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2001년 4월 8일 주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오늘 전례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파스카 신비를 완성하시려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을 기념하는 주일로, 임금이신 그리스도의 개선을 예고하면서 그분의 수난을 선포한다. 교회는 오늘 성지 축복과 성지 행렬의 전례를 거행하는데, 이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백성이 종려나무와 올리브 나무 가지를 들고 예수님을 환영한 데서 비롯한다. 이 행사는 4세기경부터 거행되었으며 10세기 이후 서방 교회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사제는 이 날 붉은 색 제의를 입으며 수난 복음을 장엄하게 봉독한다.

<오늘전례>
성주간은 우리가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의 신비에 참여하는 가장 거룩하고 뜻깊은 때입니다. 완전히 자신을 비워 낮추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수난과 죽음으로써 부활의 드높은 영광을 받으십니다. 모든 사람에게 그리고 하느님께마저도 버림받은 듯이 보이는 그 순간에, 모든 것이 끝난 듯한 바로 그 때에 영원한 생명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입당송

파스카 축일 엿새 전, 주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제, 아이들이 주님을 마중 나오며, 팔마 가지를 손에 들고 크게 외치는 소리, 높은 데서 호산나! 큰 자비를 베푸시러 오시는 분, 찬미 받으소서.

성문들아, 너희의 머리를 들어라. 영원한 문들아, 활짝 열려라. 영광의 임금님께서 듭시려 하시나니. "영광의 임금님께서 누구이신고?" "만군의 주님이야말로 영광의 임금이시다." 높은 데서 호산나! 큰 자비를 베푸시러 오시는 분, 찬미 받으소서.

본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구세주께서 스스로 자신을 낮추시어 사람이 되시고 십자가의 형벌을 받으셨으니, 저희도 주님의 인내를 본받아 부활의 영광을 누리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말씀의 초대

교회는 이스라엘 자녀들과 함께 오늘,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 건너가시려고 거룩한 도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그리스도의 예언적 개선에 참여한다. 이 주일에 봉독되는 수난 사화는 초기부터 복음의 핵심을 이룬다. 예수님의 수난과 관련하여 그리스도교는, 스스로 어떤 것도 꾸미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죄인들을 위하여 십자가에 달리신 죄 없는 종이신 예수님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음모를 밝혀 준다.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이 죽음과 성서의 기록이 꼭 들어맞고 있음을 강조한다. 그리고 십자가의 죽음을 유다인들의 파스카 축제의 틀 안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그래서 십자가의 죽음은 하나의 희생 제사이지만 어린양의 희생으로 이루어지는 계약의 새로운 예식으로 이해된다.
복음사가들에 따라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게 쓰여졌다 할지라도 수난사의 공통된 특징은 우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안에서 절정을 이루는 악에 대한 하느님의 승리다.

이사야 예언자는 동족에게 박해를 받았지만, 그에 대한 대응 방법으로 하느님께 비폭력의 길을 배운다. 그는 자신의 방어를 하느님께 맡긴다. 왜냐하면 그가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은 바로 하느님께 원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은 예수 그리스도께도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모욕을 받으심으로써 사람의 마음이 증오로부터 깨끗하여지기를 바라신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강생의 중심 주제를 펼친다. 사람이 되시고 자신을 낮추시어 영광에 이르신 하느님께 대한 찬가이다. 강생은 하느님께서 여행삼아 '지상 나들이'를 하신 것도 아니고, 인간을 경험하시려는 '사치'도 아니다. 초기 그리스도인 공동체에게 사랑받은 이 찬가의 메시지는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르다. 이 찬가는 겸손한 삶을 나누시고 미천하고 가난하며 억압받는 이들과 함께 걸어가시는 메시아의 모습을 보여 준다. 아담은 하느님과 같아지려고 하다가 파멸하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오히려 당신을 낮추시어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순종하신다(제2독서).

