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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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2월 27일 주일

[연중 제8주일]

오늘 전례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혼인 잔치의 신랑으로 비유하시며 당신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분명히 밝히십니다. 우리는 오늘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해 주시는 예수님의 혼인 잔치에 온전하고 합당한 마음으로 참석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하겠습니다.

입당송

주님께서는 제 버팀이 되셨나이다. 넓으나 넓은 들로 저를 끌어 내시고, 사랑하시기에 저를 구해 주셨나이다.

본기도

주님, 이 세상은 정의와 평화를 누리게 하시고, 교회는 자유로이 주님을 섬길 수 있게 하소서. 또한 이 희년에 저희가 아버지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성령께 순종하며 그리스도를 충실히 따라 살게 하여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말씀의 초대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은 새로운 제자들이 어떻게 천 조각을 대고 기운 헌 옷을 입을 수 있겠는가? 회개한 사람에게는 거기에 알맞은 행동이 따라야 한다. 신랑이 선포한 완전히 새로운 삶 앞에서 옛 관습에 젖어든 사람들은 그 새로움을 보지 못하고 겉모습만 볼 뿐이다.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의 제자들은 단식을 하는데 선생님의 제자들은 왜 단식을 하지 않습니까?"(요한 2,18) 관습을 깨뜨리는 행위는 그 관습을 믿고 받드는 사람들 편에서 보면 완전 반역이다. 이제 예수님께서 사람들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시는지 보도록 하자.
예수님께서는 그 때는 단식할 때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하신다. 신랑이 함께 있을 때에 단식하는 것은 정말 적절하지 못하다. 뿐만 아니라 구원의 기쁜 소식이 선포되고 아무도 제외시키지 않고 날마다 빵을 나누는 자리에서 슬픈 얼굴을 하고 단식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느님께서 인류를 위하여 잔치를 준비하셨다. 예수님의 답변은 매우 단순하다. 그분께서 신랑임을 알아보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답변이다. 예수님의 오심과 함께 시작된 새로움을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그럴 때에만 "새 부대에 새 술을"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다. "하느님말고 누가 죄를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마르 2,7) 하고 물었던 사람들이 오늘은 "하느님말고 누가 스스로 신랑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하고 의문을 갖는다.
단순하고 확실한 답변에 이어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러나 이제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온다. 그 때에 가서는 그들도 단식을 하게 될 것이다."(마르 2,20). 그것은 그리스도를 기다리고 있는 폭력적인 운명을 암시한다. 이 운명에 대하여 복음서의 저자는 조금 뒤에(마르 3,6) 다시 한번 언급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도 부대도 다 버리게 된다"는 말씀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늘날 그런 사람들은 없는가?

우리 그리스도인은 사람들에게서 "비종교인들보다도 못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백성의 어머니인 교회가 복음에 충실하지 못할 때가 많다. 오히려 완전히 역행하는 때도 있다. 옛 계약의 어머니인 이스라엘도 이러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예언자는 하느님께서는 우리보다 크시고 자비로우신 분임을 알고 있다. 유배의 고통을 겪고 나서 이스라엘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언제까지나 당신 백성을 참된 회개로 이끄시는 하느님을 알아보게 되었다(제1독서).

소개장, 증명서는 오늘 생겨난 것이 아니다. 바오로 사도도 자신의 권위와 사도 칭호에 관하여 논쟁을 벌였다. 고린토 사람들은 사도에게 신임장을 요구했다. 이에 대하여 바오로 사도는 "여러분 자신들이 바로 나의 소개장입니다. 여러분의 교회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세워지고, 여러분이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고 살고 있다면 내가 하는 일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 아니라 살리는 일이라는 것을 알겠기 때문입니다." 하고 대답한다. 나무는 열매로 심판받는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종교에 새로운 영역을 여신다. 거기에서는 무엇을 지켜야 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를 가지고 논쟁하지 않는다. 그러한 논쟁은 이미 끝났다. 그 곳의 기준은 단 한 분 그리스도이시다. 그분
안에서 모든 것이 새로워지고 영원하다. 그리스도의 새로움은 어떤 관습이나 예식들을 재해석하고 정리하거나 복원하는 차원의 것이 아니다. 예수님께서는 성령을 받아 삶의 틀을 완전히 새롭게 짜라고 촉구하시는 것이다(복음).

