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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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3일 월요일

[(녹) 연중 제4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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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전례

성 블라시오 주교 순교자, 또는 성 안스가리오 주교

입당송

시편 88(87),3 참조
주님, 제 기도 당신 앞에 이르게 하소서. 제 울부짖음에 귀를 기울이소서.

본기도

전능하시고 자비로우신 하느님, 저희에게 해로운 것을 모두 물리쳐 주시어, 저희가 평안한 몸과 마음으로 자유로이 하느님의 뜻을 따르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말씀의 초대

다윗 임금이 아들 압살롬의 반란에 쫓기는 신세가 되자 그는 주님의 처분에 모든 것을 맡기기로 결심한다. 모든 신하에게 퇴각 지시를 내린 다윗은 울며 머리를 가린 채 맨발로 올리브 고개를 올라간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을 마주하시고 “더러운 영아,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하고 명령하셨다. 더러운 영들은 자기들을 그 지방 밖으로 쫓아내지 말고 돼지들 속으로 들어가게 해 주십사고 청하였다. 예수님의 허락으로 그들이 돼지들 속으로 들어가자, 돼지 떼들은 비탈을 내리달아 호수에 빠져 죽었다. 이 일을 보고 들은 마을 사람들은 예수님께 자기 고장을 떠나 주십사고 요구한다(복음).

제1독서

<압살롬에게서 달아납시다. 주님께서 명령하신 것이니 저주하게 내버려 두시오.>
▥ 사무엘기 하권의 말씀입니다. 15,13-14.30; 16,5-13ㄱ
그 무렵 13 전령 하나가 다윗에게 와서 말하였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마음이 압살롬에게 쏠렸습니다.” 14 다윗은 예루살렘에 있는 모든 신하에게 일렀다. “어서들 달아납시다. 잘못하다가는 우리가 압살롬에게서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오. 서둘러 떠나시오. 그러지 않으면 그가 서둘러 우리를 따라잡아 우리에게 재앙을 내리고, 칼날로 이 도성을 칠 것이오.”
30 다윗은 올리브 고개를 오르며 울었다. 그는 머리를 가리고 맨발로 걸었다. 그와 함께 있던 이들도 모두 제 머리를 가리고 울면서 계속 올라갔다.
16,5 다윗 임금이 바후림에 이르렀을 때였다. 사울 집안의 친척 가운데 한 사람이 그곳에서 나왔는데, 그의 이름은 게라의 아들 시므이였다. 그는 나오면서 저주를 퍼부었다. 6 온 백성과 모든 용사가 임금 좌우에 있는데도, 그는 다윗과 다윗 임금의 모든 신하에게 돌을 던졌다.
7 시므이는 이렇게 말하며 저주하였다. “꺼져라, 꺼져! 이 살인자야, 이 무뢰한아! 8 사울의 왕위를 차지한 너에게 주님께서 그 집안의 모든 피에 대한 책임을 돌리시고, 그 왕위를 네 아들 압살롬의 손에 넘겨주셨다. 너는 살인자다. 이제 재앙이 너에게 닥쳤구나.”
9 그때 츠루야의 아들 아비사이가 임금에게 말하였다. “이 죽은 개가 어찌 감히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을 저주합니까? 가서 그의 머리를 베어 버리게 해 주십시오.”
10 그러나 임금은 “츠루야의 아들들이여, 그대들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소? 주님께서 다윗을 저주하라고 하시어 저자가 저주하는 것이라면, 어느 누가 ‘어찌하여 네가 그런 짓을 하느냐?’ 하고 말할 수 있겠소?” 11 그러면서 다윗이 아비사이와 모든 신하에게 일렀다. “내 배 속에서 나온 자식도 내 목숨을 노리는데, 하물며 이 벤야민 사람이야 오죽하겠소? 주님께서 그에게 명령하신 것이니 저주하게 내버려 두시오. 12 행여 주님께서 나의 불행을 보시고, 오늘 내리시는 저주를 선으로 갚아 주실지 누가 알겠소?”
13 다윗과 그 부하들은 길을 걸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3,2-3.4-5.6-8ㄱㄴ(◎ 8ㄱㄴ 참조)
◎ 일어나소서, 주님. 저를 구하소서.
○ 주님, 저를 괴롭히는 자들 어찌 이리 많사옵니까? 저를 거슬러 일어나는 자들 많기도 하옵니다. “하느님이 저런 자를 구원하실까 보냐?” 저를 빈정대는 자들 많기도 하옵니다. ◎
○ 주님, 당신은 저의 방패, 저의 영광, 제 머리를 들어 높이는 분이시옵니다. 제가 큰 소리로 주님께 부르짖으면, 당신의 거룩한 산에서 응답하시나이다. ◎
○ 주님이 나를 지켜 주시기에, 누워 잠들어도 나는 깨어나니, 나를 둘러싼 수많은 무리도, 나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일어나소서, 주님. 저를 구하소서, 저의 하느님. ◎

복음 환호송

루카 7,16
◎ 알렐루야.
○ 우리 가운데에 큰 예언자가 나타나셨네. 하느님이 당신 백성을 찾아오셨네.
◎ 알렐루야.

