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2001년 2월 28일 수요일

[재의 수요일(금식과 금육)]

오늘 전례

오늘은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첫 날로, 사제는 오늘부터 회개와 속죄의 상징인 자색 제의를 입는다. 교회가 참회의 상징으로 재를 축복하여 머리에 얹는 예식을 하는 데서 '재의 수요일'이란 이름이 생겨났다. 이 예식에서는 지난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축복한 나뭇가지를 태운 재를 머리나 이마에 얹는데, 이 '재'는 구약(욥2,8;요나 3,6 등)에서나 신약(마태 11,21)에서나 참회의 상징으로 쓰여 왔다.

오늘부터 가장 거룩하고, 은총이 더욱 풍부한 시기라 할 수 있는 사순 시기가 시작됩니다. 이 시기는 회개와 참회의 시기이며, 부활을 준비하는 희망의 시기입니다. 사순 시기 동안 금식과 자선과 기도로써 우리의 삶을 깨끗이 하고, 하느님 말씀에 더욱 충실한 신앙인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하겠습니다.

<사순 시기>
'사순 시기'에서 사순은 본래 40일이라는 뜻으로, 이 기간에 모든 그리스도인은 온 인류를 구원하시고자 고통과 수난을 당하시고 어둠의 세력인 악과 투쟁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고난을 체험하며, 회개와 보속으로써 신앙생활을 새롭게 하여, 다가올 부활 축제를 준비한다.
사순 시기는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되며, 이것은 초대 교회에서 유일하게 기념하였던 부활 축제를 준비해야 할 필요에서 지내게 되었다. 처음에는 부활 대축일을 중심으로 성삼일이 이루어졌고, 4세기 말에는 3주간의 부활 준비기간을 지냈으며, 여러 단계의 변화와 발전과정을 거쳐, 7세기에 와서 사십 일 동안 재를 지키는 관습이 정착되었다.
'40'이라는 숫자는 성서에서 중대한 사건을 앞두고 그를 준비하는 기간을 상징한다. 모세는 십계명을 받기 전 40일 동안 재를 지켰고, 엘리야도 호렙 산에 갈 때 천사가 주는 음식만 먹으며 사십 일을 걸었으며, 예수님께서도 공생활 전 40일 동안 단식과 기도를 하셨다.
교회는 사순 시기 동안 예수님의 유혹(제1주일)과 영광스러운 변모(제2주일)에 관한 복음을, 그리고 특별히 예비신자들을 위하여 물과 성령(제3주일), 빛(제4주일)과 생명(제5주일)에 관한 복음을 들려 준다. 구약의 독서에서는 인간의 죄(제1주일), 아브라함(제2주일), 모세(제3주일), 여호수아와 다윗(제4주일), 새로운 계약(제5주일) 등 구세사의 핵심 의미를 밝혀주고, 신약의 서간에서는 대부분 복음과 관련되는 부분을 들려준다.
이 기간에 우리는 주님의 광야 생활을 본받아 희생과 극기를 실천하며 '금식'과 '금육'을 지킨다. 형식적인 희생만이 아니라 금식과 금육까지 실천함으로써 우리는 가난한 이웃들을 실질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금식은 만 18세부터 60세(환갑 전)까지 재의 수요일과 성금요일에 지키며, 모든 육식을 금하는 금육은 14세부터 죽을 때까지, 대축일이 아닌 모든 금요일과 재의 수요일에 지킨다.

입당송

주님, 당신께서는 만인에게 자비로우시고, 당신께서 만드신 그 어느 것도 싫어하시지 않으며, 참회하는 사람들의 죄를 살피지시 않고 그들을 용서하시니, 당신께서는 주 저희 하느님이시나이다.

본기도

주님, 그리스도를 믿는 저희가 거룩한 재계로 악의 세계와 맞서 싸우려 하오니, 극기의 보루로 진을 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말씀의 초대

물질의 풍요를 마음껏 누리고 소비를 미덕으로 하는 사회에서 자신을 죽이는 수련을 쌓는 사순 시기가 무슨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물질의 풍요를 누리고 소비를 미덕으로 여기는 것은 거짓이고 불의라고 말할지라도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그렇더라도 이 사회가 점점 더 비인간화되고 있다는 사실에는 모든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우리는 삶의 태도를 바꾸고, 함께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하며 더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의 책임과 의무이다. 하느님께 자신을 더욱 열어 보이고, 자기만을 위하는 이기심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일할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는 쾌락을 이겨 내는 단식도 하고 자선도 베풀며 기도도 하여야 한다. 자신을 깨닫고 자신을 지키고자 단식을 하여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 참된 형제애를 나누고자 자선을 베풀며, 하느님께 좀더 자신을 열어야 한다. 또한 우리의 삶이 얼마나 그분의 말씀과 인간에 대한 그분의 계획에 달려 있는지를 깨달으려면 기도하여야 한다. 그렇게 해서 세상이 짓고 있는 죄의 무게를 느끼는 모든 사람과 함께 그리스도를 따라 살아야 한다.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마태 6,4.6.18). 예수님께서 거듭 거듭 하신 이 약속의 말씀에 얼마나 큰 희망이 담겨 있는가? 의로운 이게게 주어지는 보상은 하느님 자신이시다. 지금은 믿음의 불확실성 때문에 싸워야 하지만, 훗날에는 평화와 빛 속에서 주님의 본모습을 뵙게 될 것이다.

