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2001년 3월 11일 주일

[사순 제2주일]

오늘 전례

다가오는 부활의 신비 속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거룩한 변모는 심오한 기도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하느님과 함께하는 대화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이것은 고난을 통한 영광, 곧 부활을 위하여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심오한 계획이기에 수난과 죽음의 길을 거쳐야만 합니다. 우리도 그리스도의 그 길을 따라 걸어야 합니다.

입당송

이내 마음 당신께 아뢰옵고, 이내 얼굴 당신을 찾고 있삽나이다. 그 얼굴 저에게서 감추지 마옵소서.

본기도

하느님, 사랑하시는 성자의 말씀을 들으라고 명하셨으니, 주님의 말씀으로 저희 믿음을 북돋아 주시며, 영신의 눈을 맑게 하시어, 저희가 주님의 영광을 바라보며 기뻐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말씀의 초대

사순 시기의 전례 안에서 거룩한 변모의 이야기는 광야에서 예수님께서 겪으신 유혹 이야기 다음에 그 전체 의미가 알려진다. 루가 복음 안에서 베드로의 메시아 고백과 수난에 대한 첫 번째 예고 그리고 거룩한 변모 이야기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여정을 묘사한다. 예루살렘은 예수님의 사명이 절정에 이를 곳이다. 그 사명은 이미 성전 꼭대기에서 받으신 예수님의 마지막 유혹에서 암시되었던 것이다. 수고 없이는 예루살렘에 이르지 못한다. 사제가 제사를 드리러 제단의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올라가야"한다. 거룩한 변모는 올라가는 여정을 잠시 멈추게 한다. 이 거룩한 변모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소명을 실현하기 위하여 아버지의 현존을 확인한다. 그래서 루가는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 동안"에 거룩한 변모가 일어났다고 강조한다(9,28참조).
예수님의 세 제자들이 잠자고 있는 동안에 예수님께서는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예루살렘에서 이루시려는 일"에 대하여 말씀을 나누신다. 예수님께서는 골고타에 힘차게 오르시기에 앞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죽음과 부활의 신비에 잠기시며 하느님께 선택된 당신 존재의 진실을 분명히 하신다. 예수님의 모습이 변하고 영광이 그분을 감쌌다.
기도는 예수님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오르는 우리의 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예수님의 파스카를 묵상하며 점차적으로 우리의 참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오늘 독서에 묘사된 창세기의 장면은 중동의 옛 계약 의식을 상기시킨다. 계약 당사자는 각자 "계약을 어기면 이 둘로 갈라진 어린 암소의 운명이 내게도 미칠 것이다."하고 말하며 희생된 짐승 사이를 지나갔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하느님만이 쪼개 놓은 짐승들 사이로 지나가셨다. 이것은 이 계약이 순전히 하느님의 자비로 하느님의 주도 아래 맺어진 것임을 뜻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백성에 대한 의무를 지신다. 아무라함의 자손들의 불충은 하느님의 충실을 문제에 부치지 못할 것이다. 또한 그 계약을 폐기할 수도 없을 것이다(제1독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는다. 또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생명을 우리에게 나누어 주시려고 마지막날에 우리를 부활시키시리라는 것과 우리에게 주시는 것처럼 온 세상에 새로운 생명을 주시리라는 것을 믿는다. "우리의 비천한 몸"의 부활과 변화한 이 땅의 영원함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우리에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열정적으로 사랑하게 한다. 동시에 우리에게 종살이를 거부하고 세상에 대하여 자유인이 되게 한다. 이 점에서도 모범은 십자가에 달리시고 동시에 형언할 수 없이 영광스럽게 되신 그리스도이시다(제2독서).

"주님, 당신의 얼굴을 보여 주소서." 이 기도는 히브리 사람이면 누구나 죽을까 두려워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하는 기도이다. 모세와 엘리야도 직접 하느님을 뵙지는 못하였다. 그들은 오늘, 막 죽음을 맞으려 하는 한 인간의 모습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한다. 하느님의 참모습이 당신 아들의 죽음 안에서 계시된다. 이것은 히브리 백성과 베드로를 포함한 대표 제자들에게는 고통스러운 계시이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계획하고 의도하는 하느님의 모습으로는 당신을 드러내지 않으신다(복음).

제1독서

<하느님께서 충성스런 아브라함과 계약을 맺으셨다.>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 15,5-12.17-18

