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대전교구,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 유해 진정성 입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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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4-11-19 | 조회수34 | 추천수0 | |
대전교구,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 유해 진정성 입증 교구장 김종수 주교 11월 1일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 유해 진정성에 대한 교령’ 발표
- 6월 1일 대전교구 총대리 한정현 주교가 예산군 삽교읍 용동리 산 9-6번지에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 유해발굴 현장에서 성수예식을 하고 있다. 대전교구 제공
1800년 충남 해미에서 순교한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의 유해에 대한 진정성이 입증됐다. 진정성 확인을 청하는 대전교구 삽교본당 주임 최일현(루카) 신부의 청원서가 대전교구장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에게 제출된 지 1년 2개월만이다.
김종수 주교는 11월 1일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 유해 진정성에 대한 교령’을 발표하고, “충남 예산군 삽교읍 용동리 산 9-6번지에 소재한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의 유해에 대한 교회법적 인준을 위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총대리 한정현(스테파노) 주교를 주교 대리인으로 하는 법정을 구성했다"며 “주교 대리인은 관계자들과 함께 무덤을 발굴하고, 과학적 검증을 거친 전문가들의 의견을 신중히 검토한 결과, 그 진정성을 확인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이 모든 과정을 확인한 본 주교는 위 장소에서 발굴된 유해가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의 유해라고 선언하며 이에 반대되는 모든 것을 배척한다”고 선언했다.
대전교구는 지난 6월 1일 주교 대리인을 포함한 법정 구성원과 전문가 등 55명이 입회한 가운데 시성부 훈령의 규범을 준수해 충남 예산군 삽교읍 용동리 산 9-6번지 무덤을 개묘했다.
개묘 결과와 이후 자문 의뢰에 따라 작성된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 유해의 진정성 확인을 위한 재판’ 판결문(10월 24일자)에 따르면, 해당 무덤 소재지는 교동인씨 족보상에 기록된 매장 방향인 북서에서 남동 방향과 정확히 일치하는 등 인언민의 피장지와 동일한 것으로 판단됐다. 이에 더해 복자의 후손과 인근에 거주해 온 주민이 ‘해당 산소는 봉분과 사성이 크고 또렷했으며 관리가 잘 되었다’, ‘교회 다니다 돌아가셨다거나 예수 믿다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해미에서 돌아가셨다’ 등으로 밝힌 구술은 복자의 순교 사실과 부합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과학적 검증을 위한 감식에서는 유골의 토양화 진행 정도가 심해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개인식별 정보의 확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다만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검사에서 추출한 정보를 통해 피장자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사람들에게 높은 빈도로 발견되는 ‘D4’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아울러 의학적 감식 결과, 발굴된 유골의 보존상태는 풍화 정도가 가장 심한 4단계 또는 5단계에 해당하므로 온전한 형태의 뼈 모양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일부 잔존 유해를 통해 합리적인 추론으로 결과를 도출한 결과 피장자의 유해는 단일 개체로 사망 무렵 나이는 20세 이상에 키는 165±4cm 정도의 성인 남성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 지난 9월 26일 열린 진정성 확인을 위한 재판에서 의학전문가 송창호 씨는 유해의 경화 처리 후 상태 확인 결과, 사망 무렵 나이를 40~50세 이상일 것으로 증언했다.
유골 자체의 과학적 감식 외에도 비교적 온전하게 보존된 목관의 연륜 연대 측정 결과, 목관 시료 최외곽 나이테 절대 연도는 1761년으로, 해당 목부재는 18세기 후반에 벌채돼 목관 제작에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됐다.
무덤이 소재한 용동리 산 9-6번지가 교동 인씨 선영이라는 점에 대해 발굴에 참여한 역사전문가들은 “조선시대 일반적인 장례의례에 비춰 복자가 선산에 매장됐다는 것을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인언민 마르티노의 무덤이 후손들에 의해 성실히 보존, 관리돼 왔으며 순교자가 묻힌 특별한 곳으로 인식됐다는 사실로도 확인된다.
문헌과 구전 증언이 일치하고 무덤의 위치와 매장 방향 등이 고고학적으로 정확히 입증됐으며 무덤 발굴 결과 또한 문헌 및 구전 증언의 진정성을 더욱 분명하게 확인시켜줌에 따라 판결문은 “본 법정은 2024년 6월 1일 충남 예산군 삽교읍 용동리 산 9-6번지에서 발굴한 순교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의 유해에 대해 거룩한 교회의 규정을 준수한 가운데 충실히 검토한 결과 그 진정성이 입증됐음을 확인하고 선언한다”고 밝혔다.
