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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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1월 26일 주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성서 주간)]

오늘 전례

하느님 나라를 이루기 위하여 온 힘을 다하는 신앙인들은 인간을 구원하시고자 이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를 왕으로 받들어 모신다. 오늘은 우리가 세례로 그리스도의 왕직(봉사직)에 참여하게 됨을 기념하고, 온 세상이 그리스도의 다스림에 따라 새롭게 되도록 온 힘을 기울이며 기도하는 축일이다. 교황 비오 11세는 1925년에 연중 마지막 주일을 '그리스도 왕 대축일'로 제정하였다.

또한 한국 교회는 1985년부터 연중 마지막 주간을 '성서 주간'으로 정하여, 성서 읽기 운동과 함께 성서 보급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성서 주간을 맞아 모든 신자는 성서를 늘 가까이하고 생활 속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도록 더욱 힘써야 한다.

<오늘 전례>
전례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주일인 오늘은 하늘과 땅의 주재자이신 주님 앞에서 우리의 모든 삶을 셈하여 바치는 날입니다. 주님께서 오시는 그 마지막날의 운명은 오늘의 자그마한 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스도의 다스림은 절대 권력의 행사가 아니라 바로 이웃을 섬기는 일입니다. 누구든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사람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바로 주님으로 모셔야합니다.
또한 한국 교회는 오늘부터 한 주간을 성서 주간으로 정하여 나날의 삶에서 하느님 말씀을 실천하도록 격려합니다.

입당송

죽임을 당하신 어린양, 권능과 부귀와 지혜와 힘과 영예를 받으실 자격이 있나이다. 그분께 영광과 권세가 영원 무궁하시기를 빕니다.

본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만물을 새롭게 하시려고 성자 그리스도를 세상의 임금으로 세우셨으니, 모든 창조물이 종살이에서 벗어나 주님을 섬기며 끝없이 찬미하게 하소서. 또한 이 희년이 아버지의 은총으로 참된 회개의 때, 기쁜 마음으로 아버지께 돌아가는 때가 되게 하여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말씀의 초대

'유다인의 왕, 나자렛 예수" 빌라도는 예수님의 십자가 위에 이렇게 써붙였다(요한 19,19). 묘하게도 피의자가 심판관의 모습을 띠고 있다. 빌라도는 예수님께 임금으로 예수님 자신을 부르게 한다. "네가 유다인의 왕인가?"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부정하시지 않는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로마 총독에게 대답하시기 전에 개인적으로 당신을 알고 싶어하는지를 총독에게 물으신다. "그것은 네 말이냐?" 그러신 다음 "내 왕국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다." 하고 말씀하심으로써 당신께서 정치적 의미의 임금이 아니심을 분명히 하신다. 예수님께서는 "진리를 증언하시려고" 세상에 오셨다. 그분께서는 진리의 증인이라는 뜻에서 임금이시다. 진리를 위해 나셨고, 진리를 위해 죽음을 향하여 걸어가신다. 그 진리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배신하고 구원을 거부하였는데도 사람에게 충실하신 하느님을 증언하기 위한 것이다.
오늘날 교회를 세상의 한 나라로 보려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복음을 사회의 정치적 힘으로 이용해 보고자 하는 유혹은 여전하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이러한 유혹을 물리치시려고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교회는 사회의 여러 그룹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그것은 하느님 나라의 현존의 표징이다.
'사람의 아들'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 개념이다.이스라엘 백성 전체를 가리키기도 하고, 인간의 조건을 넘어서 있는 어떤 이를 가리키기도 한다. 예수님께서는 이 이름을 당신 자신에게 적용하신다. 사람의 아들의 사명을 지나치게 고정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늘 다니엘이 전하는 예언은 안티오쿠스 에페파누스 통치 아래 있었던 박해 상황에서 선포된 것이다. 다니엘은 사람의 아들에게 맡겨진 주권이 영원하리라고 예언한다. 하느님의 백성이 박해를 받으며 고통을 겪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영원한 나라의 백성이 되리라는 것이다(제1독서).

묵시록에서 요한은 박해받고 억압받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들의 극적인 현존 의미를 알려 주고자 한다. 모든 사람을 대표하는 사람이신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날마다 겪는 시련을 통과하셨다. 그분께서는 죽음을 이기고 새롭게 태어날 인류의 맏이이시다. 예수님께서는 인류의 참된 미래가 어떠할지를 보여 주셨으며 오늘도 우리의 삶 안에서 활동하신다. 그분께서는 우리를 하느님의 가족이 되게 하시고, 당신처럼 세상의 사제가 되게 하신다(제2독서).

수난사에서 요한은 그의 복음서 전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질문을 계속한다. 예수님께서는 누구이신가? 그분께서는 우주의 임금이시다. 요한은 그리스도께서 지니신 그리스도의 권능의 상징으로 이 칭호를 선택한다. 예수님의 죽음으로 진리의 시간이 다가온다. 진리는 주님 나라의 옥좌와 같은 것이다. 예수님의 죽음으로 인류는 하느님과 통교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죽음은 끝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끝이 없는 나라의 시작이다(복음).

