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전날 오늘 다음날

2008년 9월 14일 주일

[(홍)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오늘 전례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의 죄를 속죄하시려고 지고 가신 십자가를 묵상하고 경배하는 날이다. 전승에 따르면, 예수님의 십자가는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 성녀의 노력으로 찾게 되었다. 황제는 이를 기념하고자 335년에 대성전을 지어 봉헌하였다. 예루살렘에 있는 예수님의 무덤 곁이었다. 이후 십자가 경배는 널리 전파되었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9월 14일로 이 축일이 고정되었다.

입당송

갈라 6,14 참조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자랑하리라. 예수님은 우리의 구원이며 생명이요 부활이시니, 우리는 그분을 통하여 구원과 자유를 얻었도다.
<대영광송>

본기도

하느님, 독생 성자의 십자가로 인류를 구원하셨으니, 저희가 지상에서 주님 사랑의 신비를 깨닫고, 천상에서 구원의 은혜를 누리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말씀의 초대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은 광야를 떠돈다. 약속의 땅으로 가는 여정이다. 늘 먹을 것이 부족했고, 두려움도 가시지 않았다. 그들의 불만이 폭발했을 때 ‘불 뱀 사건’이 나타났다. 하느님의 이끄심을 불신한 벌이었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십자가의 죽음을 받아들이셨다. 철저한 순명이다. 그러기에 우주의 모든 존재는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주님이심을 고백한다(제2독서). 하느님께서는 외아들을 보내 주셨다. 세상을 단죄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구원하시려는 것이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달리셨다. 불 뱀에 물려 죽게 된 이스라엘은 ‘구리 뱀’의 등장으로 살게 된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미리 보여 주는 사건이다(복음).

제1독서

<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
▥ 민수기의 말씀입니다. 21,4ㄴ-9
그 무렵 4 백성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5 그래서 백성은 하느님과 모세에게 불평하였다. “당신들은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광야에서 죽게 하시오? 양식도 없고 물도 없소. 이 보잘것없는 양식은 이제 진저리가 나오.”
6 그러자 주님께서 백성에게 불 뱀들을 보내셨다. 그것들이 백성을 물어, 많은 이스라엘 백성이 죽었다. 7 백성이 모세에게 와서 간청하였다. “우리가 주님과 당신께 불평하여 죄를 지었습니다. 이 뱀을 우리에게서 치워 주시도록 주님께 기도해 주십시오.” 그래서 모세가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였다. 8 그러자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불 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아라. 물린 자는 누구든지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 9 그리하여 모세는 구리 뱀을 만들어 그것을 기둥 위에 달아 놓았다. 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78(77),1-2.34-35.36-37.38(◎ 7ㄴ 참조)
◎ 너희는 주님의 업적을 잊지 마라.
○ 내 백성아, 나의 가르침을 들어라. 내 입이 하는 말에 너희 귀를 기울여라. 내가 입을 열어 격언을, 예로부터 내려오는 금언들을 말하리라. ◎
○ 백성들을 죽이실 제야 그들은 주님을 찾고, 돌이켜 하느님을 찾아, 하느님께서 그들의 바위이심을,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서 그들의 구원자이심을 기억하였도다. ◎
○ 그들은 입으로 주님을 속이고, 혀로 주님께 거짓말하였도다. 그들은 주님께 마음을 확고히 하지 않고, 그분 계약에 신실하지 않았도다. ◎
○ 주님께서는 자비하시어, 죄를 용서하시고 그들을 멸망시키지 않으셨도다. 당신 분노를 거듭 돌이키시고, 당신 진노를 결코 터뜨리지 않으셨도다. ◎

제2독서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자신을 낮추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셨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필리피서 말씀입니다. 2,6-11
6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7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8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9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 10 그리하여 예수님의 이름 앞에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자들이 다 무릎을 꿇고, 11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모두 고백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게 하셨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알렐루야.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 알렐루야.

