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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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9월 22일 주일

[연중 제25주일]

오늘 전례

(9월 20일 대축일 미사를 주일로 옮겨 드리는 곳에서는 경축 이동을 한다.)

포도밭 주인의 비유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끝없는 자비를 보여 줍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손해 보기를 싫어하고 남에게 준 만큼 되돌려 받으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오히려 보잘것없고 가난한 이들을 넉넉하게 채워 주시어 인간의 이기심을 부끄럽게 하십니다. 우리는 모든 이에게 차별 없이 베푸시는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하여야 합니다.

입당송

나는 백성의 구원이니, 어떠한 환난 중에서도 내게 부르짖으면, 나는 그들의 청을 들어 주고, 나는 영원히 그들의 주님이 되어 주리라.

본기도

주 하느님,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법의 근본이 된다고 하셨으니, 저희가 그 사랑의 정신으로 주님의 계명을 지켜,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말씀의 초대

우리는 마지막 시각에 와서 일하고도 처음부터 일한 다른 사람과 똑같이 하루 품삯을 받았다는 포도원 일꾼의 비유를 들으면서 매우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지워 버리기 어려운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아침부터 채용되어 하루 종일 일한 사람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주인의 처사는 공정하지 않은 것 같다. 이것은 사회 정의와 분배 정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항의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주인은 말한다." 나는 이 마지막 사람에게도 당신에게 준 만큼의 삯을 주기로 한 것이오. 내 것을 내 마음대로 처리하는 것이 잘못이란 말이오? 내 후한 처사가 비위에 거슬린단 말이오?" 하느님의 나라도 이와 비슷하다. 그 나라는 우리의 논리와 원칙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나라이다. 이 비유는 예수님의 처신을 정당화해준다. 예수님께서는 '죄인들'과 함께하시고, 당신께서 세상에 오신 목적도 바로 그들을 구원하는 데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하셨던 것이다. "내 후한 처사가 비위에 거슬린단 말이오?" 이 한 마디가 전체 이야기를 이해하는 열쇠이다. 우리는 주인의 뜻밖의 태도에 더 많이 일한 사람의 권리를 주장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다른 사람에게도 잘해 주신다고 해서 항의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는가? 그러한 권리 주장의 근거가 없다고 하더라도 마지막 때에 와서 일해도 똑같은 품삯을 받을, 아직 믿지 않는 사람들과 그들에게 베푸실 하느님의 후한 처사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믿고 있는 우리가 아무래도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남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으려고 하느님을 믿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남보다 더 대접을 받으려는 것은 이기심의 표현일 뿐이다. 우리는 좁은 의미의 정의보다는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의 나라를 우리 가운데에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이 차갑고 남을 잘 용서할 줄 모르는 사람은 유치한 자기 기준으로 하느님을 보려고 한다. 그는 모든 면에서 매우 계산적이다. 주는 데에 인색하고 또 주면 준 만큼 되돌려 받으려 한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와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사람을 대하신다. 하느님께서는 햇볕으로 눈을 녹이시듯 우리의 빚을 없애 주실 것이다. 하느님의 사랑은 그 깊이를 알 수 없다(제1독서).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한다. 사람은 언제나 변명하고 싶어하고, 또 그 변명의 합리적인 근거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내 주는 말이다. 또한 이 말은, 사람은 자기가 바라던 방향과는 반대로 행동하게 되는 약함을 늘 지니고 있다는 것도 암시하고 있다. 후회하는 삶을 사느니 차라리 일찌감치 죽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다. 과연 후회하지 않을 삶이란 어떤 것일까? 바오로 사도는 사는 동안 온전히 그리스도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스도를 생의 전부로 삼고 사는 이에게는 죽는 것도, 사는 것도 모든 유익한 것이라고 말한다(제2독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일은 보상을 바랄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하느님을 위한 일이 아니라 인간이 구원되고 생명을 얻기 위한 일이다. 그러므로 인간 자신을 위한 인간의 의무이다. 그러나 모든 이가 복음에 대해 똑같은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 하느님께 부름 받는 이는 저마다 자기 처지에서 의무를 수행하여 하느님의 풍요로움을 실현한다. 실제로 하느님께서는 아주 적극적이고 바쁘게 일하는 사람을 부르시고 개척자도 부르시지만,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된 사람도 부르신다. 하느님께서는 이들을 모두 똑같이 대하신다. 교회도 신자들을 하느님과 같은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교회는 교회를 이루고 있는 신자들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것이다. 모든 신자는 저마다 이 교회 안에서 행할 고유한 몫을 가지고 있다(복음).

