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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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6일 주일

[사순 제4주일]

오늘 전례

오늘은 사순 제4주일입니다. 오늘 우리는 수난을 묵상하는 사순 시기를 지내면서 잠시 동안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오늘 성서 말씀의 주제는 빛입니다. 성서에서 빛은 물과 함께 가장 중요한 구원의 상징으로 나타납니다. 성서에서 물과 빛은 세례성사를 특징짓는 핵심적 요소입니다. 물을 통하여 죄를 깨끗히 씻고 생명을 되찾은 우리는 그리스도와 같이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할 부르심을 받습니다. 오늘 미사 중에 이러한 우리의 거룩한 소명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입당송

<이사 66,10-11 참조>
예루살렘아, 즐거워하여라. 그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아, 모여라. 슬픔에 잠겼던 이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기뻐 뛰며 위로의 젖을 흠뻑 마셔라.

본기도

하느님, 말씀이신 성자를 통하여 인류를 구원하셨으니, 주님의 백성이 가까이 다가온 부활 축제를 믿음과 정성으로 기다리며 기뻐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말씀의 초대

우리는 보통 시력을 잃은 사람만을 소경이라고 생각하지만 오늘 복음은 영적인 소경이 많다는 것을 알려 준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태생 소경은 당시의 사회에서 철저히 소외된 인간이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기적을 통해 소경의 눈을 열어 주시고 다시 사회적 존재로 돌아가도록 배려하신다. 태생 소경은 치유 기적을 통하여 사물뿐만 아니라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견해는 달랐다. 그들은 예수님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될 일을 하였다고 비난하였을 뿐이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율법의 근본 정신인 하느님과 이웃 사랑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이 교만하고 편견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윗은 작은 도시 베들레헴의 목동 가문 출신으로, 인간적으로는 자랑할 것이 별로 없는 존재였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 보잘것없는 작은 존재를 선택하셔서 당신의 큰일을 이루셨다. 사울은 초기에 백성을 다스리는 데에는 성공하였지만 자신을 다스리는 데 실패하였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예언자 사무엘을 시켜 다윗에게 기름을 붓게 하시어 왕으로 세우셨다. 이 도유 예식으로 다윗은 하느님께 선택받은 자가 되어 주님의 뜻을 실현하도록 신성한 임무를 부여받은 지도자가 되었다(제1독서).

그리스도 안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한다. 바오로 사도는 세례의 교리를 설명하고, 그로써 교회에 속한 사람들의 행실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스도의 빛은 결국에는 어둠의 실체를 드러나게 한다. 바오로 사도는 이러한 확신과 함께 당신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빛의 삶을 강조하고 있다. 빛의 길은 자비와 정의와 진리의 길이다(제2독서).

오늘 복음에서는 태생 소경의 눈을 뜨게 해 주신 예수님의 기적을 들려준다. 태생 소경은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빛 자체이신 예수님을 인식하고 신앙을 고백하였다. 그런데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오히려 눈먼 소경보다 더 눈이 멀어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 빛을 보지 못하도록 가로막은 장애물은 자기 고집과 교만이다. 태생 소경을 눈뜨게 하신 주님께서는 이제 율법을 초월하셔서 인간 행동의 유일한 기준이 되신다(복음).

