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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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4월 2일 주일

[사순 제4주일]

오늘 전례

밤중에 예수님을 만나로 온 니고데모는 빛을 찾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그렇듯이 그는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은총 앞에서도 신앙의 도약을 주저합니다. 우리는 십자가 위에 매달리신 사람의 아들에게서 하느님의 사랑을 충분히 볼 수 있습니다. 십자가는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는 표징입니다. 십자가와 부활은 바로 하느님 사랑의 신비입니다.

입당송

예루살렘아, 즐거워하여라. 그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아, 모여라. 슬픔에 잠겼던 이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기뻐 뛰며 위로의 젖을 흠뻑 마셔라.

본기도

말씀이신 성자를 통하여 인류를 구원하신 하느님, 주님의 백성이 가까이 다가온 부활 축제를 믿음과 정성으로 기다리며 기뻐하게 하소서. 또한 이 희년에 저희가 아버지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성령께 순종하며 그리스도를 충실히 따라 살게 하여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말씀의 초대

니고데모는 예수님과 나누는 대화 후반부에서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요한복음서의 이 부분은 여전히 니고데모 그리고 그와 같은 의문을 지닌 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니고데모는 밤중에 예수님을 찾아가 빛을 발견한다. 이제 그는 어둠에서 떨어져 나와 진리를 따라 살면서 이 빛에 온전히 자신을 열어 보여야 한다(3,21). 어둠과 빛의 현실 앞에서 니고데모는 우리처럼 망설이고 있다. 하느님의 선물에 자신을 개방할 것인가, 또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믿음의 도약을 시도할 것인가?

예루살렘의 멸망은 예언자들의 입을 통하여 자주 하느님께로부터 거부당한 상징으로 표현된다. 이스라엘은 반복해서 이웃 민족들의 풍습을 따라 하느님도 아닌 우상의 영광을 찾았다. 이스라엘은 강대국이 아니다. 하느님을 믿고 살아야 한다. 이스라엘은 강대국들을 흉내낼 때 그들의 전리품이 될 뿐이다(제1독서).

참된 사랑은 교환의 논리를 거부한다. 참된 사랑은 조건 없는 것이고 그 대가로 사랑받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부당할지라도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표징이시다. 사순시기의 참된 회개는 그리스도 안에서 아버지께서 베푸시는 무상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계산하지 않는 순수한 믿음으로 응답하는 데에 있다(제2독서).

니고데모는 다른 모든 히브리인처럼 정의를 세우고 권능으로 세상을 심판하실 그런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심판하시기보다 심판받으시고, 단죄하시기보다 구원하시려고 하늘에서 오신 메시아로 당신을 드러내신다. 참된 심판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저마다 하느님의 진리와 맺는 관계에서 온다(복음).

제1독서

<이스라엘 백성의 귀양과 해방으로 주님의 분노와 자비가 나타난다.>
¶ 역대기 하권의 말씀입니다. 36,14-16.19-23

그 무렵 유다 나라 대신들과 사제들과 백성들도 다른 민족들의 역겨운 풍속을 따라 점점 더 주님께 반역하며 주님께서 거룩하게 당신의 것으로 삼으신 예루살렘 성전을 더럽혔다. 그들의 선조들의 주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백성과 당신께서 계실 그 곳을 구원하실 뜻으로 특사들을 다시금 보내어 경고하셨다. 그러나 사람들은 하느님의 특사들을 조롱하였다. 그의 말이면 무조건 비웃었다. 보내신 예언자들을 놀림감으로 삼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주님으로 하여금 돌이킬 수 없는 분노를 터뜨리시게 하고 말았다.
하느님의 성전을 불살랐고 예루살렘 성을 허물었으며 궁궐들을 불살라 버리고 거기에 있던 값진 것을 모조리 부수어 버렸다. 느부갓네살은 칼에 맞아 죽지 않고 살아남은 자들을 바빌론으로 붙잡아다가 페르샤 시대가 되기까지 대대로 종으로 부렸다. 이리하여 이 땅은 긴 세월 동안 황페되어, 밀렸던 안식을 다 찾아 누리며 칠십 년을 채우리라고 주님께서 예레미야를 시켜 하신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졌다.
페르샤 황제 고레스 제일년이었다. 주님께서는 일찍이 예레미야를 시켜 하신 말씀을 이루시려고 페르샤 황제 고레스의 마음을 움직이셨다. 그래서 고레스는 아래와 같은 칙령을 내리고 그것을 적은 칙서를 전국에 돌렸다. "페르샤 황제 고레스의 칙령이다. 하늘을 내신 주 하느님께서는 세상 모든 나라를 나에게 맡기셨다. 그리고 유다 나라 예루살렘에 당신의 성전을 지을 임무를 나에게 지워 주셨다. 그 주 하느님께서 너희 가운데 있는 당신의 모든 백성과 함께하시기를 빈다. 누구든지 원하는 자는 돌아가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 내가 만일 예루살렘 너를 생각 않는다면, 차라리 내 혀가 입천장에 붙어라.