그 무렵 하느님께서 아브람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시어 말씀하셨다. "하늘을 쳐다보아라. 셀 수 있거든 저 별들을 세어 보아라. 네 자손이 저렇게 많이 불어날 것이다." 그가 하느님을 믿으니, 하느님께서 이를 갸륵하게 여기시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 땅을 너에게 주어 차지하게 하려고 너를 갈대아우르에서 이끌어 낸 주님이다."
아브람이 "내가 이 땅을 차지하게 되리라는 것을 무엇으로 알 수가 있겠습니까? 하고 묻자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삼 년 된 암소와 삼 년 된 암염소와 삼 년 된 숫양과 산비둘기, 집비둘기를 한 마리씩 나에게 바쳐라."
그는 이 모든 것을 잡아다가 반으로 쪼개고 그 쪼갠 것을 짝을 맞추어 마주 놓았다. 그러나 날짐승만은 쪼개지 않았다. 솔개들이 그 잡아 놓은 짐승들 위에 날아오면, 아브람은 이를 쫓고 있었다. 해질 무렵, 아브람은 신비경에 빠져들어 심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해가 져서 캄캄해지자, 연기 뿜는 가마가 나타나고 활활 타는 횃불이 쪼개 놓은 짐승들 사이로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날 주님께서 아브람과 계약을 맺으시며 말씀하셨다. "나는 이집트 개울에서 큰 강 유프라테스에 이르는 이 땅을 네 후손에게 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 주님께서 나의 빛 내 구원이시로다.
○주님께서 나의 빛 내 구원이시거늘,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랴. 주님께서 내 생명의 바위시거늘, 내가 누구를 무서워하랴. ◎
○주님, 제 부르짖는 소리를 들으시와, 불쌍히 여기시고 응답하여 주소서. 이내 마음 당신께 아뢰옵고, 이 내 얼굴 당신을 찾고 있삽나이다. 주님, 당신 얼굴을 찾고 있삽나이다. ◎
○그 얼굴 저에게서 감추지 마옵소서. 진노하사 당신 종을 내치지 마옵소서. 당신께서는 이내몸의 구원이시니 버리지 마옵소서. ◎
○생명의 땅에서 주님의 복을, 저는 누리리라. 믿삽나이다. 주님을 기다리며 너는 아귀차져라. 네 마음 굳게굳게 주님을 기다려라. ◎

제2독서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영광스러운 몸과 같은 형상으로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필립비서 말씀입니다. 3,17-4,1<또는 3,20-4,1>

형제 여러분, <나를 본받으십시오. 그리고 여러분과 같이 우리를 모범으로 삼고 따르는 사람들을 눈여겨보십시오. 내가 벌써 여러 번 여러분에게 일러 준 것을 지금 또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 바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가 되어 살고 있습니다. 그들의 최후는 멸망뿐입니다. 그들은 자기네 뱃속을 하느님으로 삼고 자기네 수치를 오히려 자랑으로 생각하며 세상 일에만 마음을 쓰는 자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늘의 시민입니다. 우리는 거기에서 오실 구세주 되시는 주 예수 그리스도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만물을 당신께 복종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오셔서 우리의 비천한 몸을 당신의 영광스러운 몸과 같은 형상으로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형제 여러분, 나의 기쁨이요 면류관인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주님을 믿으며 굳세게 살아가십시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님, 찬미 받으소서.

○ 빛나는 구름 속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이 들려 왔도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님, 찬미 받으소서.

복음

<예수께서 기도하시는 동안에 그 모습이 변하였다.>
† 루가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9.28ㄴ-36

그 때에 예수께서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기도하러 산으로 올라가셨다. 예수께서 기도하시는 동안에 그 모습이 변하고 옷이 눈부시게 빛났다. 그러자 난데없이 두 사람이 나타나 예수와 함께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세와 엘리야였다. 영광에 싸여 나타난 그들은 예수께서 머지않아 예루살렘에서 이루시려고 하시는 일 곧 그의 죽음에 관하여 예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때 베드로와 그의 동료들은 깊이 잠들었다가 깨어나 예수의 영광스러운 모습과 거기 함께 서 있는 두 사람을 보았다.
그 두 사람이 떠나려 할 때 베드로가 나서서 "선생님, 저희가 여기서 지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선생님께, 하나는 모세에게, 하나는 엘리야에게 드리겠습니다." 하고 예수께 말하였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자기도 모르고 한 말이었다. 베드로가 이런 말을 하고 있는 사이에 구름이 일어 그들을 뒤덮었다. 그들이 구름 속으로 사라져 들어가자 제자들은 그만 겁에 질려 버렸다.
이 때 구름 속에서 "이는 내 아들, 내가 택한 아들이니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 소리가 그친 뒤에 보니 예수밖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제자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자기들이 본 것을 얼마 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기도

주님, 이 예물로 저희 죄를 깨끗이 씻어 주시고, 파스카 축제를 준비하는 저희의 몸과 마음을 거룩하게 하소서. 우리 주.....

<감사송>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죽음을 제자들에게 미리 알려 주시고, 그 거룩한 산에서 당신 영광을 보여 주셨나이다. 또한 구약의 율법과 예언서에 기록된 대로 수난을 통해서만 영광스럽게 부활한다는 것을 밝혀 주셨나이다.
그러므로 하늘의 모든 천사와 함께 저희도 땅에서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거룩하시도다!.......

영성체송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께서는 고난의 십자가를 통하여 영광스러운 부활의 길로 가셨습니다. 우리가 고통과 수난을 두려워하거나 거부한다면 결코 영원한 생명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입니다. 믿음이 성숙한 사람은 주어진 여건을 하느님의 뜻에 합당하도록 적극적으로 변화시켜 나갑니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영광스러운 신비의 성체를 받아 모시고 진심으로 감사하오니, 저희가 이 세상에서도 천상 신비를 미리 맛보게 하소서. 우리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