복음

<더러운 영아,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5,1-20
그때에 예수님과 제자들은 1 호수 건너편 게라사인들의 지방으로 갔다. 2 예수님께서 배에서 내리시자마자,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 무덤에서 나와 그분께 마주 왔다. 3 그는 무덤에서 살았는데, 어느 누구도 더 이상 그를 쇠사슬로 묶어 둘 수가 없었다. 4 이미 여러 번 족쇄와 쇠사슬로 묶어 두었으나, 그는 쇠사슬도 끊고 족쇄도 부수어 버려 아무도 그를 휘어잡을 수가 없었다. 5 그는 밤낮으로 무덤과 산에서 소리를 지르고 돌로 제 몸을 치곤 하였다.
6 그는 멀리서 예수님을 보고 달려와 그 앞에 엎드려 절하며, 7 큰 소리로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 당신께서 저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하느님의 이름으로 당신께 말합니다. 저를 괴롭히지 말아 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8 예수님께서 그에게 “더러운 영아,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하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9 예수님께서 그에게 “네 이름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시자, 그가 “제 이름은 군대입니다. 저희 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10 그러고 나서 예수님께 자기들을 그 지방 밖으로 쫓아내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청하였다.
11 마침 그곳 산 쪽에는 놓아 기르는 많은 돼지 떼가 있었다. 12 그래서 더러운 영들이 예수님께, “저희를 돼지들에게 보내시어 그 속으로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13 예수님께서 허락하시니 더러운 영들이 나와 돼지들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이천 마리쯤 되는 돼지 떼가 호수를 향해 비탈을 내리 달려, 호수에 빠져 죽고 말았다.
14 돼지를 치던 이들이 달아나 그 고을과 여러 촌락에 알렸다.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려고 왔다. 15 그들은 예수님께 와서 마귀 들렸던 사람, 곧 군대라는 마귀가 들렸던 사람이 옷을 입고 제정신으로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그만 겁이 났다. 16 그 일을 본 사람들이 마귀 들렸던 이와 돼지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17 그러자 그들은 예수님께 저희 고장에서 떠나 주십사고 청하기 시작하였다.
18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배에 오르시자, 마귀 들렸던 이가 예수님께 같이 있게 해 주십사고 청하였다. 19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허락하지 않으시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집으로 가족들에게 돌아가, 주님께서 너에게 해 주신 일과 자비를 베풀어 주신 일을 모두 알려라.” 20 그래서 그는 물러가,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해 주신 모든 일을 데카폴리스 지방에 선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

예물기도

주님, 이 제사를 자비로이 굽어보시어, 저희가 성자의 수난을 기념하며, 믿음과 사랑으로 그 신비를 따르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23(22),1-2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저희가 성체로 힘을 얻고 감사하며 자비를 바라오니, 저희에게 성령을 보내시어, 성령의 힘으로 저희 삶을 변화시켜 주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주일 학교 다니던 어린 시절에 오늘 복음의 내용을 듣고서 좀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예수님과 더러운 영들 사이의 대화의 내용도, 그 영들이 ‘군대’라고 하는 표현도 낯설었지만, 무엇보다도 그 마귀들이 애꿎은 돼지들에게 들어가 호수에 빠져 죽는 모습이 너무나 이상하게 들렸습니다. 사실 지금도 오늘의 복음에 묘사된 모습을 떠올려 보면, 그것을 본 사람들이 기겁하였던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이해하기 힘든 성경 말씀의 깊은 뜻을 막연하게나마 처음으로 감지한 것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을 하나하나 읽어 나가다가 『악령』이라는 소설을 만났을 때입니다. 도스토옙스키는 이 소설의 머리말로, 오늘 복음에 나오는, 돼지 떼를 호수로 몰아넣은 더러운 영들의 이야기를 골랐습니다. 그의 가장 난해한 소설로 꼽히고 또 완성도에서도 논란이 많기도 한 작품이지만 저는 여기서 매우 강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 까닭인지 소설을 읽은 지 아주 오래되었지만 오늘 복음 말씀을 대하면 먼저 이 작품이 떠오릅니다.
작가가 이 성경 구절을 선택한 이유를, 머리말에 같이 싣고 있는 러시아의 대시인 푸시킨의 시구에 비추어 보면 조금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때려죽인다고 해도 흔적이 보이지 않는군./ 길을 잘못 들었어. 이제 어떡한담./ 아무래도 악령이 우리를 들판으로 내몰아서, 사방을 헤매게 만드나 보다.”
이 소설에서 도스토옙스키는 허무주의나 무신론, 공산주의 같은 이념에 사로잡혀 진정한 삶의 방향을 상실하고 있는 당시의 젊은이들과 사회의 모습을 그려 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서로서로 파괴하고 자기 자신마저 죽음으로까지 내몰게 하는 혼돈 시대의 배후인 ‘악령’의 특징을 보여 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는 이를 윤리적 감각과 타인을 제대로 사랑하는 능력을 잃은 정신적 공허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죽음의 막다른 길로 질주하는 돼지 떼 같은 이 시대의 혼돈 속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의 시선이 향하고 우리의 귀를 기울여야 하는 곳은, 주님께서 계신 곳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