복자 인언민 묘소 진정성 확인 절차는 청원 이후 신속하게 진행됐다. 최일현 신부는 지난 2023년 9월 20일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 추정 묘소 발굴에 관한 진정성 확인과 교회법적 인준을 위한 청원서를 김종수 주교에게 제출했다. 김종수 주교는 이 청원을 수락하고 ‘유해 발굴 및 이전’을 추진하기 위한 교구장 청원서를 교황청 시성부에 제출, 올해 3월 20일자 답신을 통해 동의를 얻었다.
김 주교는 이에 따라 4월 29일 ‘유해 발굴 및 이전’에 대한 허가 교령을 선포함과 동시에 교구 총대리 한정현 주교를 주교 대리인으로 임명해 이후 진행되는 모든 절차에 관한 권한을 위임했고, 검찰관으로 이의현(베드로) 신부, 공증관으로 김솔(노엘) 신부를 임명해 법정을 구성했다.
대전교구는 지난 9월 26일 교황청 시성부 훈령 ‘성인들의 어머니’ 부칙 제2조 제1항과 제2항에 따라 유해의 진정성 확인에 관한 사실 심리를 위해 법정을 개정했고 10월 24일 판결문을 발표했다. [가톨릭신문, 2024년 11월 17일, 민경화 기자]
[인터뷰] 복자 인언민 유해 발굴 청원한 최일현 신부 “지역 공동체에 신앙 원동력 되니 기쁨 두 배”
- 삽교본당 주임 최일현 신부는 “용동리의 무덤에서 나온 유해가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라는 진정성이 입증되면서 저희 삽교본당 공동체에 활력과 큰 기쁨이 됐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대전교구 배나드리 성지 인근에 있는 한 묘지는 오래전부터 천주교를 믿다 순교한 분의 무덤이라는 말이 동네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구전으로 전해진 이야기였지만 그 지역 신자들은 용동리에 살다 해미에서 순교한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의 묘지라 믿었고 그의 순교정신을 따르며 신앙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지난 11월 1일 대전교구장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는 교령을 통해 “충남 예산군 삽교읍 용동리 산 9-6번지에서 발굴된 유해가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의 유해라고 선언하며 이에 반대되는 모든 것을 배척한다”고 밝혔다.
신자들의 믿음과 순교자 현양을 위한 삽교본당 주임 신부의 노력이 더해져 구전되던 이야기는 구체적인 현실이 될 수 있었다.
삽교본당 주임 최일현(루카) 신부는 “오랫동안 용동리에 사신 신자분들이 무명의 묘지에서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의 흔적을 찾길 간절히 원하셨고, 그 증거를 찾는 과정에서 하느님의 인도하심을 느낄 수 있었던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충청도 덕산 주래(현 삽교읍 용동리) 양반집 출신 인언민(1737-1800)은 한양에서 주문모 신부에게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에 전념하기 위해 공주로 이주했다. 그러나 1737년 정사박해 때 붙잡혀 해미에서 돌에 맞아 순교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63세였다. 이후 그의 시신이 해미에 묻혔을거라 추정했으나 용동리 마을에서는 교동 인씨 선영의 무덤 중 하나가 복자의 것이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었다.
“성당 어르신들이 어렸을 때 무덤가에서 놀고 있으면 어른들이 ‘천주교를 믿다 돌에 맞아 돌아가신 분의 무덤이니 함부로 올라가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셨어요. 유난히 봉분이 컸다고 기억하셨죠. 여러분들이 같은 증언을 하시니 그 무덤이 진짜 복자의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 신부는 신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 팀을 꾸려 체계적으로 자료 조사에 나섰다. 마을에 오래 산 신자들 덕분에 교동 인씨 문중과 접촉이 가능했고, 족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무덤을 관리하던 후손의 자녀에게서 무덤에 대한 증언도 들을 수 있었다.
“족보에서 선영에 인언민 복자가 매장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실제 무덤 위치와 족보상의 위치가 일치한 것도 확인했죠. 주민과 후손들의 증언을 모아 교구 교회사연구소에 자문을 구했고,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교구장 주교님께 묘소 발굴을 청원했습니다.”
발굴을 진행한 결과, 유골의 토양화 진행 정도가 심해 유전자 분석을 통한 개인식별 정보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였으나 무덤 위치, 매장 방향, 구전증언, 목관의 연륜 연대 등을 토대로 재판관 한정현(스테파노) 주교는 “발굴된 유해가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라는 진정성이 입증됐음”을 선언했다. 이번 판결은 한국 교회사적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삽교본당 공동체에도 전환점이 됐다.
“삽교본당 신자는 고령이신 분들이 대부분이세요. 몸이 힘드니 편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죠. 63세에 순교한 복자 인언민은 고령이신 신자들에게 신앙생활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날까지 하느님을 잘 섬기며 신앙인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원동력을 이번 판결을 통해 얻게 된 것 같아 기쁩니다.” [가톨릭신문, 2024년 11월 24일, 민경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