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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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20일 목요일

[(홍)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오늘 전례

<9월 23일 주일에 경축 이동을 하지 않을 곳에서는 대축일 미사를 드린다.>

이 땅에 천주교회가 정착하기까지는 많은 발자취가 있었다. 임진왜란 당시 예수회 소속 세스페데스 신부는 경남 진해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미사를 봉헌하였고, 병자호란 때 볼모로 잡혀갔던 소현 세자는 중국에서 천주교를 접하였다.
그 뒤 18세기 말 이벽을 중심으로 한 일부 실학파 지성인들의 학문적 연구로 천주교 신앙이 싹트는 가운데, 이승훈이 1784년 북경에서 세례를 받음으로써 마침내 한국 천주교회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신해박해(1791년), 신유박해(1801년), 기해박해(1839년), 병오박해(1846년), 병인박해(1866년) 등 백 년 가까이 박해가 계속되면서 1만여 명이 순교하였다.
이 많은 순교자들 가운데 103위가 1984년 성인 반열에 들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9월 26일에 지내던 ‘한국 순교 복자 대축일’을 9월 20일로 옮겨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로 지내고 있다.

오늘은 이 땅의 순교자들을 기리는 날입니다. 그분들은 신앙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바쳤습니다. 하느님을 위해 십자가를 기꺼이 지신 분들입니다. 그분들의 굳은 신앙은 참으로 놀랍기 짝이 없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지는 십자가는 삶 속에서 겪는 고통입니다. 아프지 않으면 십자가가 아닙니다. 이 땅의 순교자들을 기억하며 우리에게도 그분들이 보여 준 하느님에 대한 열렬한 사랑과 굳은 신앙을 주십사고 청합시다.

입당송

거룩한 순교자들은 그리스도를 위하여 이 땅에서 피를 흘려 영원한 상을 받았도다.
<대영광송>

본기도

하느님, 온 세상에 하느님의 자녀들을 번성하게 하시고, 복된 안드레아와 동료 순교자들의 피로 그리스도인들의 씨앗이 풍요로운 열매를 맺게 하셨으니, 저희가 언제나 순교자들의 발자취를 따르며 그들의 도움과 보호를 받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말씀의 초대

지혜서는 말한다. “어리석은 자들의 눈에는 의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인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세상 사람들은 의롭게 살려는 이를 ‘사서 고생한다.’며 우습게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의 평생을 좌우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힘이다. 결국은 주님께서 모든 것을 판단하신다. 어찌 의인에게 보답이 없으랴(제1독서). 환난도 역경도 박해도 의인을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없다. 그러기에 바오로는 이렇게 노래한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제2독서). 십자가는 자신을 괴롭히는 고통이다. 예수님께서는 그 십자가를 지라고 하신다. 고통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라는 말씀이다. 그 십자가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나라를 일깨워 준다(복음).

제1독서

<하느님께서는 번제물처럼 그들을 받아들이셨다.>
▥ 지혜서의 말씀입니다. 3,1-9
1 의인들의 영혼은 하느님의 손안에 있어, 어떠한 고통도 겪지 않을 것이다. 2 어리석은 자들의 눈에는 의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고, 그들의 말로가 고난으로 생각되며, 3 우리에게서 떠나는 것이 파멸로 여겨지지만, 그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다.
4 사람들이 보기에 의인들이 벌을 받는 것 같지만, 그들은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5 그들은 단련을 조금 받은 뒤 은혜를 크게 얻을 것이다. 하느님께서 그들을 시험하시고, 그들이 당신께 맞갖은 이들임을 아셨기 때문이다.
6 그분께서는 용광로 속의 금처럼 그들을 시험하시고, 번제물처럼 그들을 받아들이셨다.
7 그분께서 그들을 찾아오실 때에 그들은 빛을 내고, 그루터기들만 남은 밭의 불꽃처럼 퍼져 나갈 것이다. 8 그들은 민족들을 통치하고 백성들을 지배할 것이며, 주님께서는 그들을 영원히 다스리실 것이다.
9 주님을 신뢰하는 이들은 진리를 깨닫고, 그분을 믿는 이들은 그분과 함께 사랑 속에 살 것이다. 은총과 자비가 주님의 거룩한 이들에게 주어지고, 그분께서는 선택하신 이들을 돌보시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126(125),1-2ㄴ.2ㄷ-3.4-5.6(◎ 5)
◎ 눈물로 씨 뿌리던 이들, 환호하며 거두리라.
○ 주님께서 시온의 운명을 되돌리실 제, 우리는 마치 꿈꾸는 이들 같았노라. 그때 우리 입은 웃음으로, 우리 혀는 환성으로 가득하였노라. ◎
○ 그때 민족들이 말하였도다. “주님께서 저들에게 큰일을 하셨구나.” 주님께서 우리에게 큰일을 하셨기에, 우리는 기뻐하였노라. ◎
○ 주님, 저희의 운명을 네겝 땅 시냇물처럼 되돌리소서. 눈물로 씨 뿌리던 이들, 환호하며 거두리이다. ◎
○ 뿌릴 씨 들고 울며 가던 이, 곡식 단 들고 환호하며 돌아오리라. ◎