제1독서

<그의 주권은 영원히 갈 것이다.>
¶ 다니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7,13-14

나는 밤에 이상한 광경을 보았는데 사람 모습을 한 이가 하늘에서 구름을 타고 와서 태곳적부터 계신 이 앞으로 인도되어 나아갔다.
주권과 영화와 나라가 그에게 맡겨지고 인종과 말이 다른 뭇 백성들의 섬김을 받게 되었다. 그의 주권은 스러지지 아니하고 영원히 갈 것이며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아니하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 주님께서는 임금님, 위엄을 차리셨도다.

○ 주님께서는 임금님, 위엄을 차리시니, 주님께서 차리시어 권능을 띠 띠시니. ◎
○ 누리가 굳건하여 흔들림이 없나이다. 당신의 어좌는 예로부터 견고하니, 영원부터 당신께서는 계시나이다. ◎
○ 당신의 증거는 너무나도 미더운 것, 당신의 집안에는 거룩함이 제 것이니, 길이길이, 주님, 그러하리이다. ◎

제2독서

<땅 위 모든 왕들의 지배자께서 우리로 하여금 한 왕국을 이루게 하시고,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가 되게 하셨습니다.>
¶ 요한 묵시록의 말씀입니다. 1,5ㄱㄴㄹ-8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진실한 증인이시며, 죽음으로부터 제일 먼저 살아나신 분이시며, 땅 위의 모든 왕들의 지배자이십니다.
우리를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의 피로써 우리를 죄에서 해방시켜 주시고 우리로 하여금 한 왕국을 이루게 하시고 또 당신의 하느님 아버지를 섬기는 사제가 되게 하신 그분께서 영광과 권세를 영원 무궁토록 누리시기를 빕니다. 아멘.
그분은 구름을 타고 오십니다. 모든 눈이 그를 볼 것이며 그분을 찌른 자들도 볼 것입니다. 땅 위에서는 모든 민족이 그분 때문에 가슴을 칠 것입니다.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아멘.
지금 계시고 전에도 계셨고 장차 오실 전능하신 주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알파요 오메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알렐루야.

○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 받으소서! 우리 조상 다윗의 나라가 오는도다.

◎ 알렐루야.

복음

<내가 왕이라고 네가 말했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8,33ㄴ-37

그 때에 빌라도는 예수께 "네가 유다인의 왕인가?"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그것은 네 말이냐?" 하고 반문하셨다.
빌라도는 "내가 유다인인 줄로 아느냐? 너를 내게 넘겨준 자들은 너희 동족과 대사제들인데 도대체 너는 무슨 일을 했느냐?"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내 왕국은 이 세상 것이 아니다. 만일 내 왕국이 이 세상 것이라면 내 부하들이 싸워서 나를 유다인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했을 것이다. 내 왕국은 결코 이 세상 것이 아니다."
"아무튼 네가 왕이냐?' 하고 빌라도가 묻자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내가 왕이라고 네가 말했다. 나는 오직 진리를 증언하려고 났으며 그 때문에 세상에 왔다. 진리 편에 선 사람은 내 말을 귀담아듣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기도

주님, 인류 화해의 예물을 바치며 간절히 비오니, 모든 민족이 성자를 통하여 일치와 평화의 은혜를 받게 하소서. 성자께서는......

<감사송>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아버지께서 독생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 기쁨의 기름을 바르시어 영원한 사제와 만민의 임금으로 세우셨으며, 그리스도께서는 몸소 십자가 제단 위에서 티 없는 평화의 제물로 자신을 봉헌하시어 인류 구원을 이룩하시고, 만물을 아버지 친히 다스리게 하시어 그 영원하고 보편된 나라를 지존하신 성부께 바치셨나이다. 그 나라는 진리와 생명의 나라요 거룩함과 은총의 나라이며 정의와 사랑과 평화의 나라로소이다.
그러므로 천사와 대천사와 좌품 주품 천사와 하늘의 모든 군대와 함께 저희도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거룩하시도다!.......

영성체송

주님께서 영원토록 왕으로 앉아 계시다. 주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평화의 복을 주시리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임금이십니다. 그러나 주님의 왕국은 이 세상 것이 아니라, 권력과 압제와 무력 대신에 봉사와 평화와 자기 희생 위에 세워지는 진리의 나라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나라의 백성이며 시민입니다. 하느님 백성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리스도께서 가신 사랑의 길을 따르는 것뿐입니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불멸의 양식인 성체를 받아 모시고 비오니, 온 세상의 임금이신 그리스도의 계명을 충실히 따르는 저희가 그리스도와 함께 하늘나라에서 끝없이 살게 하소서. 우리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