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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앙의 신비여 - 01 면담고해성사(총고해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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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헌모 [ kanghmo7 ] 작성일2012-04-14

찬미예수님!
 

신앙의 신비여
사제 생활 50년의 단상

왕영수 신부 지음

3. 치유의 시간, 치유의 은사

01 면담고해성사(총고해성사)
대화를 나눌 때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찬가지로 인생 상담이나 고해성사, 영성 상담과 같은 전 인적인 상담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가톨릭교회 전례헌장은 얼굴을 보 면서 고해성사 보기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성직자 위주로 제 도하되고 나서 중세부터 고백이 형식화된 측면이 없지 않은 것은 사 실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나는 사목 활동 가운데 개인 상담, 면담 - 고해를 매우 중요한 직무 오 여겨왔습니다. 이것이 나의 소명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소명이라 믿었기 때문에 지난 30여 년간 일주일에 2, 3일씩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신자들을 만나 면담과 고해성사를 주었습니다. 신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나는 하느님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었고 내 사제생활이 성숙해지는 은총을 받았습니다. 면담이나 면담고해성사는 의사와 환자가 마주 앉아 상담하는 것과 는 크게 다릅니다. 사제와 신자가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그 자리에는 기도가 있고 하느님이 함께 계시고 성령께서 활동하시면서 돕고 계시 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안에서 사제와 인격적으로 만나기 때문에 마 음을 열고 깊은 대화가 가능한 것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면담고해 를 통해 내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사례를 나는 많이 경험했습니다. 면담고해를 하고 마음속에 맺힌 한을 풀고 상처를 치유받고 안수와 기도를 하고 난 뒤 의 그들의 모습은 몰라보게 달라졌고, 그들의 삶은 이전과는 전혀 다 른 삶을 살아가는 것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습니다. 지난 30여 년간 이렇게 면담고해성사를 해오면서 가끔 내가 '비안 네' 신부님을 닮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내 가 면담 또는 상담의 은사, 또 믿음과 지혜의 은사, 치유의 은사를 통 해 복음을 선포하는 역할을 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 니다. 교회의 성사적인 행위는 모두 예수님의 행위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믿음이며 교회의 가르침입니다. 따라서 용서와 치유는 내가 하는 것 이 아니라, 또 내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다만 은사를 받은 도구 로서 사람에게 유익하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나의 은사적, 성사 적 행위였을 뿐입니다. 면담고해를 시작할 때 나는 '주님의 기도'와 구체적이고도 간절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보내주신 데 대하여 감사기도를 드립니다. "사랑이신 주님, 당신이 사랑하는 000 자매를 만나게 해주신 것 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에 함께하여주시고 당신 사랑으 로 이 시간을 이끌어주옵소서. 당신이 사랑하는 000 자매가 앞으로 더 기쁘고 보람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은총을 이 시간에 내려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그리고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배려하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기도 로 주님을 모시고 해결과 치유를 간구하고, 또 내담자를 진심으로 반 기는 마음이 전달되었을 때 우리의 이야기는 상당히 자연스럽게 진 행됩니다. 면담 시간은 대개 최소한 30분에서 한 시간 반 정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것까지는 말하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먹었던 얘기 까지 다 털어놓고 마는 것 같습니다. 정신과 의사한테 1년 이상 치료 받은 후에야 가능한 대화를 한 시간이면 부끄럽고 감추고 싶었던 속 깊은 얘기까지 다 하게 됩니다. 