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혼인성사] 혼인에 대하여 다시 생각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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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호식 [ jpatrick ] | 작성일2009-07-23 | |||
혼인에 대하여 다시 생각한다
붕괴되는 가정에 대한 보도들
‘결혼은 줄고 이혼은 계속해서 늘어’, ‘경제문제로 이혼하는 부부 늘어’, ‘30대 이상 만혼 증가와 20대의 혼인 감소’ 등등, 가정 · 혼인에 대한 가치관이 크게 변화하고 있으며 가정이 파괴되고 있다는 소식들이 신문 지상의 머릿기사를 장식하고 있다.
2001년 통계청 보고에는 하루 평균 877쌍이 결혼했고 370쌍이 이혼하는, 10쌍이 결혼할 때 4쌍 이상이 이혼하는 셈이라고 한다. 이혼의 주된 이유는 가족간의 불화 등 부부 불화가 74%로 가장 많았고, 경제문제에 따른 이혼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히고 있다.
혼인과 가정의 위기를 가져오는 원인으로는 종교적 · 윤리적 가치관의 쇠퇴와 물질 · 향락주의적인 사회 분위기, 삶의 본질적인 가치관을 무너뜨리는 물질만능주의 등을 들 수 있겠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이유는 하느님을 잃어버리고 자연법을 무시한 현대인의 삶의 형태이다.
“혼인은 무엇인가? 가정이란 무엇인가?” 이 같은 질문에 가톨릭 교회에서 제시하고 있는 혼인의 개념을 살펴보는 일은 잃어가고 있는 결혼의 신비와 가정의 중요성 그리고 하느님의 신비를 되찾는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혼인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찾아서
교회법은 혼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혼인 서약은, 이로써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그 본연의 성질상 부부의 선익과 자녀의 출산 및 교육을 지향하는 평생 공동 운명체를 이루는 것인바, 주 그리스도에 의하여 영세자들 사이에서는 성사의 품위로 올려졌다”(교회법 1055조 1항).
(1) 혼인은 계약이 아니라 서약이다
교회는 혼인을 계약이 아니라 서약이라 표현한다. 계약은 당사자의 합의나 법률에 의하여 취소될 수 있는 것이다. 교회의 혼인법은 혼인을 단순히 계약으로 보지 않는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일생을 약속하는, 서로의 인격을 내어주는 평생 공동 운명체로서의 삶이기에 이는 계약이 아니라 서약인 것이다.
(2) 혼인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만남이다
혼인의 단일성에 대하여 설명하는 부분이다. 단일성이란 일부일처제를 말하는 것으로 일부다처제나 일처다부제를 배제한다는 뜻이며 동성혼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이를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목헌장 49항에서는 “서로의 완전한 사랑 속에서 남편이나 아내에게 평등하게 인정해야 할 인격적 존엄성은 주님께서 확인하신 혼인의 단일성을 밝혀준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혼인의 단일성은 부부간의 충실성을 요구한다. 그리스도교의 혼인은 하느님의 계획에 그 기원을 두기 때문에 단일성이 충실성과 같은 의미로 이해된다.
(3) 부부의 선익을 위해 있다
부부공동체는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타적인 자기를 내어놓는 증여의 삶을 통해 부부의 자연적, 정신적 선익을 촉진시킨다는 의미이다. 이는 부부 사이의 성행위, 상호 인격적 관계, 정신적, 물질적 도움 등 삶 전체를 주고받는 행위를 말한다.
(4) 자녀의 출산 및 교육을 지향한다
하느님 사랑의 선물이 자녀이며 부부는 자녀를 통해 자신들의 사랑의 유대가 강화된다. 부모는 자녀가 그리스도교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느님의 사랑에 기초해서 태어난 자녀들이기에 하느님의 사랑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5) 한순간이 아닌 평생 공동 운명체이다
혼인은 본질적으로 불가해소성을 갖는다. 불가해소성이란 부부가 살아있는 한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것, 곧 죽음 이외에는 혼인의 관계가 풀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그리스도교의 혼인에서 이혼이란 불가하다는 뜻이다.
물론 교회 혼인은 단일성과 불가해소성을 다 얘기하고 있으나 특별한 경우 혼인의 해소를 인정하고 있다. 곧 바오로 특전이나 신앙의 특전에 의한 유효한 혼인의 해소나 승인된 미완결된 혼인에 대한 관면의 경우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이혼을 인간 자유의 표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내면에는 이기주의와 윤리와 사회 타락의 표현이 들어있다.
혼인이 깨질 수 없다는 것은 부부의 인격적 삶의 완전한 실현이며 가정의 견고성과 성장을 의미하는 동시에 사회의 공동선을 위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서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된다.”고 가르치셨다.
(6) 그리스도께서 성사의 품위로 올리신 신비의 공동체이다
혼인은 남녀간의 자연적인 결합일 뿐만 아니라 세례 받은 사람들 사이의 혼인은 그리스도에 의하여 성사의 품위로 올려졌다. 비록 혼인의 성사성이 그리스도에 의해 설정되었다는 직접적 언급이 성서에는 없지만 혼인이 성사라는 것은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에 깊이 토대를 두고 있다.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나 모세 법을 통한 이혼의 거부, 단일성과 불가해소성을 설파하신 예수님의 모습이 이를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부로 살아가기
통계자료에서 나타나듯 오늘날 가정은 위기를 맞고 있다. 실리만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그리스도교 신앙 안에서 ‘혼인성사’를 받은 신자 부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회 법원에도 혼인해소와 재혼에 관한 문의가 늘어난다.
가톨릭 교회는 혼인은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이며 이를 인간이 풀 수 없다고 가르치고 있다. 불교에서는 인간 세상을 고해라고 한다. 이 험난한 바다를 헤쳐나가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사랑과 용서와 인내가 필요하며 서로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겸손한 자세가 요구된다.
혼인도 성소이다. 그 완성은 혼인 서약 때 비록 혼인의 풍성하고 완전한 의미를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때 맺은 사랑을 한평생 가꾸어가는 삶 속에서 이해되고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한 남자와 한 여자를 부부로 맺어주신 하느님께서 늘 곁에서 지켜주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이용호 바오로 신부는 대전교구 소속으로 갈매못 성지를 담당하고 있으며 대전교구 법원에서 검찰관 겸 성사보호관을 말고 있다.
[경향잡지, 2003년 5월호, 이용호 바오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