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 에스테르기에 등장하는 에스테르는 예루살렘이 멸망한 후 바빌론 임금 네부카드네자르가 잡아 온 유다인 중 하나이다. 그녀는 벤야민 지파 출신 아비하일의 딸로 부모가 죽은 뒤 수사 성읍의 왕궁에서 봉직하는 삼촌 모르도카이의 양녀가 되었다. 에스테르는 모습이 아름답고 용모가 어여쁜 처녀였다. 당시는 인도에서 에티오피아까지 이르는 대제국을 다스리던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의 통치 시대였다. 크세르크세스 임금이 신하들을 위해 큰 잔치를 벌이는데 취흥이 돋자 와스티 왕비를 불렀다. 백성과 고관들에게 왕비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왕비는 임금의 분부를 거절하고 나오지 않았고, 이에 격분한 임금은 왕비를 폐위시켰다. 새로운 왕비를 찾던 임금은 에스테르를 사랑하게 되어 그녀를 자신의 왕비로 삼았다. 에스테르는 삼촌의 명대로 자신의 출신에 대해서는 함구하였다. 당시 궁궐 대문에서 근무하고 있던 모르도카이는 우연히 임금의 내시 둘이 불만을 품고 임금을 해치려 한다는 사실을 듣고 에스테르 왕비를 통해 임금에게 고하여 음모를 막았다. 그런데 하만이 재상이 되면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모르도카이가 하만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하지 않자 그의 출신이 밝혀지고 하만은 왕국 전역에 있는 유다인들을 모두 몰살하기 위해 임금에게 거금을 약속하며 허락을 받아냈다. 그래서 지정된 날에 유다인들을 모두 절멸시키고 그들의 재산을 몰수하라는 임금의 서신이 제국 내에 발송되었다. 곳곳에서 유다인들이 단식하고, 울고 탄식하며 크게 통곡하고 있을 때 에스테르는 모르도카이의 말을 전해 듣고 목숨을 걸고 임금 앞에 나아가 이 불행을 되돌리는 데 성공하였다. 한편 하만은 더욱 기세등등해서 모르도카이를 매달 말뚝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모르도카이는 역적모의를 신고하고도 아무런 포상을 받지 못한 이야기를 들은 임금으로부터 최고의 영예를 받고, 하만은 오히려 자기가 마련해 놓은 말뚝에 매달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한 번 작성한 임금의 칙령은 취소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에스테르는 임금에게 청하여 반대 칙령을 내리게 하였다. 즉 유다인의 학살일로 정해진 그날에 유다인들 스스로 목숨을 지키기 위해 봉기해 그들에게 대적하는 무리를 제압하고 그들의 재산을 몰수하도록 윤허를 받았다. 그리고 모르도카이와 에스테르의 결정에 따라 하만이 유다인들을 절멸시키기 위해 주사위, 아카디아어로 ‘푸르’를 던져 정한 이날을 해마다 ‘푸림절’로 경축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해서 푸림절은 원수들로부터 평안을 되찾은 날이고, 근심이 기쁨으로, 애도가 경축으로 바뀐 날이 되었다. 유다인들은 이날을 기쁨의 날로 지내면서 서로 음식을 나누고 가난한 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축제로 지내게 되었다. 그 후 모르도카이는 왕국의 제2인자가 되어 동족인 유다인들의 평화를 지키고 그들로부터 큰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전통적으로 에스테르는 가톨릭교회 안에서 성녀로서 7월 1일에 그 축일을 지내왔다. 하지만 옛 “로마 순교록”이나 2001년 개정 발행되어 2004년 일부 수정 및 추가한 “로마 순교록”에 그녀의 이름이 올라가지는 않았다. 성녀 에스테르는 ‘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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