복음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3,13-17
그때에 예수님께서 니코데모에게 말씀하셨다.
13 “하늘에서 내려온 이, 곧 사람의 아들 말고는 하늘로 올라간 이가 없다. 14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15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16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17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
<신경>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형제 여러분, 그리스도께서 인류 구원을 위하여 몸소 십자가를 지고 가신 것처럼, 우리도 십자가를 지고 묵묵히 그분을 따라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느님 아버지께 우리의 바람을 아룁시다.
1. 사제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주님, 주님께서 뽑으신 사제들이 그리스도의 십자가 신비를 깨닫고, 충실히 성직을 수행하며,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에 온 힘을 다하게 하소서.
◎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2. 세계 지도자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주님, 세계의 모든 지도자에게 인류에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을 심어 주시어, 이 세상에서 주님께서 바라시는 진정한 평화를 이루는 데 이바지하게 하소서. ◎
3. 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주님, 몸이 아파 괴로워하고 있는 모든 이에게 힘과 용기를 주시어, 그들이 십자가의 고통을 이기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생각하며 아픔을 견디어 낼 수 있게 하여 주시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도록 이끌어 주소서. ◎
4. 우리 자신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주님,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을 맞이하여, 저희 모두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생각하며, 희생과 봉사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
+ 주님, 자신의 십자가를 충실히 지고 가는 자녀들의 기도를 즐겨 들어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예물기도

주님, 십자가 제단에서 온 세상의 죄를 대신 갚아 주셨으니, 성자 그리스도의 제사로 저희 모든 죄를 깨끗이 씻어 주소서. 우리 주…….

영성체송

요한 12,32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내가 땅에서 들어 올려지면, 모든 사람을 나에게 이끌어 들이리라.

영성체 후 묵상

십자가는 장식품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십자 성호를 긋고 있습니다. 모든 일의 시작을 십자 성호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십자가는 이제 우리 생활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순교자 성월을 지내면서 순교자들의 희생과 함께 우리의 고통도 묵상해야겠습니다. 십자가를 질 수 있는 힘을 청하며 한 주간을 보냅시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 예수 그리스도님, 성체를 받아 모시고 간절히 비오니, 주님께서 생명의 십자 나무로 구원하신 저희가 부활의 영광을 누리게 하소서. 주님께서는…….

오늘의 묵상

십자가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큰 십자가는 성당에 있습니다. 작은 십자가는 집에 걸어 둡니다. 목걸이와 반지에도 십자가를 새깁니다. 그러나 십자가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면 모든 것은 장식에 지나지 않습니다.
십자가는 고통입니다. 시련입니다. 억울함입니다. 마침내 죽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셨습니다. 우리 역시 그래야 합니다. 누군가를 위한 희생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게 하라고 십자가를 모셔 두는 것입니다. 십자가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삶은 방황합니다. 왜 이 고통을 주시는지, 어찌하여 이러한 시련에 부대껴야 하는지 불평하게 됩니다.
오늘 제1독서의 민수기에서 볼 수 있듯이, 이스라엘 사람들은 광야 생활에 싫증을 느낍니다. 보잘것없는 음식과 계속되는 여정에 넌더리를 내며 항의합니다. 고생하며 ‘시달려야 하는 이유’를 몰랐던 것이지요. 그러자 ‘불 뱀’의 습격이 있었습니다. 불평하는 이들은 뱀에 물려 죽어 갔습니다. 사람들이 뉘우치자 모세는 ‘구리 뱀’을 만들어 달아 올립니다. 그것을 쳐다보는 이들은 살아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민수 21장 참조).
우리 역시 십자가를 보면서 힘을 얻습니다. 삶의 어려움을 헤쳐 나갈 은총을 받습니다. 그러기에 하루에도 여러 번 십자 성호를 그으며 기도합니다. 십자가를 삶의 중심으로 고백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