제1독서

<다윗이 이스라엘 왕으로 기름부음을 받다.>
▥ 사무엘 상권의 말씀입니다. 16,1ᄂ.6-7.10-13ᄀ

그 무렵 주님께서 사무엘에게 말씀하셨다. "기름을 뿔에 채워 가지고 길을 떠나거라. 내가 너를 베들레헴에 사는 이새라는 사람에게로 보낸다. 그의 아들 가운데서 내가 왕으로 세울 사람을 하나 보아 두었다."
사무엘은 가서 엘리압을 보고 속으로 "바로 여기 주님께서 기름 부어 성별하실 자가 있구나."하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사무엘에게 "용모나 신장을 보지는 마라. 그는 이미 내 눈 밖에 났다. 하느님은 사람들처럼 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겉모양을 보지만 나는 속마음을 들여다본다."하고 이르셨다.
이새가 아들 일곱을 사무엘 앞에 나와 뵙게 하였다. 그러나 사무엘은 "이 아들 가운데는 주님께서 뽑으신 아들이 없소."하고 이새에게 그 밖에 아들은 또 없느냐고 물었다. 이새가 "막내가 또 있긴 하지만 지금 양을 치고 있습니다."하고 대답하자, 사무엘이 이새에게 "사람을 보내 데려오시오. 그가 올 때까지 우리는 식탁에 앉을 수가 없소."하고 일렀다. 이새가 사람을 보내어 데려온 그는 볼이 붉고 눈이 반짝이는 잘생긴 아이였다. 주님께서 말씀을 내리셨다. "바로 이 아이다, 어서 이 아이에게 기름을 부어라." 그리하여 사무엘은 기름 채운 뿔을 집어 들고 형들이 보는 앞에서 그에게 기름을 부었다. 그러자 주님의 영이 다윗에게 내려 그날부터 줄곧 그에게 머물러 있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22,1-3ᄀ.3ᄂ-4.5.6(◎ 1)>
◎ 주님께서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 주님께서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파아란 풀밭에 이 몸 누여 주시고, 고이 쉬라 물터로 나를 끌어 주시니, 내 영혼 싱싱하게 생기 돋아라. ◎
○ 주님께서 당신 이름 그 영광을 위하여, 곧은 살 지름길로 날 인도하셨어라. 죽음의 그늘진 골짜기를 간다 해도, 당신 함께 계시오니, 무서울 것 없나이다. 당신의 막대와 그 지팡이에, 시름은 가시어서 든든하외다.
◎ 주님께서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 제 원수 보는 앞에서 상을 차려 주시고, 향기름 이 머리에 발라 주시니, 제 술잔 넘치도록 가득하외다. ◎
○ 한평생 은총과 복이 이 몸을 따르리니, 오래오래 주님 궁에서 사오리다. ◎

제2독서

<죽음에서 일어나라. 그리스도께서 너에게 빛을 비추어 주시리라.
▥ 사도 바오로의 에페소서 말씀입니다. 5,8-14

형제 여러분, 여러분이 전에는 어둠의 세계에서 살았지만 지금은 주님을 믿고 빛의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빛의 자녀답게 살아야 합니다. 빛은 모든 선과 정의와 진실을 열매 맺습니다. 주님을 기쁘게 하여 드리는 일이 무엇인지를 가려 내십시오. 그래서 열매를 맺지 못하는 어둠의 행위에 끼여들지 말고 오히려 그런 일을 폭로하십시오.
사람들은 그런 일들을 숨어서 하는데 그것들은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일들입니다. 모든 것은 폭로되면 빛을 받아 드러나고 빛을 받아 드러나면 빛의 세계에 속하게 됩니다.
"잠에서 깨어나라. 죽음에서 일어나라. 그리스도께서 너에게 빛을 비추어 주시리라."는 말씀이 이 뜻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요한 8,12>
◎ 말씀이신 그리스도님, 찬미받으소서.
○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라오는 사람은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
◎ 말씀이신 그리스도님, 찬미받으소서.