루가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전한 복음사가이다. 그는 이러한 관점에서 수난사를 이야기한다. 그는 유다인들과 제자들의 잘못을 강조하지 않는다. 그래서 제자들이 잠에 떨어지거나 도망갔다는 이야기를 전하지 않는다. 또한 대사제의 악담이나 군인들의 조롱도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루가는 십자가에 외로이 달리신 예수님으로 표현하려 하지 않는다. 그는 예수님을 예수님의 고통에 동참하는 친구들로 둘러싸이게 한다. 빌라도는 다른 복음서보다 루가 복음 안에서 더 무죄한 모습으로 비쳐진다. 귀를 잘린 대사제의 종도 치유된다(22,51).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강도와 조롱하는 유다인들, 군인들을 용서하셨다(23,34). 아버지의 사랑이 아들에게 고통을 이겨내게 하는 힘이 되었다. 결국 예수님께서 당하신 시련은 하느님 현존의 표징이며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를 보여 주는 표징이다(복음).

제1독서

<나는 욕설을 받지 않으려고 얼굴을 가리지 않는다.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을 줄 알고 있다(주님의 종의 셋째 노래).>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50,4-7

주 하느님께서 나에게 말솜씨를 익혀 주시며, 고달픈 자를 격려할 줄 알게 다정한 말을 가르쳐 주신다. 아침마다 내 귀를 일깨워 주시어, 배우는 마음으로 듣게 하신다.
주 하느님께서 나의 귀를 열어 주시니, 나는 거역하지도 아니하고 꽁무니를 빼지도 아니한다. 나는 때리는 자들에게 등을 맡기며, 수염을 뽑는 자들에게 턱을 내민다. 나는 욕설과 침뱉음을 받지 않으려고 얼굴을 가리지도 않는다.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 주시니, 나 조금도 부끄러울 것 없어 차돌처럼 내 얼굴빛 변치 않는다.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을 줄 알고 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 하느님, 저의 하느님,어찌 저를 버리시나이까?
○ 사람마다 저를 보며 업신여기고, 머리를 끄덕대며 비쭉 거리나이다. "주님께 의탁했으니, 구하시렷다. 그를 사랑하시니, 빼내 주시렷다." ◎
○ 숱한 개들이 저를 둘러싸고, 악한 무리 이 몸을 에워쌌나이다. 그들은 제 손과 발을 사뭇 뚫었나이다. 제 뼈는 마디마디 셀 수 있게 되었나이다. ◎
○ 저희끼리 제 겉옷을 나눠 가지고, 제 속옷을 놓고서 제비뽑나이다. 주님, 멀리 계시지 마옵소서. 구원이시여, 어서 저를 도우시옵소서. ◎
○ 저는 당신 이름을 겨레에게 전하고, 그 모임 한가운데서 주님을 찬미하오리니, "주님을 경외하는 자들아, 너희는 찬양하여라. 야곱의 후예들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이스라엘의 자손들아, 모두 다 주님을 두려워하여라. " ◎

제2독서

<그리스도는 당신 자신을 낮추셨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높이 올리셨다.>
☞ 사도 바오로의 필립비서 말씀입니다. 2,6-11

그리스도 예수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 굳이 하느님과 동등한 존재가 되려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의 것을 다 내어 놓고 종의 신분을 취하셔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셔서 죽기까지, 아니,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모든 것이 예수의 이름을 받들어 무릎을 꿇고, 모두가 입을 모아 예수 그리스도가 주님이시라 찬미하며 하느님 아버지를 찬양하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그리스도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죽기까지,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순종하셨도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셨도다.

◎ 그리스도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복음

† 루가가 전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입니다. 22,14-23.56<또는 23,1-49>

