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2002년 2월 24일 주일

[사순 제2주일]

오늘 전례

부활의 기쁨과 영광이 있기 전에 예수님께서는 먼저 십자가의 고통을 겪으셔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는 바로 십자가를 통한 부활의 영광을 미리 보여 주며,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사건입니다.

입당송

이내 마음 당신께 아뢰옵고, 이내 얼굴 당신을 찾고 있삽나이다. 그 얼굴 저에게서 감추지 마옵소서.

본기도

하느님, 사랑하시는 성자의 말씀을 들으라고 명하셨으니, 주님의 말씀으로 저희 믿음을 북돋아 주시며, 영신의 눈을 맑게 하시어, 저희가 주님의 영광을 바라보며, 기뻐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말씀의 초대

지난 주일,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유혹을 이겨 내신 사건에 이어서 오늘의 전례는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을 전해 준다. 이것은 신비로운 하느님의 세계를 엿보게 하는 사건으로, 귀로 듣는 이야기라기보다는 마음의 눈으로 관조해야 하는 하나의 장면이다.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은 엿새 전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당신의 수난 예고와 관련된다. 거룩한 변모의 사건은 제자들의 믿음을 더욱 굳세게 하려는 목적을 갖는다. 세 제자가 증인으로 나타난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겪으실 피땀의 증인이 될 뿐만 아니라 그들도 같은 운명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그들은 오늘 본 예수님의 이 모습을 기억하여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고난을 이겨낼 것이다. 죽음이라는 어둠에 위협을 받고 계신 인간 예수님이시지만 파스카의 찬란한 빛으로 그 어둠을 이기실 것이라는 보증의 사건으로 제자들은 희망을 잃지 않게 될 것이다.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님 곁에 있다. 구약의 이 위대한 두 증인은 마지막 때가 가까이 오고, 이스라엘이 기다리던 위대한 예언자가 나타나셨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도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처럼 구름 속에서 말씀하시며 나자렛 예수님의 '비밀'을 밝혀 주셨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이는 곧 예수님께서 겪으실 고통과 약함, 죽음 안에 이미 영광과 강함 그리고 부활이 들어 있음을 선언하시는 말씀이다.
예수님께서는 이제 종으로서 고난의 길을 가시고자 산을 내려오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골고타의 어둠은 이 거룩한 변모의 광채를 삼켜 버릴 것이다. 그 때가 되면 그 어둠이 모든 희망을 앗아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 날의 광채는 거짓이 아니다. 제자들이 거룩한 변모 때에 본 광경은 환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그 빛은 파스카의 새벽을 비추고, 제자들은 그 빛으로 생명이 죽음을 이기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예수님의 파스카는 제자들의 파스카가 된다. 그것은 또한 우리의 파스카이기도 하다.

아브라함은 번창했던 도시 가운데 하나였던 자기 고향을 떠난다. 그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친척, 선조들의 종교도 버리고 떠난다. 그것은 그 때까지 그가 맺고 있던 모든 관계를 끊어 버리고, 모든 이주민이 그렇듯이, 확실하지 않은 미래에 자신을 맡기고 모험을 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을 선택하시어 과거의 모든 인연을 끊고 자기 자신마저 비워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인간을 보여 주신다. 이것은 죄를 끊어 버리고 하느님과 맺은 관계를 새롭게 하고 거룩한 백성의 삶을 시작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 백성은 구세주, 곧 땅 위에 사는 모든 백성에게 복을 내리실 분의 길을 준비할 것이다(제1독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인간에게 생명을 주시며 그들이 타락한 뒤에도 구원하시는 분은 언제나 하느님이시다. 인간의 구원은 그들의 업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님을 보내시어 이 은총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하셨다. 예수님께서는 죽음을 이기시고 생명과 불사불멸의 근원을 밝혀 주셨다. 사순 시기는 예수님께서 죽음에 이르시기까지 우리에게 주신 이 생명의 은총을 깨닫고 완전히 회개하는 때이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바로 얼마 전에, 제자들에게 당신께서 겪으실 고난과 죽음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거룩한 변모는 가까이 닥쳐온 고난을 미리 내다보고 신념을 가지고 대처하게 할 목적을 갖는다. "이는 나의 아들, 내 사랑을 모두 쏟아 부은 아들이다. 너희는 그의 말을 듣고 그가 너희에게 하는 모든 말을 믿어라." 사실, 그리스도의 죽음은 사도들에게서 믿음을 송두리째 앗아갈 만한 사건이었다. 그들에겐 그 때 그들의 믿음을 지켜 줄 무엇이 필요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때에 들었던 하느님의 목소리를 기억하여야 했다. 그것은 인간의 폭력에도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이 함께한다는 선포이며, 인간의 모든 역사를 바꾸어 놓을 죽음에 대한 승리의 예고였다(복음).

