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진목정 족박골(현 옥포)에는 ‘거제의 사도’로 불리는 순교복자 윤봉문 요셉의 묘가 있었습니다. 신유박해 당시 신자들의 유배지였던 거제도에 병인박해 직전 리델 신부가 전교를 위해 다녀가면서 복음의 씨앗이 뿌려졌고, 병인박해가 한창이던 1868년경 박해를 피해 거제로 들어와 진목정에 정착한 윤사우 스타니슬라오가 활발한 전교활동을 펼쳤습니다. 윤봉문은 윤사우의 둘째아들로 진 아녜스와 혼인하여 아들딸을 낳고 살면서 형 경문 베드로와 함께 신자들에게 교리를 가르치고 전교에 힘썼습니다.
1887년 겨울, 대구 본당 초대주임인 로베르 신부가 거제도를 방문했을 때 신부를 안내하고 교리교육과 공소예절을 돕던 윤봉문은 회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듬해 봄 박해가 일어났습니다. 당시는 한불수호조약으로 인해 공적인 박해가 끝났지만 지방 일부에서는 사사로운 탄압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이 박해는 통영 포졸들이 천주교 신자를 체포하여 개인적인 탐욕을 채우려고 일으킨 것이었습니다. 포졸들에게 체포되어 수차례 문초와 형벌을 받으면서도 끝내 배교하지 않고 천주십계와 성교사규를 외우던 그는 결국 진주로 압송되어 감옥에서 교수형을 받아 순교했습니다.
순교자의 시신은 진주 장재리 공소회장이 거두어 공소 뒷산에 안장했다가 1898년 옥포 교우이며 부산 본당 우도 신부의 복사로 있던 성낙진 바오로와 유족들에 의해 옥포의 선산으로 이장했습니다. 거제도의 신자들은 1978년 9월 윤봉문 요셉 순교 90주년을 맞이하여 순교자의 무덤에 순교 기념비를 세웠고, 거제와 통영 지역 본당들은 순교자에 대한 현양 사업과 함께 묘지 성역화 사업을 추진하였습니다.
거제도 일운면 지세포리의 순교복자 윤봉문 요셉 성지는 옥포의 순교자 묘소가 산중에 있어 접근이 어렵고 또 후손들의 선산이 타인 소유로 넘어가자 새로운 이장 부지로 선정된 곳입니다. 거제도 신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십자가의 길과 묵주기도 길이 조성되었고, 중앙에 순교자 현양비도 건립되었습니다. 마산교구는 순교자 유해 이장에 관한 거제지구 사제단과 신자들의 청원을 받아들여 교구장 교령과 훈령을 발표하고 2013년 4월 20일 순교자 유해를 옥포에서 지세포리로 이장하였습니다. 그리고 향후 순교자 기념성당과 교육관, 피정의 집 등을 건립하여 누구나 쉽게 찾아와 순교자의 영성을 본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개발할 계획입니다. 순교자 윤봉문 요셉은 2014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시복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