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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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3월 26일 주일

[사순 제3주일]

오늘 전례

예수님께서는 성전에서 장사꾼들을 모두 내쫓아 버리십니다. "다시는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 이러한 예언적인 행위를 부활에 비추어 보면, 종교적 혁명이라 할 수 있는 기쁜 소식으로 드러납니다. 이제는 하느님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가 성전만은 아닙니다. 그 만남의 자리는 부활하신 주님의 인격입니다. 예수님의 그러한 행동은 우리를 일깨워 하느님의 소리를 듣게 하고, 새로운 생명과 자유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입당송

제 발을 올무에서 뽑아 주시기에, 언제나 저의 눈은 주님을 향하여 있나이다. 저를 굽어보시고 불쌍히 여기소서. 외롭고 가난한 이 몸이오이다.

본기도

온갖 선의 원천이시고 자비로우신 하느님, 저희가 행하는 단식과 기도와 자선을 보시고 저희 죄를 씻어 주시기로 하셨으니, 진심으로 뉘우치는 저희를 굽어보시고, 죄에 짓눌려 있는 저희를 무한하신 자비로 일으켜 주소서. 또한 이 희년에 저희가 아버지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성령께 순종하며 그리스도를 충실히 따라 살게 하여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말씀의 초대

예수님께서는 장사꾼들과 환금상들을 성전에서 내쫓으셨다. 그들의 돈을 땅에 던지시고 짐승들을 밖으로 내쫓으시며 그들의 상을 둘러엎으셨다. 왜 이처럼 격한 반응을 보이셨을까? 요한은 시편의 한 구절을 인용하여 그 이해의 열쇠를 제공하고자 한다. "당신 전당에의 열성에 저는 불타리이다."(시편 68,10). 다른 사람들에게는 폭력처럼 보이지만 예수님께는 하느님께 대한 열정적인 사랑의 표현이다. 성서는 자주 주님을 타협하지 않으시는 질투의 하느님으로 표현한다. 예수님의 분노는 그 하느님의 질투와 같은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종교를 개혁하고자 하시며, 하느님께서 거처하시는 장소에 대한 당신의 열정적인 사랑을 드러내신다.
십계명은 비록 당대의 다른 백성에게 이미 널리 지켜지고 있었던 것이고, 사회 정의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 법령을 수집한 것일지라도 하느님께서 히브리 백성과 맺으신 계약을 기억하게 한다. 이 계약은 쌍무적이며 또한 독점적인 계약이다. 계약의 준수를 약화시키는 어떤 타협이나 도피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십계명은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사람들과 맺으실 더 완전한 계약의 표징일뿐이다. 그 결정적인 계약은 직접 하느님과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사랑의 법으로 조인되는 것이다(제1독서).

히브리인들은 기적을 행하여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실 하느님을 원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침묵하신다. 그리스인들은 세상을 조화롭게 하시는 하느님을 원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고통과 죽음을 선택하신다. 이러한 예수님께서는 이 모든 이에게 장애가 되신다. 오늘도 사람들은 그들을 성공으로 이끄시며 모든 것을 설명해 주고 확실하게 하시는 하느님을 강력히 요구한다. 교회도 흔히 자신의 가난과 연약함을 두려워하여 권세와 안전으로 도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성찬례 안에서 그리스도의 '파멸'에 참여한다(제2독서).

돌로 된 성전은 곧 쓸모없게 될 것이다. 어떤 특정한 장소가 더 이상 하느님의 현존을 제한하지 못할 것이다. 바로 예수님께서 언제나 모든 곳에서 모든 이를 위한 하느님의 현존이 되실 것이다. 부활은 그리스도의 몸을 성령의 자리가 되게 하고, 인간은 그 몸 안에서 충만하게 될 것이다. 이 성전이야말로 돈 때문에 타락하지 않는 지성소이고 하느님의 거룩함의 상징이다. 더 나아가 이 성전은 많은 사람들을 견고한 신앙으로 이끄는 길이 될 것이다.그것은 요한 복음 다음 장에서 만나게 될 세 사람의 길,곧 니고데모의 길이고 사마리아 여인의 길이며 고관의 길이 된다(복음).

제1독서

<우리는 모세에게 율법을 받았다(요한 1,17).>
¶ 출애굽기의 말씀입니다. 20,1-17<또는 20,1-3.7-8.12-17> 짧은 독서를 할 때에는 <>부분을 생략한다.