○ 해설자 † 예수 ● 다른 한 사람 ⊙다른 몇몇 사람 ◎군중

○<만찬 시간이 되자 예수께서 사도들과 함께 자리에 앉아 말씀하셨다.
† "내가 고난을 당하기 전에 너희와 이 과월절 음식을 함께 나누려고 얼마나 별러 왔는지 모른다. 잘 들어 두어라. 나는 과월절 음식의 본 뜻이 하느님 나라에서 성취되기까지는 이 과월절 음식을 다시는 먹지 않겠다."
○ 예수께서 잔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올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 "자, 이 잔을 받아 나누어 마셔라. 잘 들어라. 이제부터 하느님 나라가 올 때까지는 포도로 빚은 것을 나는 결코 마시지 않겠다."
○ 또 빵을 들어 감사 기도를 올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 나를 기념하여 이 예식을 행하여라."
○ 예수께서 음식을 나눈 뒤에 또 그와 같이 잔을 들어 말씀하셨다.
† "이것은 내 피로 맺는 새로운 계약의 잔이다. 나는 너희를 위하여 이 피를 흘리는 것이다. 그런데 나를 제 손으로 잡아 넘길 자가 지금 나와 함께 이 식탁에 앉아 있다. 사람의 아들은 하느님께서 정하신 대로 가지만 사람의 아들을 잡아 넘기는 그 사람은 화를 입을 것이다."
○ 이 말씀을 듣고 제자들은 자기들 중에 그런 짓을 하려는 자가 도대체 누구일까 하고 서로 물었다. 예수께서 제자들 사이에서 누구를 제일 높게 볼 것이냐는 문제로 옥신각신하는 것을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의 왕들은 강제로 백성을 다스린다. 그리고 백성들에게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백성의 은인으로 행세한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오히려 너희 중에서 제일 높은 사람은 제일 낮은 사람처럼 처신해야 하고 지배하는 사람은 섬기는 사람처럼 처신해야 한다. 식탁에 앉은 사람과 심부름하는 사람 중에 어느 편이 더 높은 사람이냐? 높은 사람은 식탁에 앉은 사람이 아니냐? 그러나 나는 심부름하는 사람으로 여기에 와 있다. 너희는 내가 온갖 시련을 겪는 동안 나와 함께 견디어 왔으니 내 아버지께서 나에게 왕권을 주신 것처럼 나도 너희에게 왕권을 주겠다. 너희는 내 나라에서 내 식탁에 앉아 먹고 마시며 옥좌에 앉아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심판하게 될 것이다. 시몬아, 시몬아, 들어라. 사탄이 이제는 키로 밀을 까부르듯이 너희를 제멋대로 다루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네가 믿음을 잃지 않도록 기도하였다. 그러니 네가 나에게 다시 돌아오거든 형제들에게 힘이 되어 다오."
○ 베드로가 이 말씀을 듣고 대답하였다.
●"주님, 저는 주님과 함께라면 감옥에 가도 좋고 죽어도 좋습니다."
○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베드로야, 내 말을 잘 들어라.
오늘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 그리고 사도들에게 물으셨다.
†"내가 너희를 보낼 때 돈주머니나 식량 자루나 신을 가지고 가지 말라고 했는데 부족한 것이라도 있었느냐?"
○ 사도들이 대답하였다.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었습니다."
○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은 돈주머니가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가지고 가고 식량 자루도 가지고 가거라. 또 칼이 없는 사람은 겉옷을 팔아서라도 칼을 사 가지고 가거라. '그는 악인들 중의 하나로 몰렸다.' 하신 말씀이 나에게서 이루어져야 한다. 과연 나에 관한 기록은 다 이루어지고 있다."
○ 이 말씀을 듣고 사도들이 말하였다.
●"주님, 여기에 칼 두 자루가 있습니다."
○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그만하면 되었다."
○ 예수께서 늘 하시던 대로 밖으로 나가 올리브 산으로 가시자 제자들도 뒤따라갔다. 예수께서 그 곳에 이르러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여라."
○ 그리고 예수께서는 돌을 던지면 닿을 만한 거리에 떨어져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셨다.
†"아버지, 아버지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면 이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