제1독서

<하느님 백성의 아버지인 아브라함의 소명.>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 12,1-4ㄱ

그 무렵 주님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셨다. "네 고향과 친척과 아비의 집을 떠나 내가 장차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리라. 너에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떨치게 하리라. 네 이름은 남에게 복을 끼쳐 주는 이름이 될 것이다. 너에게 복을 비는 사람에게는 내가 복을 내릴 것이며 너를 저주하는 사람에게는 저주를 내리리라. 세상 사람들이 네 덕을 입을 것이다."
아브람은 주님께서 분부하신 대로 길을 떠났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 주님, 저희가 당신께 바랐던 그대로, 어여삐 여기심을 저희위에 내리소서.
○주님의 말씀이 옳으시도다. 그 하신 일마다 진실하도다. 주님께서는 정의와 공정을 즐기시고, 그 사랑은 땅에 가득하도다. ◎
○ 보라, 주님의 눈은 당신을 두려워하는 이들, 당신 자비를 바라는 이들 위에 있나니, 죽음에서 그들의 목숨을 건지시고, 굶주릴 제 그들을 살게 하시도다. ◎
○ 우리의 영혼은 주님을 바라나니, 우리 구원, 우리 방패 주님이로다. 주님, 저희가 당신께 바랐던 그대로, 어여삐 여기심을 저희 위에 내리소서. ◎

제2독서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부르셔서 빛나게 해 주십니다.>
☞ 사도 바오로의 디모테오 2서 말씀입니다. 1,8ㄴ-10

사랑하는 그대여, 하느님께서 주시는 능력을 가지고 복음을 전하는 일을 위해서 나와 함께 고난에 참여하시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구원해 주시고 우리를 부르셔서 당신의 거룩한 백성으로 삼아 주셨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공로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계획과 은총으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이 은총은 천지 창조 이전에 벌써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우리에게 주신 것이며 우리 구세주 그리스도 예수께서 이 세상에 오심으로써 이제는 분명히 드러난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의 권세를 없애버리시고 복음을 통해서 불멸의 생명을 환하게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님 찬미 받으소서.

○ 빛나는 구름 속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이 들려 왔도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씀을 들어라."

◎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님, 찬미 받으소서.

복음

<예수님의 얼굴은 해와 같이 빛났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7,1-9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야고보의 동생 요한만을 데리고 따로 높은 산으로 올라가셨다. 그 때 예수의 모습이 그들 앞에서 변하여 얼굴은 해와 같이 빛나고 옷은 빛과 같이 눈부셨다. 그리고 난데없이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서 예수와 함께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때에 베드로가 나서서 예수께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괜찮으시다면 제가 여기에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주님께, 하나는 모세에게, 하나는 엘리야에게 드리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베드로의 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빛나는 구름이 그들을 덮더니 구름 속에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이 소리를 듣고 제자들은 너무도 두려워서 땅에 엎드렸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가까이 오셔서 손으로 어루만지시며 "두려워하지 말고 모두 일어나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들이 고개를 들고 쳐다보았을 때는 예수밖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산에서 내려오시는 길에 "사람의 아들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날 때까지는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하고 단단히 당부하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기도

주님, 이 예물로 저희 죄를 깨끗이 씻어 주시고, 파스카 축제를 준비하는 저희의 몸과 마음을 거룩하게 하소서. 우리 주.....

영성체송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영성체 후 묵상

우리는 나약한 '인간'이라는 핑계로 다가오는 고통을 피하기만 할 수 없습니다. 성숙한 신앙인은 그러한 고통과 어려움을 기꺼이 받아들여 하느님 뜻을 따르며 적극적으로 살고자 노력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바로 아브라함과 같은 신앙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신앙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영광스러운 신비의 성체를 받아 모시고 진심으로 감사하오니, 저희가 이 세상에서도 천상 신비를 미리 맛보게 하소서. 우리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