이 모든 말씀은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나는 너희의 주 하느님이다. 바로 내가 너희를 에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 낸 하느님이다.
너희는 내 앞에서 다른 신을 보시지 못한다.
<너희는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 위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속에 있는 어떤 것이든지 그 모양을 본떠 새긴 우상을 섬기지 못한다. 그 앞에 절하며 섬기지 못한다. 나는 너희의 주 하느님, 질투하는 신이다. 나를 싫어하는 자에게는 아비의 죄를 그 후손 삼대에까지 갚는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여 나의 명령을 지키는 사람에게는 그 후손 수천 대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은 사랑을 베푼다.>
너희는 너희 주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 주님은 자기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자를 죄 없다고 하지 않는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켜라. <엿새 동안 힘써 네 모든 생업에 종사하고 이렛날은 너희 주 하느님 앞에서 쉬어라. 그 날 너희는 어떤 생업에도 종사하지 못한다. 너희와 너희 아들딸, 남종 여종뿐 아니라 가축이나 집 안에 머무는 식객이라도 일을 하지 못한다. 주님께서 엿새 동안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드시고 이레째 되는 날 쉬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님께서 안식일을 축복하시고 거룩한 날로 삼으신 것이다.>
너희는 부모를 공경하여라. 그래야 너희는 너희 주 하느님께서 주신 땅에서 오래 살 것이다.
살인하지 못한다. 간음하지 못한다. 도둑질하지 못한다. 이웃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을 못한다.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못한다. 네 이웃의 아내나 남종이나 여종이나 소나 나귀 할 것 없이 네 이웃의 소유는 무엇이든지 탐내지 못한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 주님,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당신께 있나이다.

○ 주님의 법은 완전하여 생기를 도와 주고, 주님의 법은 건실하여 둔한 자를 가르치도다. ◎

○ 주님의 계명은 올바르니 마음을 즐겁게 하고, 주님의 법은 환하니 눈을 밝혀 주도다. ◎

○ 주님을 경외함은 순전하니 영원히 남고, 주님의 판단은 참다우니 모두 다 옳도다. ◎

○ 금보다 순금보다 더 바람직하고, 꿀보다 진꿀보다 더욱 달도다. ◎

제2독서

<우리는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렸다는 것은 사람들에게는 비위에 거슬리는 일이나,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지혜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고린토 1서 말씀입니다. 1,22-25

형제 여러분, 유다인들은 기적을 요구하고 그리스인들은 지혜를 찾지만 우리는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선포할 따름입니다.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렸다는 것은 유다인들에게는 비위에 거슬리고 이방인들에게는 어리석게 보이는 일입니다. 그러나 유다인이나 그리스인이나 할 것 없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그가 곧 메시아이시며 하느님의 힘이며 하느님의 지혜입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 사람의 눈에는 어리석어 보이지만 사람들이 하는 일보다 지혜롭고, 하느님의 힘이 사람의 눈에는 약하게 보이지만 사람의 힘보다 강합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그리스도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 하느님께서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시어 당신 외아들을 보내 주셨으니 그를 믿는 이는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으리라.

◎ 그리스도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복음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13-25

유다인들의 과월절이 가까워지자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에 올라가셨다. 그리고 성전 뜰에서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장사꾼들과 환금상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밧줄로 채찍을 만들어 양과 소를 모두 쫓아 내시고 환금상들의 돈을 쏟아 버리며 그 상을 둘러엎으셨다. 그리고 비둘기 장수들에게 "이것들을 거두어 가라. 다시는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하고 꾸짖으셨다. 이 광경을 본 제자들의 머리에는 '하느님, 하느님의 집을 아끼는 내 열정이 나를 불사르리이다.'하신 성서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 때에 유다인들이 나서서 "당신이 이런 일을 하는데, 당신에게 이럴 권한이 있음을 증명해 보시오. 도대체 무슨 기적을 보여 주겠소?" 하고 예수께 대들었다.
예수께서는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하고 대답하셨다.
그들이 예수께 "이 성전을 짓는 데 사십육 년이나 걸렸는데, 그래 당신은 그것을 사흘이면 다시 세우겠단 말이오?' 하고 또 대들었다.
그런데 예수께서 성전이라 하신 것은 당신의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제자들은 예수께서 죽었다가 부활하신 뒤에야 이 말씀을 생각하고 비로소 성서의 말씀과 예수의 말씀을 믿게 되었다.
예수께서는 과월절을 맞아 예루살렘에 머무르시는 동안 여러 가지 기적을 행하셨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예수를 믿게 되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마음을 주지 않으셨다. 그것은 사람들을 너무나 잘 아실 뿐만 아니라 누구에 대해서도 사람의 말은 들어 보실 필요가 없으셨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사람의 마음 속까지 꿰뜷어 보시는 분이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기도

주님, 이 제사를 굽어보시어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도 형제들을 용서하게 하소서. 우리 주.....

영성체송

참새도 집이 있고, 제비도 새끼 두는 둥지가 있사와도 제게는 당신의 제단이 있나이다. 만군의 주님, 저의 임금님, 저의 하느님. 주님, 당신의 집에 사는 이는 복되오니, 길이길이 당신을 찬미하리이다.

영성체 후 묵상

부활은 성전 정화의 보증입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로 유다인들의 민족주의적이고 배타적인 종교관은 예수 그리스도의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복음으로 대치되었습니다. 우리는 성당 안에서만이 아니라 삶 전체를 바쳐 하느님과 이웃을 섬겨야 합니다. 진정으로 회개하며 살아감으로써 낡은 관습을 정화시켜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를 증언하여야 하겠습니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지상에서 이미 천상 양식을 받고 간절히 바라오니, 저희가 거행하는 이 성사의 신비를 매일 실천하며 살게 하소서. 우리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