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로마 순교록”은 4월 21일 목록에서 페르시아 메소포타미아 지방 셀레우키아-크테시폰(이라크 바그다드[Baghdad] 동편 티그리스강 기슭에 있었던 고대 도시로 오늘날의 알마다인[Al-Mada’in])의 주교였던 성 시메온 바르 사바에(Simeon bar Sabbae, 또는 시메온)의 순교에 대해 전해주었다. 그는 수사(Susa, 오늘날 이란 서부 후제스탄주[Khuzestan州]의 슈시[Shush]에 있었던 고대 도시)에서 태어났는데, 그의 이름 뒤에 붙은 ‘바르 사바에’의 뜻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즉, ‘사바(Sabba)의 아들(bar)’ 또는 ‘노인(sabba)의 아들(bar)’로 볼 수도 있고, 아버지의 직업에 따른 성(姓)이거나 안식일에 태어난 사람에게 주어진 이름으로 보기도 한다. 그는 당시 동방교회의 사실상 수장 자리인 셀레우키아-크테시폰의 주교가 되었다. 이미 사도 시대에 그리스도교가 이란 고지대까지 전파되었고, 3세기 무렵에 페르시아에 360여 개의 교회가 있었다고 한다. 4세기 초에 사산 왕조 제10대 왕이자 그리스도교의 박해자였던 샤푸르 2세(Shapur II, 309~379년 재위)가 태어나면서 바로 왕위에 올랐다. 모후가 섭정을 거둔 325년부터 샤푸르 2세가 직접 통치를 시작했는데, 이듬해에 처음으로 그리스도교에 대한 박해를 시작했다. 그는 성당과 수도원을 파괴하고, 그리스도인들이 조로아스터교(Zoroastrianism)로 개종하지 않으면 무자비한 고문과 함께 혹독한 박해를 40여 년간 지속했다. 박해 중에 그리스도인에게 견딜 수 없는 세금을 부과하고 성직자에게는 가장 많은 세금을 매겼다. 하지만 모든 신자가 거의 다 가난한 상태였기에 성 시메온 주교는 왕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고, 결국 왕의 명령으로 체포되어 쇠사슬에 묶인 채 불의한 재판정으로 끌려갔다. 그는 태양신을 숭배하라는 요구를 용감하게 거부하며 그리스도를 증언하였고, 그로 인해 모진 고문을 받고 동료 주교와 사제와 다양한 품계의 성직자를 포함한 100명의 증거자들과 함께 지하 감옥에 오랫동안 갇혔다. 그 후 341년 주님 수난 성금요일에 성 시메온은 백여 명의 동료 그리스도인들이 참수되는 광경을 모두 목격한 후 그 또한 참수형으로 순교하였다. 그는 순교에 앞서 자기 눈앞에서 희생되는 동료들을 하나하나 격려하며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에 앞서 순교한 저명한 이들 중에는 궁정 시종이자 샤푸르의 가정교사였던 성 우스타자네스(Usthazanes)도 있었는데, 그는 그리스도인이었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배교하고 태양신을 숭배했었다. 하지만 오랜 친구인 성 시메온 주교가 체포되어 가는 모습을 보고 부끄러움에 회개하고 신앙을 고백했다. 분노한 샤푸르 왕의 명령으로 성 우스타자네스는 오늘날 이라크에 속한 아디아베네(Adiabene) 지방에 있는 왕의 동생인 아르타크세르크세스의 궁전에서 순교하였다. 그 외에도 성 시메온의 사제인 성 압데칼라스(Abdechalas)와 성 아나니아스(Ananias) 그리고 왕실 기술자들의 최고 책임자인 성 푸시치오(Pusicius)가 있었다. 성 푸시치오는 잠시나마 신앙을 부인하려던 성 아나니아스 사제를 격려했다는 이유로 성토요일에 참수형을 당해 순교하였다. 그리고 다음 날 주님 부활 대축일에 성 푸시치오의 딸인 동정 성녀 마르타(Martha)가 순교하였다. 2001년 개정 발행되어 2004년 일부 수정 및 추가한 “로마 순교록”은 옛 “로마 순교록”에서 4월 21일에 기념하던 성 시메온 주교를 4월 17일 목록으로 옮겨 페르시아의 샤푸르 2세 왕 때 태양신 숭배를 거부하고 동료 주교, 사제, 다양한 품계의 성직자 100명 이상과 함께 감옥에 갇혔다가 주님 수난 성금요일에 모두의 죽음을 지켜본 후 순교했다고 기록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같은 날인 4월 17일 목록에서 성 시메온 주교의 순교 이후 궁정 환관이자 샤푸르의 가정교사였던 성 우스타자네스도 순교했다고 전해주었다. 그리고 4월 18일 목록에서 왕실 장인들의 으뜸인 성 푸시치오가 성토요일에 순교했고, 4월 19일 목록에서 성 푸시치오의 딸인 동정 순교자 성녀 마르타가 주님 부활 대축일에 순교했다고 기록하였다. 이렇게 개정 “로마 순교록”은 옛 “로마 순교록”이 4월 21일 목록에서 전해준 순교자 중에서 성 시메온과 성 우스타자네스, 성 푸시치오, 성녀 마르타의 이름만 명시하고 다른 두 사제 순교자의 이름은 별도로 표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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