기에 예수님께서 이 신적인 권한을 도용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마음을 자유롭게 하는 권한을 지니고 계심을 보여 주시고자 중풍 병자의 몸을 자유롭게 하셨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 앞에서 이러한 기적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우리도 가파르나움의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외적인 현상에만 놀라 열광하지 않을까? 그런 기회가 우리에게도 온다면 우리는 예수님께 고침을 받으려고 줄을 설 것이다. 그러나 죄를 용서받고자 그렇게 열성을 다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서는 쉽게 말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양심의 상태라든지 하느님과 형제들에 대한 사랑의 정도가 어떠한지에 대하여 진단을 받는다고 할 때에는 문제가 복잡하게 느껴지고 말씀 드리기에도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우리와 관련이 없는 일들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도 없고 얼마나 말도 잘 하는가? 그렇지만 정작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하느님과 이웃에게 저지르고 있는 잘못과 사랑의 약함을 고백하는 데에는 얼마나 큰 어려움을 느끼는지 모른다.
예수님께서는 단 두 푼의 약을 우리에게 주시러 오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바꾸러 오셨다. 그분께서는,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는, 하느님과 우리 그리고 우리와 이웃의 화해를 이루시려고 오신 분이시다. 이제까지 세상에서 볼 수 있었던 치유사들과는 완전히 다른 분이시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안에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시러 오신 분이시다. "보아라, 내가 이제 새 일을 시작하였다. 이미 싹이 돋았는데 그것이 보이지 않느냐?" (이사 43,19)

꿈은 깨지고 희망도 사라졌다. 언제나 고통 속에 후회만 할 뿐이다. 과거가 무겁게 느껴지지만 그 과거를 피해 도망갈 수는 없다. 하느님의 용서도 그 과거를 바꾸어 놓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새로운 의미를 주는 것이다. 후회는 제자리로 돌아가게 한다. 후회스러운 과거는 우리에게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게 한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종살이와 유배에서 해방하시어 형제들을 향하여 걷게 하시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하신다(제1독서).

그리스도인은 좋은게 좋다고 무비판적으로 "예"만을 말하는 뼈 없는 사람은 아니다. 그리스도인은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 하고 말하여야 한다. 오직 진실에 대해서만 "예" 하여야 한다. 우리는 '아멘'이신 (묵시 3,14)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만 "예"하고 응답하여야 한다. '아멘'은 확고한 바위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히브리 말이다. 예수님께서는 무너지지 않는 바위와 같은 분이시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예수님만이 행동 선택의 기준이다. 그리스도인은 세례를 통하여 또 다른 그리스도가 되었다. 그러기에 그리스도인은 다른 사람들이 딛고 설 수 있는 단단한 바닥이 되고 기댈 수 있는 확고한 기둥이 되어야 한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셨듯이 우리도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가 왔으며 거기에 이르는 모든 문이 열려 있다고 선포하셨다. 죄인들도 거기에 들어갈 수 있다. 이 사실을 확인시켜 주시고자 예수님께서는 죄인과 그를 단죄하는 사람들에게 병고 등의 불행은 죄에 대한 벌이 아님을 선언하신다. 죄는 결정적인 것이 아니다. 죄는 참된 회개와 참회를 통하여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느님 나라는 회개하는 이들에게 구원을 약속한다. 그러나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율법에 얽매어 고발자로 머물러 있다. 그들은 죄인의 변화보다는 제물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인다. 예수님께서는 병자를 고쳐 주시며 하느님 나라의 현존을 선포하신다. 하느님 나라의 현존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들은 예수님을 "'하느님을 모독한다."고 비난한다(복음).

제1독서

<네 죄악을 씻어 내 위신을 세워야겠다.>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43,18-19.21-22.24ㄴ-25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지나간 일을 생각하지 말라. 흘러간 일에 마음을 묶어 두지 말라. 보아라, 내가 이제 새 일을 시작하였다. 이미 싹이 돋았는데 그것이 보이지 않느냐? 내가 사막에 큰 길을 내리라. 광야에 한길들을 트리라.
내가 친히 손으로 빚은 나의 백성이 나를 찬양하고 기리리라.
야곱아, 너는 나를 찾지 않았다. 이스라엘아, 너는 나에게 정성을 쏟지 않았다.
너는 죄를 지어 나의 화를 돋우었고 불의를 저질러 나의 속을 썩였다. 네 죄악을 씻어 내 위신을 세워야겠다. 이 일을 나밖에 누가 하겠느냐? 너의 죄를 나의 기억에서 말끔히 씻어 버리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 주님, 저를 고쳐 주소서. 당신께 죄를 얻었나이다.

