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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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1월 12일 주일

[연중 제32주일]

오늘 전례

모든 면에서 부유하고 행복한 사람은 이 세상에 한 명도 없습니다. 그러나 물질적으로 가진 것은 적어도 행복한 마음으로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 참으로 부유하고 행복한 사람이며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와 있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에 나오는 여인들이 바로 그러한 사람들입니다.

입당송

주님, 제 기도 어전까지 높이 미치게 하사 부르짖는 소리를 들어 주소서.

본기도

전능하시고 자비로우신 주 하느님, 하느님께 나아가는 데에 해로운 모든 것을 멀리 물리쳐 주시어, 저희 몸과 마음을 평온하게 하시고 자유로이 주님의 뜻을 따르게 하소서. 또한 이 희년이 아버지의 은총으로 참된 회개의 때, 기쁜 마음으로 아버지께 돌아가는 때가 되게 하여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말씀의 초대

오늘 복음에서는 탐욕스럽고 명예를 추구하는 율법 학자들의 겉꾸미는 태도와 겸손하고 가난한 과부의 깊은 믿음이 대조되고 있다. 마르코 복음서에서 가난한 과부의 헌금 이야기는 매우 의미가 깊다. 예수님께서는 천상의 성소에 들어가려 하신다. 그러나 그에 앞서 그분께서는 당신 자신을 송두리째 봉헌하시며 가장 깊은 겸손의 모습을 보여 주신다.
성전에 예물을 봉헌하는 이들의 속마음은 각기 다르다. 부자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닐 테지만 그들은 자신의 관대함을 드러내 보이려는 사치와 오만을 품고 있을 수도 있다. 사렙다 마을의 과부가 죽지 않을 만큼의 허기도 채울 수 없을 정도로 소량이었지만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바쳐 믿음을 가지고 엘리야 예언자를 대접한 것처럼, 오늘 복음의 가난한 과부는 자신의 생계를 위한 마지막 렙톤 두 개를 헌금궤에 넣는 빈 마음을 보였다. 오만한 부자와 가난한 과부 - 누가 더 하느님께 사랑받는 사람일까? 예수님 시대의 한 라비는 "가난한 사람들이 봉헌하는 산비둘기 두 마리가 아그리빠 왕이 바치는 수천의 봉헌물보다 더 가치있다"고 옳게 지적한 바 있다. 하느님의 말씀이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가난한 과부의 봉헌은 바로 예수님께서 빵과 포도주라는 보잘것없는 표징으로 바치실 당신 자신의 살과피를 예시하는 것이다.
과부는 살기 위하여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봉헌하였다. 성체 성사 때에 예수님께서는 실제로 우리가 살기 위하여 필요한 양식인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주신다. 우리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 단지 여분의 작은 것을 바치면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율법 학자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내놓은 가난한 과부와 함께할 것인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서도 다른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는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엘리야가 더 놀라운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과부의 믿음이 더 놀라운 것인지 여기에서는 알 수가 없다. 하느님의 사람인 엘리야는 극도로 빈곤한 과부에게 대접을 받는다. 사렙다의 과부는어차피 먹고도 죽을 절망적인 상황에서 선심이나 한 번 쓰자고 한 것인가? 알수가 없다. 그러나 분명 과부는 엘리야의 말을 듣고 가지고 있던 마지막 것을 내놓는 신뢰심을 보였다. 그것은 하느님께 대한 전적인 귀의이며 새로운 희망에 대한 믿음이었다(제1독서).

대사제들은 일 년에 한 번 성전의 지성소에 들어간다. 그러나 십자가를 통하여 하늘의 지성소에 들어가신 예수님께서는 또다시 그러한 일을 되풀이하실 필요가 없다. 예수님의 제사는 한 번에 모든 이를 위하여 봉헌하신 것이기 때문이다. 한 백성의 역사처럼 한 인간의 생애 안에는 돌이킬 수 없이 상황을 뒤집어 놓는 결정들과 사건들이 있다. 그것들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그를 나쁜 영향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세계 역사 안에서 볼 때 예수님의 죽음은 이러한 결정적인 충격들보다 더 강한 것이다. 예수님의 죽음은 인류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인간은 또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악에 대항하는 인간의 싸움은 이제 죽음을 이긴 예수님의 죽음을 닮는 거룩한 싸움이 되어야 한다(제2독서).

오늘날 성직자들이나 수도자들은 이스라엘의 율법 학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억압받는 사람들과 연대 의식을 느끼거나 죄인들과 한 식탁에 앉기보다는 존경받는 자리에 초대받는 것을 더 좋아한다. 신자들에게는 헌금을 강조하지만 그들 자신은 자선의 실천에서 면제받은 사람인 양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모른 체한다. 얼마나 많은 교회 건축물들이 기도의 집을 짓는다는 명목으로 과부들의 돈을 먹어 버렸는가! 가난한 사람들의 헌금이 개별적으로 볼 때는 얼마 되지 않아 보이지만 그것은 분명 영적인 면에서도 교회를 지탱하는 힘이다(복음).