메뚜기가 농사를 모두 망쳐 놓았다. "들판은 망그러지고, 밭은 메말랐다. 곡식은 다 떨어졌고, 포도주는 바닥이 드러났으며, 올리브 기름은 말라 버렸다"(요엘1,10). 백성은 굶주리고 성전은 텅 비어 있다. 하느님께 바칠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믿지 않는 자들이 비웃는다. 정말 은총을 풍부하게 베푸시는 자비로우신 하느님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깨닫는 곳에, 공동체가 땅의 소출이 아닌, 뉘우치는 마음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곳에 하느님께서 계신다. 요엘 예언자는 이제 공동 참회를 거행하려고 하느님의 백성을 불러모으고 그들에게 내적으로 뉘우치라고 한다(제1독서).
요엘 예언자가 외친 회개의 부름은 우리가 사도 바오로의 촉구에 귀 기울이도록 준비하게 한다. 사도 바오로는 우리에게 자비의 때인 바로 지금 하느님과 화해하라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촉구한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다시 지켜야 할 전통적인 세 가지 실천적 행위들, 곧 자선과 기도와 단식의 바른 태도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다. 이 세 가지는 사순 시기를 지내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죄를 용서받는 중요한 치료제와 같은 수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복음).

제1독서

<너희는 옷만 찢지 말고 심장을 찢어라.>
¶ 요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2,12-18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이제라도, 진심으로 뉘우쳐 나에게 돌아오너라. 단식하며 가슴을 치고 울어라. 옷만 찢지 말고 심장을 찢고, 너희 주 하느님께 돌아오너라. 주는 가엾은 모습을 그냥 보지 못하시고, 좀처럼 노여워하지도 않으신다. 사랑이 그지없으시어, 벌하시다가도 쉬이 뉘우치신다. 혹시 마음을 돌이키시어, 재앙을 거두시고 복을 내리실지 그 누가 알겠느냐? 너희 주 하느님께 바칠 곡식과 포도주를 내려 주실지 그 누가 알겠느냐?
시온 산 위에서 나팔을 불어라. 단식을 선포하고 성회를 열어라. 백성을 불러모으고, 거룩한 대회를 열어라. 노인들을 불러모으고, 어린이들을 모아들여라. 젖먹이도 오라고 하여라. 신혼부부도 신방에서 나와 모이게 하여라.
성전 현관과 제단 사이를 오가며, 주님을 섬기는 사제들아, 울며 빌어라. "주님, 당신의 백성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당신의 유산으로 삼으신 이 백성이 남에게 욕을 당하지 않게 하시고, '너희 하느님이 어찌 되었느냐?'며 손가락질 받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주님께서는 당신의 땅 생각에 가슴이 타고, 당신의 백성 불쌍한 생각이 드시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 주님, 당신께 죄를 지었사오니,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 하느님, 자비하시니,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애련함이 크오시니, 저의 죄를 없이하소서. 제 잘못을 말끔히 씻어 주시고, 제 허물을 깨끗이 없애 주소서. ◎
○ 저는 저의 죄를 알고 있사오며, 저의 죄 항상 제 앞에 있삽나이다. 당신께 오로지 당신께 죄를 얻었삽고, 당신의 눈앞에서 죄를 지었나이다. ◎
○ 하느님,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제 안에 굳센 정신을 새로 하소서. 당신 면전에서 저를 내치지 마옵시고, 당신의 거룩한 얼을 거두지 마옵소서. ◎
○ 당신 구원 그 기쁨을 제게 도로 주시고, 정성된 마음을 도로 굳혀 주소서. 주님, 제 입시울을 열어 주소서. 제입이 당신의 찬미 전하오리다. ◎

제2독서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지금이 바로 그 자비의 때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고린토 2서 말씀입니다. 5,20-6,2

형제 여러분,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절로서 그분을 대신하여 여러분에게 간곡히 부탁합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이것은 결국 하느님께서 우리를 시켜 호소하시는 말씀입니다. 우리를 위해서 하느님께서는 죄를 모르시는 그리스도를 죄 있는 분으로 여기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느님께로부터 무죄 선언을 받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과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서 여러분에게 간곡히 부탁합니다. 여러분이 받은 하느님의 은총을 헛되게 하지 마십시오. 하느님께서는, '너에게 자비를 베풀 만한 때에 네 말을 들어 주었고, 너를 구원해야 할 날에 너를 도와 주었다."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자비의 때이며 오늘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그리스도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 주님의 목소리를 오늘 듣게 되거든, 너희 마음을 무디게 가지지 마라.