제1독서

<너와 나는 약혼한 사이, 우리 사이는 영원히 변할 수 없다.>
¶ 호세아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2,16ㄴ.17ㄴ. 21-22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제 나는 빈 들로 나가 사랑을 속삭여 주리라. 그제야 내 사랑이 그 마음에 메아리치리라. 에집트에서 나오던 때, 한창 피어나던 시절같이.
너와 나는 약혼한 사이. 우리 사이는 영원히 변할 수 없다. 나의 약혼 선물은 정의와 공평, 한결같은 사랑과 뜨거운 애정이다. 진실도 나의 약혼 선물이다. 이것을 받고 주님인 나의 마음을 알아 다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 주님께서는 너그러우시고 자비로우시도다.

○ 주님을 찬양하여라, 내 영혼아. 내 안의 온갖 것도 그 이름 찬양하여라. 내 영혼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당신의 온갖 은혜 하나도 잊지 말아라. ◎
○ 네 모든 죄악을 용서하시고, 네 모든 아픔을 낫게 하시니, 죽음에서 네 생명 구하여 내시고, 은총과 자비로 관을 씌워 주시는분. ◎
○ 주님께서는 너그러우시고 자비로우시며, 분노에 더디시고 매우 인자하시도다. 죄대로 우리를 다루지 않으시고, 우리의 악대로 갚지도 않으시니. ◎
○ 동녘이 서녘에서 사이가 먼 것처럼, 우리가 지은 죄를 멀리하여 주시도다. 아비가 자식을 어여삐 여기듯이, 주님께서는 그 섬기는 자들을 어여삐 여기시도다. ◎

제2독서

<여러분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시켜 써 보내신 소개장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고린토 2서의 말씀입니다. 3,1ㄴ-6

형제 여러분, 어떤 사람들처럼 우리가 소개장을 가지고서야 여러분을 찾아갈 수 있단 말입니까? 또 다른 데로 갈 때에도 여러분의 소개장이 있어야 한단 말입니까? 여러분 자신들이 바로 우리의 마음에 새겨져 있는 소개장이 아닙니까? 그것은 누구에게나 다 통하고 누구든지 읽을 수 있는 소개장입니다. 여러분은 분명히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시켜 써 보내신 소개장입니다. 이 소개장은 먹으로 쓴 것이 아니라 살아 계신 하느님의 성령으로 쓴 것이며 석판에 새겨진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마음 속에 새겨진 것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느님을 굳건히 믿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우리 자신에게서 났다고 내세우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그런 자격을 주셔서 우리로 하여금 당신의 새로운 계약을 이행하게 하셨을 따름입니다. 이 계약은 문자로 된 것이 아니고 성령으로 된 것입니다. 문자는 사람을 죽이고 성령은 사람을 살립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알렐루야.

○ 아버지께서 뜻을 정하시고, 진리의 말씀으로 우리를 낳으셨으니 우리는 그분 피조물의 첫 열매가 되었도다.

◎ 알렐루야.

복음

<신랑이 친구들과 함께 있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18-22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단식을 하고 있던 어느 날, 사람들이 예수께 와서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의 제자들은 단식을 하는 데 선생님의 제자들은 왜 단식을 하지 않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잔칫집에 온 신랑 친구들이 신랑이 함께 있는 동안에야 어떻게 단식을 할 수 있겠느냐? 신랑이 함께 있는 동안에는 그럴 수 없다. 그러나 이제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온다. 그 때에 가서는 그들도 단식을 하게 될 것이다.
낡은 옷에 새 천 조각을 대고 깁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하면 낡은 옷이 새 천 조각에 켕겨 더 찢어지게 된다. 또 낡은 가죽 부대에 새 포도주를 넣는 사람도 없다. 그렇게 하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도 부대도 다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기도

하느님, 봉헌할 예물을 마련해 주시고, 봉헌된 예물은 저희 정성으로 돌리시니 저희 공로를 더해 주는 이 예물로써 저희가 기쁨을 상으로 받게 하소서. 우리 주....

영성체송

갖은 은혜 베푸신 주님께 찬미 드리오리다.

영성체 후 묵상

주님의 말씀이 생동감 넘치게 가슴에 와 닿으며 삶에 기쁨이 넘쳐 나고 있습니까? 자신의 신앙 생활을 되돌아보며,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주님의 말씀에 따라 진정 회개하는 마음으로 우리 자신을 새롭게 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자비로우신 주님, 주님께서는 성체로 이 세상에서 저희를 길러 주시니, 이 성체로써 저희가 영원한 생명을 얻어, 주님과 완전히 하나 되게 하소서. 우리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