○ 바빌론 강 기슭 거기에 앉아 시온을 생각하며 눈물졌노라. 언덕의 수양버들 나뭇가지에, 우리의 수금을 걸어 두었노라. ◎

○ 우리를 잡아갔던 그 사람들이, 노래를 거기서 부르라 하고, 우리를 괴롭히던 그 사람들이, 신명을 내어 보라 조르면서, "시온의 노래를 한 가락 들려 달라."하였도다. ◎

○ 우리 어찌 주님의 노래를, 남의 나라 땅에서 부를까 보냐. 내가 만일 예루살렘, 너를 잊는다 하면, 내 오른손 그 솜씨도 잊혀져라. ◎

○ 내가 만일 예루살렘 너를 생각 않는다면, 으뜸가는 기쁨으로 내가 삼지 않는다면, 차라리 내 혀가 입천장에 붙어라. ◎

제2독서

<잘못을 저지르고 죽었던 여러분은 은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에페소서 말씀입니다. 2,4-10

형제 여러분, 한없이 자비스러우신 하느님께서는 그 크신 사랑으로 우리를 사랑하셔서 잘못을 저지르고 죽었던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려 주셨습니다. 여러분은 이렇듯 은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그리스도 예수와 함께 살리셔서 하늘에서도 한자리에 앉게 하여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은총이 얼마나 풍성한지를 앞으로 올 모든 세대에 보여 주시려고 그리스도 예수를 통하여 이렇게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여러분이 구원을 받은 것은 하느님의 은총을 입고 그리스도를 믿어서 된 것이지 여러분 자신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닙니다. 이 구원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이렇게 구원은 사람의 공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도 자기 자랑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작품입니다. 곧 하느님께서 미리 마련하신 대로 선한 생활을 하도록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창조하신 작품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말씀이신 그리스도님, 찬미 받으소서.

○ 하느님께서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시어 당신 외아들을 보내 주셨으니, 그를 믿는 이는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으리라.

◎ 말씀이신 그리스도님, 찬미 받으소서.

복음

<하느님이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아들을 시켜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것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3,14-21

그 때에 예수께서 니고데모에게 말씀하셨다.
"구리뱀이 광야에서 모세의 손에 높이 들렸던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높이 들려야 한다. 그것은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려는 것이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여 주셨다. 하느님이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단죄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아들을 시켜 구원하시려는 것이다. 그를 믿는 사람은 죄인으로 판결받지 않으나 믿지 않는 사람은 이미 죄인으로 판결을 받았다. 하느님의 외아들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빛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자기들의 행실이 악하여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했다. 이것이 벌써 죄인으로 판결받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과연 악한 일을 일삼는 자는 누구나 자기 죄상이 드러날까봐 빛을 미워하고 멀리한다. 그러나 진리를 따라 사는 사람은 빛이 있는 데로 나아간다. 그리하여 그가 한 일은 모두 하느님의 뜻을 따라 한 일이라는 것이 드러나게 된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기도

주님, 이 예물을 기쁜 마음으로 바치는 저희가,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이 제사를 정성껏 드리게 하소서. 우리 주.....

영성체송

너 예루살렘은 그 짜임새 멋지게 이룩된 도성. 지파들이, 주님의 지파들이 저기 올라가도다, 주님의 이름을 찬양하러.

영성체 후 묵상

영원한 생명의 복음을 들으면서도, 우리는 이 세상에서 끝없이 되풀이되는 비극을 보고 듣고, 겪고 있습니다. 어찌하여 하느님께서는 그토록 처참한 피와 눈물, 증오를 외면하십니까? 그 수많은 물음에 하느님의 대답은 들리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대답은 오로지 십자가에 못박히신 하느님 자신입니다. 믿음으로 그분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곧 어둠을 벗어나 빛을 향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영성체 후 기도

이 세상 모든 사람을 밝혀 주시는 하느님, 은총의 광채로 저희 마음도 밝혀 주시어, 언제나 주님 뜻에 맞는 것을 생각하며 주님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게 하소서. 우리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