○ 복되다, 아쉬운 이와 가난한 이를 생각해 주는 이여, 불행한 날에 주님께서 그를 살려 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를 지켜 주시고, 생명을 주시고, 땅에서 복되게 하시며, 그 원수들의 뜻에다 아니 맡기시리라. ◎

○ 주님께서 그를 병상에서 붙들어 주시고, 그의 앓는 모든 병을 없애 주시리라. 나는 말하였노라. "주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저를 고쳐 주소서. 당신께 죄를 얻었나이다." ◎

○ 주님께서 저를 성하게 거두어 주시오리다. 영원토록 당신 앞에 저를 두시오리다. 찬미 받으소서.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 영원에서 영원까지. 아멘, 아멘. ◎

제2독서

<예수는 이랬다저랬다 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에게는 언제나 진실이 있을 따름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고린토 2서 말씀입니다. 1,18-22

형제 여러분, 내가 하느님의 진실성을 걸고 맹세하거니와 여러분에게 한 내 약속은 이랬다저랬다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바노와 디모테오와 내가 여러분에게 선포한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이랬다저랬다 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에게는 언제나 진실이 있을 따름입니다.
하느님의 모든 약속이 그리스도를 통해서 그대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느님을 찬양하며 "아멘"하고 응답합니다.
그리스도를 통해서 여러분과 우리를 굳세게 해 주시고 우리에게 기름을 부어 사명을 맡겨 주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사람으로 확인해 주셨고 그것을 보증하는 표로 우리의 마음에 성령을 보내 주셨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알렐루야.

○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묶인 이들에게 해방을 알리게 하셨도다.

◎ 알렐루야.

복음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사람의 아들에게 있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1-12

며칠 뒤에 예수께서는 가파르나움으로 가셨다. 예수께서 집에 계시다는 말이 퍼지자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마침내 문 앞에까지 빈틈없이 들어섰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계셨다.
그 때 어떤 중풍 병자를 네 사람이 들고 왔다. 그러나 사람들이 너무 많아 예수께 가까이 데려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예수가 계신 바로 위의 지붕을 벗겨 구멍을 내고 중풍 병자를 요에 눕힌 채 예수 앞에 달아 내려보냈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너는 죄를 용서 받았다."하고 말씀하셨다.
거기 앉아 있던 율법 학자 몇 사람이 속으로 "이 사람이 어떻게 감히 이런 말을 하여 하느님을 모독하는가? 하느님말고 누가 죄를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하며 중얼거렸다.
예수께서 그들의 생각을 알아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너희는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느냐? 중풍 병자에게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하는 것과 '일어나 네 요를 걷어 가지고 걸어가거라.'하는 것과 어느 편이 더 쉽겠느냐? 이제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사람의 아들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 그리고 나서 중풍 병자에게 "내가 말하는 대로 하여라. 일어나 요를 걷어 가지고 집으로 가거라." 하고 말씀하셨다.
중풍 병자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벌떡 일어나 곧 요를 걷어 가지고 나갔다. 그러자 모두들 몹시 놀라서 "이런 일은 정말 처음 보는 일이다."하며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기도

주님, 이 신비로운 제사를 정성껏 거행하며 간절히 청하오니, 주님의 영광을 위하여 봉헌하는 이 예물이 저희 구원에 도움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영성체송

주님, 몸소 하신 장한 일을 다 전하오리다. 주님 두고 기뻐하며 춤추오리니, 지존하신 주님의 이름 찬송하리다.

영성체 후 묵상

지금 눈앞에서 중풍 병자가 치유되고 오그라든 손이 펴지는 기적이 일어난다면 앞 다투어 자신의 병을 고치려고 할 것입니다. 죄를 용서받기 위하여 우리는 그만큼 서두르고 있습니까? 이제 우리는 영혼을 치유해 주시는 주님께 서둘러 달려가야 할 때입니다.

영성체 후 기도

전능하신 하느님, 이 거룩한 미사에서 저희가 성체로 구원의 보증을 받았사오니, 실제로 그 구원을 얻게 하소서. 우리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