제2독서

<죽음도 삶도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 8,31ㄴ-39
형제 여러분, 31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신데 누가 우리를 대적하겠습니까? 32 당신의 친아드님마저 아끼지 않으시고 우리 모두를 위하여 내어 주신 분께서, 어찌 그 아드님과 함께 모든 것을 우리에게 베풀어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33 하느님께 선택된 이들을 누가 고발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을 의롭게 해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34 누가 그들을 단죄할 수 있겠습니까? 돌아가셨다가 참으로 되살아나신 분, 또 하느님의 오른쪽에 앉아 계신 분, 그리고 우리를 위하여 간구해 주시는 분이 바로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35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36 이는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입니다. “저희는 온종일 당신 때문에 살해되며 도살될 양처럼 여겨집니다.”
37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 내고도 남습니다. 38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39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1베드 4,14
◎ 알렐루야.
○ 그리스도의 이름 때문에 모욕을 당하면 너희는 행복하리니, 하느님의 성령께서 너희 위에 머물러 계시리라.
◎ 알렐루야.

복음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9,23-26
그때에 23 예수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24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25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자신을 잃거나 해치게 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26 누구든지 나와 내 말을 부끄럽게 여기면, 사람의 아들도 자기의 영광과 아버지와 거룩한 천사들의 영광에 싸여 올 때에 그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
<신경>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형제 여러분, 우리가 순교자들을 본받아, 그리스도의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충실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느님 아버지께 간절히 기도합시다.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주님, 순교자들의 모범을 따르고자 노력하는 교회가, 주님의 말씀과 성찬의 식탁을 통해 주님의 사랑을 더욱 깊이 느끼며, 그 사랑을 전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게 하소서.
◎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2. 선교사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주님, 주님의 사랑을 전하고자 낯선 곳에서 고생하는 선교사들을 돌보시어, 그들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온갖 어려움을 잘 이겨 내게 하시고, 세상 사람들에게 주님을 올바로 전할 수 있도록 지혜와 건강을 주소서. ◎
3. 버림받은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주님,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버림받은 채 외로이 살아가는 이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주님께서 몸소 보살펴 주시고, 저희가 그들을 돕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께 드리는 사랑임을 깨달아, 진정한 이웃으로서 그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
4. 우리 자신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주님, 순교자의 후손임을 자랑하는 저희가 한 형제로서 서로 믿으며 사랑하게 하시고, 기쁜 마음으로 이웃에게 그리스도를 증언하며 끝까지 주님만을 믿고 따르게 하소서. ◎
+ 주님, 순교자들과 같은 꿋꿋한 신앙을 간절히 바라는 자녀들의 이 기도를 너그러이 들어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예물기도

전능하신 주 하느님, 주님 백성이 드리는 봉헌을 자비로이 받아 주시고, 복된 순교자들의 전구를 들으시어, 저희 자신을 주님께 맞갖은 제물로 바치며 온 세상 사람들의 구원에 이바지하게 하소서. 우리 주…….

감사송

<또는 순교자 감사송: 186면 참조>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아버지께서는 저희 선조들을 복음의 빛으로 불러 주시어 갖가지 빛나는 덕행을 그들에게 갖추게 하시고, 죽기까지 신앙을 지키게 하시어 마침내 성자의 승리를 함께 누리게 하셨나이다.
그러므로 하늘의 모든 천사와 함께 저희도 땅에서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 거룩하시도다!…….

영성체송

마태 10,32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하리라.

영성체 후 묵상

좋은 일은 주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기 쉬우나, 좋지 않은 일은 그렇게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우리더러 십자가를 지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지라고 하신 십자가는 하기 싫은 그 무엇입니다. 또한, 하고 싶지만 해서는 안 되는 그 무엇입니다. 우리는 그 십자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청해야겠습니다. 순교자들의 전구를 통해 그러한 은혜를 내려 주시기를 기도해야겠습니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하느님 아버지, 거룩한 순교자들의 축제를 지내며 용사들의 음식으로 힘을 얻고 주님께 간절히 청하오니, 저희도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와 하나 되어, 모든 사람의 구원을 위하여 열심히 일하게 하소서. 우리 주…….

오늘의 묵상

하느님의 신비는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계절의 변화 앞에서, 복잡한 일상사에서 그분의 신비를 체험합니다. 그냥 지나치면 평범한 일로 여겨지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하나 그분 힘이 닿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세상일을 인간적 계산만으로 파악하려 들면 힘이 듭니다. 은총이 들어올 틈새가 없기 때문입니다.
좋은 일은 하느님의 뜻으로 인정하기 쉬우나, 궂은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지라고 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짊어지라고 하신 십자가는 무엇이겠습니까? 하기 싫은 그 무엇입니다. 또한, 하고 싶지만 결코 해서는 안 되는 그 무엇입니다. 누구에게나 그러한 십자가는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과연 망설임 없이 십자가를 질 수 있겠습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십자가 앞에 선뜻 나설 수 있겠습니까? 우리의 순교자들이 그렇게 하였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분들을 기리며 그분들의 삶을 본받게 해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십자가를 지는 일이 그만큼 힘들다는 가르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