그 은혜로운 시간에 나는 속으로 이렇 게 기도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당신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랑으로 지난날의 상처와 아픔을 어루만져주십시오. 내면의 깊은 곳까지 모두 고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당신의 역사하심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 다." 이렇게 주님의 현존과 사랑의 축복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계속된 면 담고해들은 내게도 큰 은혜였습니다. 그래서 가끔 하루 열 시간의 면 담고해성사를 주고 나면 몸은 피곤하지만 그 성사의 은총이 바로 내 사제생활과 영성생활에 새로운 힘을 주고 도움을 주는 것을 느낄 때 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신자들이 면담고해를 통해 성사의 은총을 누릴 수 있기까지 사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나의 경우 나이가 많은 사제에 대한 신뢰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지만, 그보다는 내가 그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 잘되기를 원하면서 사랑을 나누고 있다 는 느낌을 주었던 것이 그들의 마음을 여는 데 크게 도움이 됐을 것입 니다. 의사와 달리 돈을 받지 않기 때문에 더 쉽게 문제점에 접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 관심과 사랑과 우정을 가지고 열심히 들어주 고 가끔씩 얘기에 동조하면서 스스럼없이 마음의 문을 열게 한 것도 문제해결의 열쇠가 되었을 것입니다. 한 시간 가까운 얘기가 끝나면 나는 5~7분 정도 진단과 처방을 전 합니다. 죄라고 생각했던 것,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바로 알게 해주고, 머리와 가슴으로 느끼지 못한 충격과 갈등과 상처와 같 은 드러난 현상들의 근원과 핵심적인 뿌리를 찾아내어 들려줍니다. 자신도 모르고 살아온 자기내면을 대면하면서 그들은 비로소 자신의 참 모습을 만나게 되고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만남과 발견은 새 로운 출발을 가능하게 해주는 큰 힘이 되는 것입니다. 그때 나는 특히 사랑받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과 함 께 기도할 것을 당부합니다. "우리 안에 계시는 성령을 통하여 아버지의 사랑을 우리에게 부어 주었습니다."라는 <로마서> 5장 5절의 말씀과 함께, 크고 위대한 하느 님의 사랑을 내 안에 계시는 성령을 통해 내 마음에 부어주시기를 청 하라고 권합니다. 지금 그 사랑을 전달해주시고 그 사랑에 흥건히 적 셔주시기를, 그 사랑 안에 잠겨서 살 수 있도록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 도하라고 가르칩니다. 그러고는 일주일 또는 한 달 동안 3~5회 지속적으로 만납니다. 그 런 가운데 상처가 치유되고 죄에 대한 의식까지 씻깁니다. 많은 사람 들이 죄의 용서를 받고도 죄의식 때문에 괴롭게 사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서 해방되어 기쁘고 자유롭게 살게 되는 것을 볼 때 참으로 면담 고백성사의 큰 은총에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내 생각으로는 교회 안에서 영적지도 신부가 필요하다고 하는 이유 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영적, 신앙적, 가정적, 사회적, 인간적으로 지도를 받는다면 그 생활이 빗나가지 않 고 지속적으로 성장해서 삶의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1980년부터 고해소는 내게 있어 중요한 기도 장소였고, 사목 활동의 중요한 현장이었습니다. 그리고 면담고해야말로 사람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참으로 좋은 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누구나 일생에 세 번 정도 자신을 돌아보는 총고해성 사, 면담고해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즉 어릴 때부터 현재 까지를 되돌아보면서 혼인 전에 한 번, 회갑 또는 은혼식 때, 그리고 죽음 전에, 인생의 중요한 마디마디마다 총 정리를 하고 새로운 출발 을 하는 것이 인간적으로나 영적으로 우리 삶을 하느님의 은총 안에 살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삶이 어디에서 잘못됐는지, 어디서 빗나갔는지, 내 상처와 한과 슬픔과 분노는 무엇인지, 누구에게 상처를 주었는지, 기도하고 또 특 별한 은총을 청하면서 총고해 또는 면담고해를 한다면 우리는 성사 를 통해 용서와 치유를 받게 될 것이고 기쁨을 회복하고 이해와 사랑 안에서 주님이 원하시는 삶을 살 수 있는 은총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네가 처음에 지녔던 사랑을 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네가 어디에서 빗나갔는지를 생각하여 뉘우치고, 처음에 하던 일들을 다 시 하여라."(묵시 2,5)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