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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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4월 9일 주일

[사순 제5주일]

오늘 전례

그리스도의 때, 이 세상을 떠나 높이 매달려 큰 영광을 받고 모든 사람을 당신께 끌어 모으실 그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세상의 부질없는 현실이 모두 뒤엎어지는 시간입니다. 모든 것은 정반대의 뜻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죽음은 삶을 의미하고 실패는 승리를 뜻합니다. 살려고 발버둥쳐 봐야 죽음에 이를 뿐이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비로소 영원한 생명을 얻습니다. 씨앗은 땅에 떨어져 썩어야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입당송

하느님, 저의 옳음을 판단하소서. 매정한 백성을 거슬러 제 송사를 두둔하시고, 악하고 간사한 자에게서 저를 구하소서. 하느님, 당신께서는 제 굳센 힘이시오이다.

본기도

주 하느님, 성자께서 죽기까지 세상을 사랑하셨으니, 저희도 그 사랑 안에서 기쁘게 살아가게 하소서. 또한 이 희년에 저희가 아버지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성령께 순종하며 그리스도를 충실히 따라 살게 하여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말씀의 초대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입성하신 뒤에 "모든 사람이 다 그를 따라가고 있지 않습니까?' 하고 곤혹스럽게 증언하고 있다(요한 12,19). 예수님을 "뵈오려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리스 사람들도 있었다. 여기에서 그리스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찾은 많은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들을 대변한다. 그리스 사람들에게 필립보와 안드레아가 중재를 맡았듯이 우리는 성실하게 예수님을 찾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 "예수님을 뵙게 하여 주십시오." 이것이 바로 우리의 기도이다. 히브리인들이 시나이 계약에 충실하지 못함으로써 새로운 노예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충실하시어 당신의 백성을 모른 체하지 않으신다. 히브리 사람들이 유배와 새로운 탈출을 체험하였을 때, 예레미야 예언자는 하느님께서 이 백성과 맺으실 새로운 계약을 미리 알려 준다. 그 계약은 더 이상 세세한 법의 제정을 강요하지 않고, 오히려 각자의 책임으로 맡겨진다. 이제 종교는 석판이 아닌 사람의 마음 속에 새겨지는, 하느님의 법임이 밝혀진다(제1독서).

게쎄마니의 고통은 우리에게 번민에 싸여 고통받는 한 인간을 보여 준다. "아버지, 이 시간을 면하게 하여 주소서." 이 번민의 밤에 그리스도께서는 새로워진 인류의 으뜸이 되시고 사제가 되셨다. 하느님께서는 또한 모든 그리스도인을 당신의 자녀, 곧 그리스도처럼 다른 사람들을 위한 사람들이 되라고 부르신다. 그리스도처럼 심한 고통의 순간들을 맞게 될지라도 인류의 고통을 짊어지라고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인들을 부르신다(제2독서).

에수님께서는 살려면 죽어야 한다는 복음의 역설을 말씀하신다. 죽음의 승리자가 된다는 것은 죽음을 견디어 내며 자신을 내맡기는 것이다. 개선의 시간은 심한 고통의 시간이다. 산다는 것은 죽는 것이다. 목숨을 아낀다는 것은 목숨을 잃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더 깊은 재발견의 의미를 깨우쳐 주신다. 분해되어 없어져 버리려고 죽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열매를 맺으려고 죽는다. 요한에게 절망적인 성금요일은 없다. 그러기에 그에게 십자가에 달린다는 것은 영광을 향하여 나아가는 것을 뜻한다(복음).

제1독서

<나는 새 계약을 맺고 잘못을 기억하지 아니하리라.>
¶ 예레미야서의 말씀입니다. 31,31-34

앞으로 내가 이스라엘과 유다의 가문과 새 계약을 맺을 날이 온다. 주님이 말한다. 이 새 계약은 그 백성의 조상들의 손을 잡아 이집트에서 데려 내오던 때에 맺은 것과는 같지 않다. 나는 그들을 내 것으로 삼았지만, 그들은 나와 맺은 계약을 깨뜨리고 말았다. 귀담아들어라.
그 날 내가 이스라엘 가문과 맺을 계약이란 그들의 가슴에 새겨 줄 내 법을 말한다. 내가 분명히 말해 둔다. 그 마음에 내 법을 새겨 주어,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그들은 내 백성이 될 것이다.
내가 그들의 잘못을 다시는 기억하지 아니하고 그 죄를 용서하여 주리니, 다시는 이웃이나 동기끼리 서로 깨우쳐 주며 주님의 심정을 알아 드리고자 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이나 내 마음을 모르는 사람이 없으리라. 이는 내 말이라, 어김이 없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 하느님,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소서.

