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젤리스트와 페레그리누스(Peregrinus)는 이탈리아의 베로나(Verona)에서 학창 시절에 만나 우정을 나눈 이래 무덤에 갈 때까지 함께 생활한 보기 드문 친구이다. 두 사람은 수도원에 들어가 하느님만 섬기기로 결심하고 입회하였는데 그 수도회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 후 그들은 환시를 보게 되었고, 그때 받은 환시에 따라 베로나 교외에 있던 성 아우구스티누스 은수자회의 공동체에 들어갔다. 그들의 행동은 모범적이었다. 원장이 어느 날 당신들은 왜 그토록 자주 문 밖에서 하늘만 응시하고 기도하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천주 성자를 팔에 안고 계시는 성모님과 성녀 안나(Anna)를 그곳에서 뵈옵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고, 그분들이 바로 자신들에게 은수생활을 하도록 인도하신 분들이라고 하였다. 그들이 받은 초자연적 은혜는 이 두 친구들에게 원기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항상 겸손한 자로 처신토록 하였으며, 가장 힘든 노동까지 자발적으로 하게 만들었다. 또 그들은 치유의 은사를 받았기 때문에 은둔소를 찾아오는 환자들을 낫게 하여 그곳은 날로 유명해졌다. 에반젤리스트는 천사의 발현을 받고 머지않아 임종하리라는 말씀을 듣고는 무릎을 꿇고 감사드리자 그 천사는 평화로이 물러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페레그리누스도 하느님께 간청하여 친구와 같이 불러 달라고 기도하였는데, 에반젤리스트가 마지막 숨을 몰아쉬면서 너도 곧 나를 따르리라고 말한 뒤에 페레그리누스가 운명하여 같은 무덤에 안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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