복음

<소경은 가서 얼굴을 씻고 눈이 밝아져서 돌아왔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9,1-41<또는 9,1.6-9.13-17.34-38>

그때에 예수께서 길을 가시다가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소경을 만나셨는데 <제자들이 예수께 “선생님, 저 사람이 소경으로 태어난 것은 누구의 죄입니까? 자기 죄입니까? 그 부모의 죄입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자기 죄 탓도 아니고 부모의 죄 탓도 아니다. 다만 저 사람에게서 하느님의 놀라운 일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해가 있는 동안에 나를 보내신 분의 일을 해야 한다. 이제 밤이 올 터인데 그 때는 아무도 일을 할 수가 없다. 내가 이 세상에 있는 동안은 내가 세상의 빛이다.”
이 말씀을 하시고> 예수께서는 땅에 침을 뱉어 흙을 개어서 소경의 눈에 바르신 다음, “실로암 연못으로 가서 씻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실로암은 ‘파견된 자’라는 뜻이다.) 소경은 가서 얼굴을 씻고 눈이 밝아져서 돌아왔다.
그의 이웃 사람들과 그가 전에 거지 노릇을 하고 있던 것을 보아 온 사람들은 “저 사람은 앉아서 구걸하던 사람이 아닌가?” 하고 말하였다. 어떤 이들은 바로 그 사람이라고 하였고, 또 어떤 이들은 그 사람을 닮기는 했지만 그 사람은 아니라고도 하였다. 그때 눈을 뜨게 된 사람이 “내가 바로 그 사람이오.” 하고 말하였다.
<사람들이 “그러면 당신은 어떻게 눈을 뜨게 되었소?” 하고 묻자 그는 “예수라는 분이 진흙을 개어 내 눈에 바르시고 나더러 실로암에 가서 씻으라고 하시기에 가서 씻었더니 눈이 띄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들이 “그 사람이 어디 있소?” 하고 물었으나 그는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사람들은 소경이었던 그 사람을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 데리고 갔다. 그런데 예수께서 진흙을 개어 그의 눈을 뜨게 하신 날은 바로 안식일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또 그에게 눈을 뜨게 된 경위를 물었다. 그는“그분이 내 눈에 진흙을 발라 주신 뒤에 얼굴을 씻었더니 이렇게 보게 되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바리사이파 사람들 중에는 “그가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보면 하느님에게서 온 사람이 아니오.”하는 사람도 있었고 “죄인이 어떻게 이와 같은 기적을 보일 수 있겠소?”하고 맞서는 사람도 있어서 서로 의견이 엇갈렸다. 그들이 눈멀었던 사람에게“그가 당신의 눈을 뜨게 해 주었다니 당신은 그를 어떻게 생각하오?” 하고 다시 묻자 그는 “그분은 예언자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유다인들은 그 사람이 본래 소경이었는데 지금은 눈을 뜨게 되었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고 마침내 그 사람의 부모를 불러 “이 사람이 틀림없이 나면서부터 눈이 멀었다는 당신네 아들이오? 그런데 지금 어떻게 눈을 뜨게 되었소?” 하고 물었다. 그의 부모는 “예, 틀림없이 날 때부터 눈이 멀었던 저희 아들입니다. 그러나 그가 어떻게 지금 보게 되었는지, 또 누가 눈을 뜨게 하여 주었는지는 모릅니다. 다 자란 사람이니 그에게 물어 보십시오. 제 일은 제가 대답하겠지요.” 하였다. 그의 부모는 유다인들이 무서워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유다인들은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사람은 누구나 다 회당에서 쫓아내기로 작정하였던 것이다. 그의 부모가 “다 자란 사람이니 그에게 물어 보십시 오.” 하고 말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유다인들은 소경이었던 사람을 다시 불러 놓고 “사실대로 말하시오. 우리가 알기로는 그 사람은 죄인이오.” 하고 말하였다. 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분이 죄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내가 앞 못 보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잘 보 게 되었다는 것뿐입니다.”“그러면 그 사람이 당신에게 무슨 일을 했소? 어떻게 해서 당신의 눈을 뜨게 했단 말이오?” 하고 그들이 다시 묻자 그는 “그 이야기를 벌써 해 드렸는데 그때에는 듣지도 않더니 왜 다시 묻습니까? 당신들도 그분의 제자가 되고 싶습니까?” 하고 반문하였다.
이 말을 듣고 그들은 마구 욕설을 퍼부으며 “너는 그자의 제자이지만 우리는 모세의 제자이다. 우리가 아는 대로 모세는 직접 하느님의 말씀을 들은 사람이지만 그자는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른다.” 하고 말하였다.
그는 이렇게 대꾸하였다. “분명히 내 눈을 뜨게 하여 주셨는데 그분이 어디에서 오셨는지도 모른다니 이상한 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죄인의 청은 안 들어주시지만 하느님을 공경하고 그 뜻을 실행하는 사람의 청은 들어주신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소경으로 태어난 사람의 눈을 뜨게 하여 준 이가 있다는 말을 일찍이 들어 본 적이 있습니 까? 그분이 만일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이 아니라면 이런 일은 도저히 하실 수가 없을 것입니다.”>
유다인들은 이 말을 듣고 “너는 죄를 뒤집어쓰고 태어난 주제에 우리를 훈계하려 드느냐?” 하며 그를 회당 밖으로 내쫓아 버렸다.
눈멀었던 사람이 유다인들의 회당에서 쫓겨났다는 말을 들으시고 예수께서 그를 만났을 때에 “너는 사람의 아들을 믿느냐?” 하고 물으셨다. “선생님, 믿겠습니다. 어느 분이십니까?” 하고 대답하자 예수께서 “너는 이미 그를 보았다. 지금 너와 말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주님, 믿습니다.” 하며 그는 예수 앞에 꿇어 엎드렸다.
<예수께서는 “내가 이 세상에 온 것은 보는 사람과 못 보는 사람을 가려, 못 보는 사람은 보게 하고 보는 사람은 눈멀게 하려는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예수와 함께 있던 바리사이파 사람 몇이 이 말씀을 듣고 “그러면 우리들도 눈이 멀었단 말이오?” 하고 대들었다.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너희가 차라리 눈먼 사람이라면 오히려 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지금 눈이 잘 보인다고 하니 너희의 죄는 그대로 남아 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보편 지향 기도