제1독서

<과부는 제 밀가루로 빵을 만들어 엘리야에게 가져다 주었다.>
¶ 열왕기 상권의 말씀입니다. 17,10-16

그 무렵 [예언자] 엘리야는 그 곳을 떠나 사렙다로 갔다. 마을에 들어서 보니 한 여인이 땔감을 줍고 있었는데 과부였다. 에리야는 그 여인에게 말을 건넸다. "목이 마른데 물 한 그릇 떠 주실 수 없겠소?'
여인이 물을 뜨러 가는데 엘리야가 다시 불러서 말했다. "기왕이면 떡도 한 조각만 가져다 주시오."
여인이 대답하였다. "군 떡은 없습니다. 있다면 천벌을 받아도 좋습니다. 저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뒤주에 밀가루 한 줌과 병에 기름 몇 방울이 있을 뿐입니다. 저는 지금 땔감을 조금 주어다가 저희 모자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있는 것이나 모두 먹을 작정이었습니다.
엘리야가 과부에게 말하였다. "그렇게 걱정하지 마시오. 집에 들어가서 방금 말한 대로 음식을 준비하시오. 그러나 음식을 만들어 나에게 먼저 한 조각 가져오고 그 후에 아들과 함께 들도록 하시오.
이스라엘의 주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소. '내가 이 땅에 비를 다시 내릴 때까지 뒤주에 밀가루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병에 기름이 마르지 아니하리라.'"
이 말을 듣자 과부는 곧 집 안에 들어가 엘리야가 말한 대로 하였다. 그리하여 엘리야와 과부 모자에게는 먹을 양식이 떨어지지 않았다. 엘리야가 전한 주님의 말씀 그대로 뒤주에는 밀가루가 떨어지지 않았고 병의 기름도 동이 나지 않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 주님을 찬양하여라, 내 영혼아.

○ 주님께서는 언제나 신의를 지키시고, 억울한 사람들을 정의로 판단하시며, 굶주린 이에게는 빵을 주시도다. 주님께서는 사로잡힌 이를 풀어 주시도다. ◎
○ 주님께서는 소경의 눈을 열어 주시며, 주님께서는 억눌린 이 일으켜 주시며, 주님께서는 의로운 이를 사랑하시도다. 주님께서는 나그네를 지켜 주시도다. ◎
○ 주님께서는 고아와 과부를 길러 주시나, 악한 자의 길만은 어지럽게 하시도다. 주님께서는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시온아, 네 하느님 세세에 계시도다. ◎

제2독서

<그리스도께서는 많은 사람의 죄를 없애 주시려고 단 한 번 당신 자신을 제물로 바치셨습니다.>
¶ 히브리서의 말씀입니다. 9,24-28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이 하늘의 참 성소를 본떠서 만든 지상의 성소에 들어가신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하느님 앞에 나타나시려고 바로 그 하늘의 성소로 들어가신 것입니다. 대사제는 해마다 다른 짐승의 피를 가지고 성소에 들어가야 하지만 그리스도께서는 그렇게 번번이 당신 자신을 바치실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분이 몸을 여러 번 바쳐야 한다면 그분은 천지창조 이후 여러 번 고난을 받으셨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그분은 이 역사의 절정에 나타나셔서 단 한 번 당신 자신을 희생제물로 드리심으로써 죄를 없이하셨습니다.
사람은 단 한 번 죽게 마련이고 그 뒤에는 심판을 받게 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단 한 번 당신 자신을 제물로 바치셨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의 죄를 없애 주셨고 다시 나타나실 때에는 인간의 죄 때문에 다시 희생제물이 되시는 일이 없이 당신을 갈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구원을 가져다 주실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알렐루야.

○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니.

◎ 알렐루야.

복음

<저 가난한 과부가 어느 누구보다도 더 많은 돈을 넣었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38-44<또는 12,41-44> 짦은 독서를 할 때에는 < >부분을 생략한다.

그 때에 <예수께서 군중을 가르치시면서 말씀하셨다.
"율법 학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기다란 예복을 걸치고 나다니며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좋아하고 회당에서는 가장 높은 자리를 찾으며 잔칫집에 가면 제일 윗자리에 앉으려 한다. 또한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먹으면서 남에게 보이려고 기도는 오래 한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그만큼 더 엄한 벌을 받을 것이다.">
예수께서 헌금궤 맞은 편에 앉아서 사람들이 헌금궤에 돈을 넣는 것을 바라보고 계셨다. 그 때 부자들은 여럿이 와서 많은 돈을 넣었는데 가난한 과부 한 사람은 와서 겨우 렙톤 두 개를 넣었다. 이것은 동전 한 닢 값어치의 돈이었다.
그것을 보시고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불러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어느 누구보다도 더 많은 돈을 헌금궤에 넣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넉넉한 데서 얼마씩 넣었지만 저 과부는 구차하면서도 있는 것을 다 털어 넣었으니 생활비를 모두 바친 셈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기도

아버지, 교회가 드리는 이 제사를 굽어보시고, 저희가 성자의 영광스러운 수난 신비에 믿음으로 참여하게 하소서. 우리 주.....

영성체송

주님께서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파아란 풀밭에 이몸 누여 주시고, 고이 쉬라 물터로 나를 끌어 주시도다.

영성체 후 묵상

쓰고 남는 것, 없어도 되는 것을 나누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며 누구나 할 수 있는 행위입니다. 자신에게 필요하고 없어서는 안 될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이웃과 나눌 때 하느님게서는 기뻐하실 것입니다. 주님의 몸을 받아 모시는 사람들은 바로 그러한 사랑을 실천하여야 합니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저희가 성체로 힘을 얻고 감사하며 자비를 바라오니, 성령의 힘으로 저희 삶을 변화시켜 주소서. 우리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