제1독서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같지 않다.>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55,6-9

주님을 찾아라. 만나 주실 때가 되었다. 그를 불러라. 옆에 와 계신다.
불의한 자는 그 가던 길을 돌이켜라. 허영에 들뜬 자는 생각을 고쳐라. 주님께 돌아오너라. 자비롭게 맞아 주시리라. 우리의 하느님께 돌아오너라.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리라.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같지 않다. 나의 길은 너희 길과 같지 않다."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하늘이 땅에서 아득하듯, 나의 길은 너희 길보다 높다. 나의 생각은 너희 생각보다 높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 당신께 비옵는 누구에게나, 주님께서는 가까이 계시나이다.
○ 날이면 날마다 당신을 찬양하고, 당신 이름 영원토록 찬양하리다. 주님께서는 위대하시고, 크게 기림직하옵시고, 그 위대하심은 측량할 길 없나이다. ◎
○ 주님께서는 자애롭고 불쌍히 여기시며, 역정에 더디시고 사랑이 지극하시오이다. 주님께서는 온갖 것을 선으로 대하시고, 일체의 조물들을 어여삐 여기시나이다. ◎
○ 하시는 일마다 주님께서는 진실하시고, 이루신 일마다 자애로우시니이다. 당신께 비옵는 누구에게나, 진정으로 비는 누구에에게나,주님께서는 가까이 계시나이다. ◎

제2독서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필립비서 말씀입니다. 1.20ㄷ-24.7ㄱ

형제 여러분, 나는 살든지 죽든지 나의 생활을 통틀어 그리스도의 영광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 그리고 죽는 것도 나에게는 이득이 됩니다. 그러나 내가 이 세상에 더 살아서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과연 어느 쪽을 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 둘 사이에 끼여 있으나 마음 같아서는 이 세상을 떠나서 그리스도와 함께 살고 싶습니다. 또 그 편이 훨씬 낫겠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을 위해서는 내가 이 세상에서 더 살아 있어야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은 사람다운 생활을 하십시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알렐루야.
○ 주님, 저희의 마음을 열어 주시오, 당신 아드님의 말씀을 귀담아듣게 하소서.
◎ 알렐루야.

복음

<내 후한 처사가 비위에 거슬린단 말이오?>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0,1-16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하늘 나라는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어떤 포도원 주인이 포도원에서 일할 일꾼을 얻으려고 이른 아침에 나갔다. 그는 일꾼들과 하루 품삯을 돈 한 데나리온으로 정하고 그들을 포도원으로 보냈다.
아홉 시쯤에 다시 나가서 장터에 할 일 없이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당신들도 내 포도원에 가서 일하시오. 그러면 일한 만큼 품삯을 주겠소.' 하고 말하니 그들도 일하러 갔다.
주인은 열두 시와 오후 세 시쯤에도 나가서 그와 같이 하였다.
오후 다섯 시쯤에 다시 나가 보니 할 일 없이 서 있는 사람들이 또 있어서 '왜 당신들은 하루 종일 이렇게 빈둥거리며 서 있기만 하오?' 하고 물었다. 그들은 '아무도 우리에게 일을 시키지 않아서 이러고 있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그래서 주인은 '당신들도 내 포도원으로 가서 일하시오.' 하고 말하였다. 날이 저물자 포도원 주인은 자기 관리인에게 '일꾼들을 불러 맨 나중에 온 사람들부터 시작하여 맨 먼저 온 사람들에게까지 차례로 품삯을 치르시오.'하고 일렀다.
오후 다섯 시쯤부터 일한 일꾼들이 와서 한 데나리온씩을 받았다. 그런데 맨 처음부터 일한 사람들은 품삯을 더 많이 받으려니 했지만 그들도 한 데나리온씩밖에 받지 못하였다.
그들은 돈을 받아 들고 주인에게 투덜거리며 '막판에 와서 한 시간밖에 일하지 않은 저 사람들을 온종일 뙤약볕 밑에서 수고한 우리들과 똑같이 대우하십니까?' 하고 따졌다.
그러자 주인은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을 보고 '내가 당신에게 잘못한 것이 무엇이오? 당신은 나와 품삯을 한 데나리온으로 정하지 않았소? 당신의 품삯이나 가지고 가시오. 나는 이 마지막 사람에게도 당신에게 준 만큼의 삯을 주기로 한 것이오. 내 것을 내 마음대로 처리하는 것이 잘못이란 말이오? 내 후한 처사가 비위에 거슬린단 말이오?' 하고 말하였다.
이와 같이 꼴찌가 첫째가 되고 첫째가 꼴찌가 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기도

주님, 주님의 백성이 바치는 예물을 자비로이 받아들이시고, 저희가 주님을 사랑하며 믿고 바라는 은총을 이 구원의 성사를 통하여 저희에게 주소서. 우리 주....

영성체송

주님께서 계명을 선포하시어, 어김없이 지키라 하셨나이다. 당신의 규정을 지키기 위하여, 제 걸음이 꿋꿋하게 하여 주소서.

영성체 후 묵상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구원에 초대받은 사람들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은총을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에서 드러내 보이시지만, 우리의 부족함으로 제대로 체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복음을 들은 사람다운 생활을 할 때만이 그분의 은총을 더욱 깊이 체험할 수 있게 됩니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성체로 저희에게 힘을 주시니, 저희에게 끊임없이 자비를 베푸시어, 저희 삶을 새롭게 하시고 구원의 열매를 맺게 하소서. 우리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