† 형제 여러분, 교만한 사람을 멀리하시고 겸손한 사람을 구원으로 이끌어 주시는 하느님 아버지께 간절히 기도합시다.

1. 선교사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주님, 복음을 땅 끝까지 전하는 선교사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시어 많은 어려움에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맡은 일을 충실히 해 나가게 하소서.
◎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2. 사회 정의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주님, 온갖 비리와 모순으로 가득 찬 이 사회에 주님의 정의가 회복되게 하시어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가 존중되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게 해 주소서. ◎

3. 예비신자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주님, 진리의 빛을 찾아 교회로 모여온 예비신자들에게 주님을 올바로 알아볼 수 있는 은총을 주시고 그들이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굳은 믿음을 주소서. ◎

4. 젊은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주님, 젊은이들이 내일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가지고 그들에게 닥치는 현실의 모든 어려움과 고통을 이길 수 있도록 그들과 늘 함께 하소서. ◎

† 주님,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라 충실히 살아가는 자녀들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예물기도

주님, 이 예물을 기쁜 마음으로 바치는 저희가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이 제사를 정성껏 드리게 하소서. 우리 주…….

영성체송

<요한 9,11 참조>
주님께서 진흙을 내 눈에 바르시기에, 가서 씻었더니 보게 되어 하느님을 믿었노라.

영성체 후 묵상

우리는 모두 하찮은 존재이며 보잘것없지만 하느님의 자녀들이며 빛의 자녀들입니다. 우리는 사람과 사물의 겉으로 드러난 모습을 주로 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속마음과 숨은 생각을 보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겉치레에 힘쓰기 보다는, 주님의 말씀을 거울 삼아 내면을 갈고 닦는 사람이 되어 세상을 똑바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영성체 후 기도

하느님, 이 세상 모든 사람을 밝혀 주시니, 은총의 광채로 저희 마음도 밝혀 주시어, 언제나 주님 뜻에 맞는 것을 생각하며, 주님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게 하소서. 우리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