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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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9월 10일 주일

[연중 제23주일]

오늘 전례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의 역사에 개입하시어 당신의 구원 역사를 이루어 가십니다. 신앙으로 이것을 받아들이며 그분을 믿고 모셔 들이는 사람은 곧 구원으로 초대받을 것입니다. 주님의 초대에는 어떠한 조건이나 차별도 없습니다.

입당송

주님, 당신께서는 의로우시고, 그 판단하심도 바르시니이다. 어지신 그대로 당신 종을 다루소서.

본기도

하느님, 저희를 구원하시어 자녀로 삼으셨으니, 저희를 인자로이 굽어보시고,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에게 참된 자유와 영원한 유산을 베풀어 주소서. 또한 이 희년에 저희가 아버지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성령께 순종하며 그리스도를 충실히 따라 살게 하여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말씀의 초대

날 때부터 눈이 멀고 귀가 멀어, 보고 들을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육신의 장애 말고도 마음의 눈과 귀와 혀가 막힌 사람들도 셀 수 없이 많다. 그들 사이에는 믿음이 없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막힌 사람들 사이의 대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은 개인일 수도 있고, 단체일 수도 있고, 어떤 기관이나 국가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여러 상황을 생각할 때에 오늘 복음이 전해 주는 귀먹은 벙어리의 치유가 지닌 상징적 가치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복음 선포와 생활을 바꾸라는 당신의 촉구에 귀를 막아 버린 '선택받은 백성'을 만나시고는 이방인의 지역으로 가셨다. 메시아께서는 사람들의 눈과 귀와 혀에 마음을 쓰시려고 오셨다(이사 35,5-6). 메시아께서는 사람들이 하느님과 백성이 맺은 계약으로 시작된 구원의 대화에 책임을 느끼고 참여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를 원하신다. 모든 폐쇄적인 태도에 대하여 예수님께서는 명령하신다. "열려라." 복음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들을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을 열라고 명령하신다. "네 자신을 열어 네 생활 전체로 네 신앙을 고백하여라!" "네 자신을 열어 날마다 되풀이하여 외는 '주님의 기도를 실천하여라!" 이렇게 된다면 우리의 실존은 투명하게 드러나고, 기쁘게 예수 그리스도께 머물게 된다. 그 때 모든 이는 복음에 나오는 군중과 함께 탄성을 지를 수 있다. "귀머거리도 듣게 하시고 벙어리도 말을 하게 하시니 그분이 하시는 일은 놀랍기만 하구나!"

이사야는 매우 활기 넘치는 몇몇 상징적인 예로써 사람들 사이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보여 주고자 한다. 봄이 돌아와 꽃이 만발하고, 치유가 선포되며, 용기가 다시 솟는다. 백성은 자유를 다시 찾는다. 유배당한 사람들이 조국으로 돌아온다. 사람들은 멀리 있는 형제들을 만난다. 소경의 눈이 열리고 귀머거리가 듣는다. 벙어리는 혀가 풀려 기쁨의 환성을 지른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를 바로 그런 분으로 계시하시며 이 모든 것을 이루셨다. 교회 안에 모인 신자들은 같은 사명을 지닌다(제1독서).

야고보는 그리스도의 모범과 가르침에 완전히 반대되는, 사회적 지위만을 생각하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나쁜 전례를 지적한다. 부자들의 교회는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을 갖기는 하지만 스스로 가난한 이들의 교회가 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 교회가 가난한 이들을 도울지라도 부자들의 교회로 머물러 있다면 참으로 가난한 이들을 사랑할 수 없다. 진정으로 교회가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려면 설립자이신 주님을 본받아 가난한 이들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 주님께서는 왕이셨지만 스스로 종이 되셨고, 세상의 주인에서 가장 가난한 이가 되셨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복음에 귀를 막고 당신이 말씀하시는 것을 방해하였기 때문에 띠로의 이방인 지역으로 가셨다. 이러한 맥락에서 귀머거리에 대한 기적 이야기가 이해된다. 그것은 바리사이파 사람들에 대한 상징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들으려 하지 않는 이보다 더 못한 귀머거리는 없다. 군중들은 귀먹은 벙어리를 낫게 하신 예수님의 행위에서 하느님의 말씀에 귀가 열리는 표징으로 귀머거리의 치유를 전한 이사야서의 말씀(29,18-23)을 기억해 냈다. 귀를 막는 것이 말씀을 거역하는 표징이라면, 이제 혀가 풀리고 말을 하는 것은 곧 해방을 알려 주는 메시지이다(복음).