○ 이 때에 하늘에서 내려온 한 천사가 그에게 나타나 힘을 북돋아 드렸다. 예수께서는 마음의 고통과 싸우면서도 굽히지 않고 더욱 열렬하게 기도하셨다. 그러는 동안 핏방울 같은 땀이 뚝뚝 흘러 땅에 떨어졌다. 예수께서 기도를 마치시고 일어나 제자들에게 돌아와 보시니 그들은 슴픔에 지쳐 잠들어 있었다. 이것을 보시고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왜 이렇게들 잠만 자고 있느냐?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일어나 기도하여라."
○ 예수의 말씀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리가 떼를 지어 열두 제자 중 하나인 유다라는 사람을 앞세우고 나타났다. 유다가 예수께 입맞추려고 다가서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유다야, 입을 맞추어 사람의 아들을 잡아 넘기려느냐?"
○ 예수와 함께 있던 제자들은 일이 어떻게 벌어질 것인지를 알고 예수께 물었다.
●"주님, 저희가 칼로 쳐 버릴까요?"
○ 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대사제의 종의 오른쪽 귀를 내리쳐 떨어뜨렸다. 그러자 예수께서 말리셨다.
†"그만해 두어라."
○ 예수께서 그 사람의 귀에 손을 대어 고쳐 주셨다. 그리고 잡으러 온 대사제들과 성전 수위대장들과 원로들을 향하여 말씀하셨다.
†"칼과 몽둥이를 들고 나를 잡으러 왔으니 내가 강도란 말이냐? 내가 매일 너희와 함께 성전에 있을 때에는 잡지 않더니 이제는 너희의 때가 되었고 암흑이 판을 치는 때가 왔구나."
○ 대사제들과 성전 수위대장들과 원로들은 예수를 잡아 대사제의 관저로 끌고 들어갔다. 그 때에 베드로는 멀찍이 떨어져서 뒤따르다가 마당 가운데에 불을 피우고 둘러앉아 있는 사람들 틈에 끼여들어 앉아 있었다. 베드로가 불을 쬐고 앉아 있을 때 어떤 여종이 베드로를 유심히 들여다보며 말하였다.
●"이 사람도 예수와 함께 있었어요."
o 베드로는 그 말을 부인하면서 말하였다.
* "여보시오. 나는 그런 사람을 모르오."
○ 얼마 뒤에 또 어떤 사람이 베드로를 보며 말하였다.
●"당신도 그들과 한패요."
○ 베드로는 잡아떼었다.
●"여보시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오."
○ 그 뒤 한 시간쯤 지나서 또 다른 사람이 베드로를 몰아세웠다.
●"이 사람은 분명히 예수와 함께 있던 사람이오. 이 사람도 갈릴래아 사람이 아니오?"
○ 베드로는 끝내 부인하였다.
●"여보시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 베드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닭이 울었다. 그 때에 주께서 몸을 돌려 베드로를 똑바로 바라보셨다. 그제서야 베드로는 "오늘 닭이 울기 전에 나를 세 번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신 주님의 말씀이 떠올라 밖으로 나가 슬피 울었다. 예수를 지키던 사람들은 예수를 조롱하고 때리며 그의 눈을 가리고 말하였다.
●"누가 때렸는지 알아맞혀 보아라."
○ 예수를 지키던 사람들은 계속해서 갖은 욕설을 다 퍼부었다.
○ 날이 밝자 백성의 원로들을 비롯하여 대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이 모여 법정을 열고 예수를 끌어 내어 심문을 시작하였다.
●"자, 말해 보아라. 그대가 그리스도인가?"
○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내가 그렇다고 말하여도 너희는 믿지 않을 것이며 내가 물어 보아도 너희는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아들은 이제부터 전능하신 하느님의 오른편에 앉게 될 것이다."
○ 이 말씀을 듣고 백성의 원로들을 비롯하여 대사제들과 율법 학자들 모두 예수께 물었다.
●"그러면 그대가 하느님의 아들이란 말인가?"
○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내가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너희가 말하였다."
ㅇ 백성의 원로들을 비롯하여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이 말하였다.
* 이제 무슨 증언이 필요하겠습니까? 제 입으로 말하는 것을 우리가 직접 듣지 않았습니까?>
○ 온 의회가 일어나 예수를 빌라도 앞에 끌고 가서 고발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이 사람이 백성들에게 소란을 일으키도록 선동하며 카이사르에게 세금을 못 바치게 하고 자칭 그리스도요 왕이라고 하기에 붙잡아 왔습니다."