◎ 그리스도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복음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6,1-6.16-18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일부러 남들이 보는 앞에서 선행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그렇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서 아무런 상도 받지 못한다.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들은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그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기도할 때에도 위선자들처럼 하지 마라. 그들은 남에게 보이려고 회당이나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들은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보이지 않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다 들어 주실 것이다.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얼굴을 하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남에게 보이려고 얼굴에 그 기색을 하고 다닌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들은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 단식할 때에는 얼굴을 씻고 머리에 기름을 발라라. 그리하여 단식하는 것을 남에게 드러내지 말고 보이지 않는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재의 축복과 재를 머리에 얹는 예식>
† 친애하는 형제 여러분, 하느님 아버지께서 넘치는 은총을 베푸시어, 참회의 뜻으로 우리 머리에 얹으려는 이 재에 강복해 주시도록 간구합시다.
† 겸손한 사람을 어여삐 보시고 속죄하는 사람을 용서하시는 하느님, 저희 기도를 자애로이 들으시고, 이 재를 머리에 받으려는 주님의 종들에게 † 강복하소서. 저희가 주님의 은총으로 사순 시기의 재계를 충실히 지키고 마음을 깨끗이 하여, 성자의 파스카 축제를 잘 준비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또는>
† 죄인들의 죽음을 바라지 않으시고 오직 회개를 바라시는 하느님, 저희의 간절한 기도를 인자로이 들으시며 자비를 베푸시어, 저희 머리에 얹으려는 이 재에 †강복하소서. 저희가 흙에서 왔으므로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알고 있사오니, 사순 시기의 열심한 수련으로 죄를 용서받고 새 생명을 얻어, 부활하시는 성자의 모습을 닮을 수 있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말없이 재에 성수를 뿌린다. 다음에 사제는 모든 사람의 머리 위에 재를 얹어 주며 말한다.>
†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또는>
+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그동안 아래의 노래를 부른다.>
첫째 후렴(요엘2,13 참조)
◎ 옷을 바꾸어 베옷을 입고 잿더미에 파묻혀 닫식하며, 주님께 눈물로 호소하자. 우리 하느님께서는 한없이 자비로우시니,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리라.
둘째 후렴(요엘2,17;에스13,17)
◎ 현관과 제단 사이에서 주님을 섬기는 제관들이 눈물로 호소하리라. 주님, 주님의 백성을 용서하시고, 주님을 찬송하는 입을 막지 마옵소서.
셋째 후렴(시편50,3)
◎ 주님, 제 죄를 없이하소서.

화답송(바룩3,2참조)

○갑자기 죽을 날을 당하여 참회의 기회를 찾아도 얻지 못할까 두려우니, 모르고 범한 죄를 뉘우치고 생활을 개선하자.
◎ 주님, 주님께 죄를 지었사오니,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 저희 구원의 하느님, 당신 이름의 영광을 위하여 저희를 도우소서.
◎주님, 주님께 죄를 지었사오니,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다른 적당한 성가도 부를 수 있다. 재의 예식이 끝나면 사제는 손을 씻고 보편 지향 기도를 바친다.>
<신경 없음>

예물기도

주님, 이 제사로 엄숙하게 사순 시기를 시작하며 비오니, 저희가 참회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삶으로 쾌락을 멀리하며, 죄를 말끔히 씻고 경건하게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게 하소서. 우리 주.....

영성체송

밤낮으로 주님의 법을 묵상하는 사람은 제때에 열매를 맺으리라.

영성체 후 묵상

우리에게는 뉘우쳐야 할 일들이 많으며, 그 가운데에는 하느님의 자녀로서 알게 모르게 하느님과 멀어졌던 일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이 사순 시기 동안 지난날의 우리 삶을 바꾸어 하느님과 이웃과 화해하고 일치하도록 노력하여야겠습니다. 옷만 찢는 거짓 행동에서 벗어나 마음에서부터 뉘우치는 사순 시기를 보내야겠습니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성체를 받아 모신 저희를 도와 주시며, 저희의 재계를 어여삐 보시어, 구원에 도움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