제1독서

<귀머거리는 귀가 열리고, 벙어리는 혀가 풀려 노래하리라.>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35,4-7ㄱ

겁에 질린 자들을 격려하여라. "용기를 내어라, 무서워하지 마라. 너희의 하느님께서 원수 갚으러 오신다. 하느님께서 오시어 보복하시고 너희를 구원하신다."
그 때에 소경은 눈을 뜨고, 귀머거리는 귀가 열리리라. 그 때에 절름발이는 사슴처럼 기뻐 뛰며, 벙어리도 혀가 풀려 노래하리라. 사막에 샘이 터지고, 황무지에 냇물이 흐르리라.
뜨겁게 타오르던 땅은 늪이 되고, 메마른 곳은 샘터가 되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 주님을 찬양하여라, 내 영혼아.

○ 주님께서는 언제나 신의를 지키시고, 억울한 사람들을 정의로 판단하시며, 굶주린 이에게는 빵을 주시도다. 주님께서는 사로잡힌 이를 풀어 주시도다. ◎
○ 주님께서는 소경의 눈을 열어 주시며, 주님께서는 억눌린 이 일으켜 주시며, 주님께서는 의로운 이를 사랑하시도다. 주님께서는 나그네를 지켜 주시도다. ◎
○ 주님께서는 고아와 과부를 길러 주시나, 악한 자의 길만은 어지럽게 하시도다. 주님께서는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시온아, 네 하느님 세세에 계시도다. ◎

제2독서

<하느님께서는 가난한 사람을 택하셔서 그 나라를 차지하게 하지 않으셨습니까?>
¶ 야고보서의 말씀입니다. 2,1-5

나의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우리 주님이신 영광의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있으니 사람들을 차별해서 대우하지 마십시오.
가령 여러분의 회당에 금가락지를 끼고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과 남루한 옷을 입은 사람이 들어왔다고 합시다. 그 때 여러분이 화려한 옷차림을 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호의를 보이며 "여기 윗자리에 앉으십시오." 하고 가난한 사람에게는 "거기 서 있든지 밑바닥에 앉든지 하시오." 하고 말한다면 여러분은 불순한 생각으로 사람들을 판단하여 차별 대우를 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내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잘 들으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의 가난한 사람을 택하셔서 믿음을 부요하게 하시고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약속해 주신 그 나라를 차지하게 하지 않으셨습니까?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알렐루야.
○ 예수께서는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백성 가운데서 병든 사람들을 모두 고쳐 주셨도다.
◎ 알렐루야.

복음

<예수께서는 귀머거리를 듣게 하시고 벙어리도 말을 하게 하셨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7,31-37

그 때에 예수께서 띠로 지방을 떠나 시돈에 들르셨다가 데카폴리스 지방을 거쳐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오셨다.
그 때에 사람들이 귀먹은 반벙어리를 예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시기를 청하였다.
예수께서는 그 사람을 군중 사이에서 따로 불러 내어 손가락을 그의 귓속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대시고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쉰 다음 "에파타." 하고 말씀하셨다. '열려라.' 라는 뜻이었다.
그러자 그는 귀가 열리고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예수께서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셨으나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욱더 널리 소문을 터뜨렸다.
사람들은 "귀머거리를 듣게 하시고 벙어리도 말을 하게 하시니 그분이 하시는 일은 놀랍기만 하구나." 하며 경탄하여 마지않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기도

성실한 열심과 평화를 주시는 하느님, 저희가 예물을 바쳐 지극히 높으신 주님을 합당히 공경하게 하시며, 이 제사에 충실히 참여하게 하시어 모두 한마음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영성체송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제 영혼, 하느님을 그리나이다. 제 영혼, 하느님을, 생명의 하느님을 애타게 그리나이다.

영성체 후 묵상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우리 인간의 생각과 지혜를 뛰어넘습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을 알아보려면 인간의 지혜가 아닌 신앙의 눈, 곧 하느님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눈과 귀를 열어 주시어 세상 안에서 일어나는 하느님의 일을 알아볼 수 있게 하여 주시도록 도움을 청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하느님 아버지, 생명의 말씀과 성체로 믿는 이들을 기르시고 새롭게 하시니, 저희가 성자의 말씀과 성체로 힘을 얻어 굳건한 믿음을 잃지 않게 하시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소서. 우리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