○ 빌리도가 예수께 물었다.
●"네가 유다인의 왕인가?"
○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그것은 네 말이다."
○ 빌라도가 대사제들과 군중을 향하여 선언하였다.
●"나는 이 사람에게서 아무런 잘못도 찾아 낼 수 없다."
○ 대사제들과 군중은 우겨 댔다.
⊙ "이 사람이 갈릴래아에서 이 곳에 이르기까지 온 유다 땅을 돌며 백성들을 가르치면서 선동하고 있습니다."
○ 이 말을 들은 빌라도는 이 사람이 갈릴래아 사람이냐고 묻고 예수께서 헤로데의 관할 구역에 속한 것을 알고는 마침 그 때 예루살렘에 와 있던 헤로데에게 예수를 넘겨 주었다. 헤로데는 예수를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오래 전부터 예수의 소문을 듣고 한번 만나 보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예수께서 행하시는 기적을 한번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헤로데는 이것 저것 캐어 물었지만 예수께서는 아무런 대답도 하시지 않았다. 그 때 대사제들과 율법 학자들도 거기 있다가 예수를 악랄하게 고발하였다. 헤로데는 자기 경비병들과 함께 예수를 조롱하며 모욕을 준 다음 화려한 옷을 입혀 빌라도에게 돌려 보냈다. 헤로데와 빌라도가 전에는 서로 반목하고 지냈지만 바로 그 날 다정한 사이가 되었다. 빌라도는 대사제들과 백성들을 불러모으고 말하였다.
●"너희는 이 사람이 백성들을 선동한다고 끌고 왔지만 너희가 보는 앞에서 직접 심문을 했는데도 나는 너희의 고발을 뒷받침할 만한 아무런 죄상도 찾지 못하였다. 헤로데가 이 사람을 우리에게 돌려 보낸 것을 보면 그도 아무런 죄를 찾지 못한 것이 아니냐? 보다시피 이 사람은 사형에 해당하는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 사람을 매질이나 해서 놓아 줄 생각이다."
○ 온 무리가 일제히 소리질렀다.
◎ "그 사람은 죽이고 바라빠를 놓아 주시오!"
○ 바라빠는 그 도시에서 폭동을 일으키고 살인까지 하여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이었다. 빌라도는 예수를 놓아 주고 싶어서 대사제들과 백성들에게 다시 그 뜻을 밝혔으나 그들은 굽히지 않고 소리질렀다.
◎ "십자가형이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 빌라도는 그들에게 세 번째 말하였다.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이냐? 나는 이 사람에게서 사형에 처할 죄를 찾아 내지 못하였다. 이 사람을 매질이나 해서 놓아 줄 생각이다."
○ 무리들은 더욱 악을 써 가며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아야 한다고 소리질렀다. 마침내 그들의 고함소리가 걷잡을 수 없게 되자 빌라도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 주겠다고 선언한 다음 폭동과 살인죄로 감옥에 갇혀 있던 바라빠는 그들의 요구대로 놓아 주고 예수는 그들 마음대로 하라고 넘겨 주었다. 그들은 예수를 끌고 나가다가 시골에서 성안으로 들어오고 있던 시몬이라는 키레네 사람을 붙들어 십자가를 지우고 예수의 뒤를 따라가게 하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뒤따랐는데 그 중에서는 예수를 보고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여자들도 있었다. 예수께서 그 여자들을 돌아보시며 말씀하셨다.
†"예루살렘의 여인들아,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와 네 자녀들을 위하여 울어라.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자들과, 아기를 낳아 보지 못하고 젖을 빨려 보지 못한 여인들이 행복하다.' 하고 말할 때가 이제 올 것이다.
그 때 사람들은 산을 보고 '우리 위에 무너져 내려라.' 할 것이며, 언덕을 보고 '우리를 가려 달라.' 할 것이다. 생나무가 이런 일을 당하거든 마른 나무야 오죽하겠느냐?"
○ 다른 죄수 두 사람도 예수와 함께 사형장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해골산이라는 곳에 이르러 사람들은 거기에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았고 죄수 두 사람도 십자가형에 처하여 좌우편에 한 사람씩 세워 놓았다. 예수께서 기원하셨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
