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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르도 마젤라(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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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명 제라르도 마젤라 (Gerard Majella)
축일 10월 16일
성인구분 성인
신분 수사
활동지역
활동연도 1726-1755년
같은이름 게라르도, 게라르두스, 제라드, 제라르두스, 제라르드
성지와 사적지 게시판
제목 가톨릭 성인의 삶: 성체 안에 계시는 성 제라르도 마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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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10-29 조회수228 추천수0

[가톨릭 성인의 삶] 성체 안에 계시는 성 제라르도 마젤라(축일: 10월 16일)

 

 

구름이 흘러가는 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한 이곳은 ‘지극히 거룩한 구속주회’ 수도원입니다.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사락사락 비질 소리가 들리는 거 보니 오늘도 제라르도 마젤라 수사가 성전 청소를 시작했나 봅니다. 지금은 성전 청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만, 처음엔 이탈리아 작은 마을 ‘무로’에서 양복점을 하셨던 아버지 덕분에 재봉 수사로 지냈습니다. 이후 수도원 문지기, 성당 지기, 제의방 지기 등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왔죠. ‘궂은일’이라 표현했지만, 제라르도 수사도 그렇게 생각했을지는 의문입니다. 왜냐하면 일하는 내내 늘 웃는 얼굴인 데다 평온하기까지 했으니까요. 특히 성전 청소를 맡은 이후에는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게 아니라 꽃가루를 흩뿌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니까요. 제라르도 수사가 이리도 행복해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성전 청소를 하는 동안에는 성체와 더욱 가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비질하다가도, 걸레질하다가도, 성체를 바라보며 싱긋 웃는 그입니다. 마치 예수 그리스도와 눈을 마주치듯 말이죠. 그런데 요즘, 제라르도 수사의 얼굴은 어둠 그 자체입니다. 어떤 여인과 불미스러운 관계에 있다고 고발당했기 때문이죠. 정말이냐고요? 그럴 리가요. 아니 뗀 연기에 불이 나는 법도 있나 봅니다. ‘말(言)’이라는 건 참 무섭습니다. 그 무엇보다 예리한 칼날이 되어 ‘소문’이라는 덫을 만들고 한 사람을 점점 조여 가거든요. 형태도 없는 그것의 끔찍함은 당해 본 사람만이 알 겁니다. 그 시간이 오래되면 안에서부터 자란 억울함이 명치를 눌러 숨을 쉴 수 없게 되죠. 그러니 어떤 변명이라도 하거나 소문을 낸 이를 찾아가 멱살이라도 잡고 흔들 만도 하건만 제라르도 수사는 침묵을 택했습니다. 그저 묵묵히 진실이 밝혀지기만을 기도하며 기다리기로 말이죠. 침묵은 제라르도 수사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방법이 되었습니다. 비질을 멈추고 성호를 긋는 걸 보니 청소가 끝난 모양입니다.

 

성체 앞에 엎드리네요.

어깨가 들썩이고 등이 점점 말려갑니다.

 

지옥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고통이 동반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만, 지금 제라르도 수사를 보면 알 것도 같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말, 자신을 향한 시선, 혼자라는 외로움, 표현하지 못하는 답답함. 그 모든 것은 견뎌낼 수 있지만,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성체를 모실 수 없다는 것! 그것은 제라르도 수사에게 이토록 견디기 힘든 지옥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다른 수사가 영하는 성체를 강제로 뺏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기까지 했죠. 이 고통을 견디는 방법이 달리 어디 있겠습니까? 오늘도 제라르도 수사는 성체 앞에서 밤을 새울 것 같습니다.

 

* 덧: 성 제라르도 마젤라를 모함한 이는 훗날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고 고백하였다.

 

[2019년 10월 27일 연중 제30주일 서울주보 5면, 글 서희정 마리아, 그림 홍미현 세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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