○ 하느님, 자비하시니,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애련함이 크오시니, 저의 죄를 없이하소서. 제 잘못을 말끔히 씻어 주시고, 제 허물을 깨끗이 없애 주소서. ◎

○하느님,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제 안에 굳센 정신을 새로 하소서. 당신의 면전에서 저를 내치지 마옵시고, 당신의 거룩한 얼을 거두지 마옵소서. ◎

○ 당신 구원 그 기쁨을 제게 도로 주시고, 정성된 마음을 도로 굳혀 주소서. 악인들에게 당신의 길을 가르치오리니, 죄인들이 당신께 돌아오리이다. ◎

제2독서

<복종하는 것을 배우신 예수께서 영원한 구원의 주관자가 되셨습니다.>
¶ 히브리서의 말씀입니다. 5,7-9

예수께서는 인간으로 이 세상에 계실 때에 당신을 죽음에서 구해 주실 수 있는 분에게 큰 소리와 눈물로 기도하고 간구하셨고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경외하는 마음을 보시고 그 간구를 들어 주셨습니다. 예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이셨지만 고난을 겪음으로써 복종하는 것을 배우셨습니다. 그리고 완전하게 되신 후에 당신에게 복종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셨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님, 찬미 받으소서.

○ 나는 섬기려면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있으리라.

◎ 길리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님, 찬미 받으소서.

복음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20-33

명절 때에 예배를 드리러 올라왔던 사람들 중에는 그리스 사람도 몇이 있었다. 그들은 갈릴래아 지방 베싸이다에서 온 필립보에게 가서 "선생님, 예수를 뵙게 하여 주십시오."하고 간청하였다. 필립보가 안드레아에게 가서 이 말을 하고 두 사람이 함께 예수께 가서 그 말을 전하였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이 큰 영광을 받을 때가 왔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아끼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목숨을 보존하며 영원히 살게 될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있는 곳에는 나를 섬기는 사람도 같이 있게 될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높이실 것이다.
내가 지금 이렇게 마음을 걷잡을 수 없으니 무슨 말을 할까? '아버지, 이 시간을 면하게 하여 주소서.'하고 기원할까? 아니다. 나는 이 고난의 시간을 겪으러 온 것이다.
아버지,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내소서."
그 때에 하늘에서 "내가 이미 내 영광을 드러냈고 앞으로도 드러내리라."하는 음성이 들려 왔다. 거기에 서서 그 소리를 들은 군중 가운데는 천둥이 울렸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천사가 예수께 말하였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희를 위해서 들려 온 음성이다. 지금은 이 세상이 심판을 받을 때이다. 이제는 이 세상의 통치자가 쫓겨나게 되었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나 높이 들리게 될 때에는 모든 사람을 이끌어 나에게 오게 할 것이다."하고 말씀하셨다.
이것은 예수께서 당신이 어떻게 돌아가시리라는 것을 암시하는 말씀이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기도

전능하신 하느님, 저희 기도를 들으시어, 주님의 가르침을 받은 저희가 이 제사의 힘으로 더욱 깨끗하여지게 하소서. 우리 주...

영성체송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으리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우리를 슬픔에 잠기게 합니다. 십자가는 회개와 겸손, 기도와 단식으로 우리를 이끌어 갑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아픔을 함께 느끼며 우리의 죄악을 슬퍼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이 슬픔은 단지 부정적인 것만이 아니라 세상의 것이 아닌 참된 행복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상처 속에서 거듭 태어날 때 그분께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설 것입니다. 온갖 고난에서도 우리는 오직 하느님 나라와 그 정의를 찾아야 합니다.

영성체 후 기도

전능하신 하느님,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을 받아 모신 저희가 언제나 그리스도 신비체의 지체로 머물러 있게 하소서. 우리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