○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은 자들은 주사위를 던져 예수의 옷을 나누어 가졌다. 사람들이 곁에 서서 쳐다보고 있는 동안 그들의 지도자들은 예수를 보며 조롱하였다.
●"이 사람이 남들을 살렸으니 정말 하느님께서 택하신 그리스도라면 어디 자기도 살려 보라지!"
○ 군인들도 예수를 희롱하면서 가까이 가서 신 포도주를 권하며 빈정거렸다.
●"네가 유다인의 왕이라면 자신이나 살려 보아라."
○ 예수의 머리 위에는 ' 이 사람은 유다인의 왕'이라는 죄목이 적혀 있었다.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달린 죄수중 하나도 예수를 모욕하였다.
●"당신은 그리스도가 아니오? 당신도 살리고 우리도 살려 보시오!"
○ 다른 죄수가 그를 꾸짖었다.
●"너도 저분과 같은 사형 선고를 받은 주제에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우리가 한 짓을 보아서 우리는 이런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저분이야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이냐?"
○ 그리고 그 죄수는 예수께 간청하였다.
●"예수님, 예수님께서 왕이 되어 오실 때에 저를 꼭 기억하여 주십시오."
○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오늘 네가 정녕 나와 함께 낙원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 낮 열두 시쯤 되자 어둠이 온 땅을 덮어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태양마저 빛을 잃었던 것이다.
그 때 성전 휘장 한가운데가 찢어지며 두 폭으로 갈라졌다. 예수께서는 큰 소리로 말씀하셨다.
†"아버지, 제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 그리고 예수께서는 숨을 거두셨다.
<무릎을 꿇고 잠시 묵상>
○ 이 모든 광경을 보고 있던 백인대장은 하느님을 찬양하며 말하였다.
●"이 사람이야말로 죄 없는 사람이었구나!"
○ 구경을 하러 나왔던 군중도 이 모든 광경을 보고는 가슴을 치며 집으로 돌아갔다. 예수의 친지들과 갈릴래아에서부터 예수를 따라다니던 여자들도 모두 멀리 서서 이 모든 일을 지켜 보고 있었다.
<의회 의원 중에 요셉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올바르고 덕망이 높은 사람이었다. 그는 예수를 죽이려던 의회의 결정과 행동에 찬동을 한 일이 없었다. 그는 유다인들의 동네 아리마태아 출신으로 하느님의 나라를 기다리며 살던 사람이었다. 그는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체를 내어 달라고 청하여 승낙을 받고 그 시체를 내려다가 고운 베로 싸서 바위를 파 만든 무덤에 모셨다. 그것은 아직 아무도 장사지낸 일이 없는 무덤이었다. 그 날은 명절 준비일이었고 시간은 이미 안식일에 접어들고 있었다. 갈릴래아에서부터 예수와 함께 온 여자들도 그 곳까지 따라가 예수의 시체를 무덤에 어떻게 모시는지 눈여겨보아 두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 향료와 향유를 마련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기도

주님, 독생 성자의 수난으로 저희를 용서하소서. 저희 공로로는 주님의 용서를 받을 길이 없사오니 성자의 희생을 보시고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 주.......

<감사송>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죄 없으신 그리스도께서는 저희 죄인을 위하여 수난하시고 부당하게 단죄를 받으셨으며, 십자가의 죽음으로 죄를 씻으시고 부활하시어 저희를 구원하셨나이다.
그러므로 모든 천사와 함께 저희도 주님을 기리며, 축제의 기쁨을 소리 높여 노래하나이다. 거룩하시도다!......

영성체송

아버지, 제가 이 잔을 마셔야만 한다면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영성체 후 묵상

구세주의 희생으로 하느님과 인류가 새로운 계약을 맺는 새 시대가 열렸습니다. 하루하루의 삶이 비록 하찮게 보일지라도 우리는 그 삶 속에서, 수난함으로써 생명으로 나아가는 부활의 신비를 깊이 깨달아야 합니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거룩한 양식을 가득히 받고 엎드려 비오니, 성자의 죽음과 부활로 저희 믿음에 희망이 넘치게 하시고, 영원한 목적지에 이르게 하소서. 우리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