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니모 순교록”(Martyrologium Hieronymianum)에 따르면 성 마르첼리노(Marcellinus)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284~305년 재위)의 박해 때에 로마에서 활동하던 뛰어난 사제였고, 성 베드로(Petrus)는 구마자(驅魔者)였다. 그들은 새로운 개종자를 얻고 그들의 신앙을 돈독히 하는데 온갖 정열을 쏟았다. 그러다가 체포되어 세레누스(Serenus) 판사 밑에서 모진 고문을 받고 가시덤불과 찔레가 무성한 실바 니그라(Silva Nigra, ‘검은 숲’이란 뜻)로 끌려가 자기들의 무덤을 직접 판 후 참수되었다. 세레누스 판사는 순교자의 유해를 아무도 찾을 수 없도록 해서 순교자 공경을 막고자 보통 사람들이 들어오기 힘든 가시덤불 숲속에서 그들을 처형하고 몰래 파묻었던 것이다. 그러나 신심 깊은 부인인 루칠라(Lucilla)와 피르미나(Firmina)가 꿈에서 순교자의 시신을 수습하라는 말씀을 듣고 기적적으로 그들의 유해를 발견해 로마의 라비카나 가도(Via Lavicana)에 있는 앗 두아스 라우로스(Ad Duas Lauros, ‘두 월계수’라는 뜻) 지하 묘지의 성 티부르시오(Tiburtius) 무덤 근처에 정중하게 안장하였다. 그 뒤로 그들이 순교한 장소인 실바 니그라는 실바 칸디다(Silva Candida, ‘하얀 숲’)로 불리게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그들이 묻힌 지하 묘소 위에 성당을 세웠다고 한다. 교황 성 다마소 1세(Damasus I, 366∼384년 재위)는 젊은 시절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사형 집행인으로부터 직접 그들의 순교 이야기를 들었고, 그들의 순교에 관한 기록을 발견한 후 직접 비문을 작성하고 묘비를 세웠다. 비록 고트족에 의해 묘비가 파괴되었으나 그 비문의 내용은 나중에 그들의 무덤을 복원하고 로마 미사 경본 감사 기도 제1양식에 그들의 이름을 넣은 교황 비질리오(Vigilius, 537~555년 재위)가 작성한 “순교 기록”(Passio)의 자료로 쓰인 듯하다. 7세기부터 성 마르첼리노와 성 베드로의 무덤은 순례지가 되었고, 그들의 축일이 지역 전례력과 성인전에 기록되었다. 1896년에 그들이 묻혔던 지하 묘소에서 그들이 포함된 프레스코화가 발견되었는데, 사도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Paulus) 사이의 그리스도 아래 어린양 옆에서 한 손을 들어 어린양을 가리키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옛 “로마 순교록”과 2001년 개정 발행되어 2004년 일부 수정 및 추가한 “로마 순교록”은 6월 2일 목록에서 성 마르첼리노와 성 베드로의 선교 활동과 순교 그리고 매장에 관한 내용을 교황 성 다마소 1세의 증언을 중심으로 전해주었다. 그리고 후대에 기록된 “성 베드로와 성 마르첼리노의 순교록”(Passio Sancti Petri et Marcellini)에는 그들이 갇혀 있던 감옥의 간수였다가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성 아르테미오(Artemius, 6월 6일) 가족의 순교 이야기가 나온다. 그에 따르면 성 마르첼리노와 성 베드로는 체포되어 감옥에 갇힌 뒤에도 용감하게 신앙을 증언해 많은 사람을 개종시켰다. 이런 놀라운 일들을 목격한 성 아르테미오는 귀신에 들려 괴로워하는 딸을 데려와 치유되는 기적을 체험한 후 아내인 성녀 칸디다와 딸인 성녀 바울리나(Paulina, 6월 6일)와 함께 그리스도교로 개종하고 세례를 받았다. 그로 인해 세레누스의 명으로 성 아르테미오는 납덩어리가 달린 채찍으로 매를 맞고 참수형을 당해 순교하였다. 그의 아내와 딸은 광산의 구덩이에 던져진 후 돌과 흙에 파묻혀 생매장당했다. 옛 “로마 순교록”은 6월 6일 목록에서 성 아르테미오와 그의 아내인 성녀 칸디다와 딸인 성녀 바울리나가 성 마르첼리노와 성 베드로에 의해 개종한 후 세레누스에게 사형 선고를 받고 참수형과 생매장형으로 순교했다고 전해주었다. 그런데 개정 “로마 순교록”은 6월 6일 목록에서 로마의 아우렐리아 가도(Via Aurelia) 근방에 성 아르테미오와 성녀 바울리나 순교자가 묻혀 있다고 두 명의 이름만 기록하였다. 대신 10월 3일 목록에서 로마의 포르투엔세 가도(Via Portuense)에 있는 폰시아노(Pontianus) 공동묘지에 성녀 칸디다가 묻혀 있다고 적었는데, 그 성녀 칸디다를 성 아르테미오의 아내인 성녀 칸디다와 같은 사람으로 추정하고 있다. 성녀 칸디다는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을 타원형으로 둘러싼 열주 위에 세워진 140명의 성인 입상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