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루데리코(Rudericus)와 성 살로몬은 8세기에 에스파냐 남부 코르도바에 살던 그리스도인으로 그들의 순교에 대한 기록은 코르도바의 사제인 성 에울로지오(Eulogius, 3월 11일)가 직접 목격하고 자신의 저서에 넣어 전해주었다. 당시 코르도바는 에스파냐를 정복한 아프리카 무슬림인 무어인들의 수도였다. 성 루데리코는 코르도바 근처 카브라(Cabra)의 사제였고, 그에게는 두 명의 형제가 있었다. 그중의 한 명은 이슬람교로 개종했고 또 다른 형제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포기하고 냉담한 상태로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밤 두 형제가 서로 언쟁을 하다가 싸움까지 하는 것을 보고 성 루데리코가 끼어들어 말리다가 오히려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자 이슬람교로 개종한 그의 형이 수레에 성 루데리코를 싣고 시내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동생이 죽기 전에 그리스도교 신앙을 포기하고 이슬람교로 개종했다고 떠들고 다녔다. 나중에 정신을 차린 성 루데리코는 자초지종을 듣고 매우 화가 났으나 위험을 피해 코르도바 외곽으로 피신해 5년을 살았다. 당시 그 지역에서는 이슬람교와 그리스도교 그리고 유대교가 어느 정도 공존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종교로의 개종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다. 857년 초에 성 루데리코는 사제 복장을 하고 코르도바에 들어왔는데, 이슬람교를 믿는 그의 형이 그를 보고 이슬람교의 재판관인 카디(Qadi) 앞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그가 이슬람교를 배신하고 그리스도인이 되었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이는 당시에 사형을 받을만한 큰 죄였다. 성 루데리코는 자신이 이슬람교로 개종한 적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으나 카디는 그를 믿지 않고 감옥에 가두었다. 감옥 안에서 성 루데리코는 비슷한 이유로 잡혀 온 성 살로몬을 만났다. 그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살다가 함께 순교하기로 마음먹었다. 결국 그들은 사형선고를 받고 857년 3월 13일 참수된 후 강에 던져졌다. 성 에울로지오는 이들의 시신이 과달키비르강(Guadalquivir R.)에 버려지는 것을 목격했고, 군인들이 평소처럼 그리스도인들이 순교자의 유물을 공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순교자의 피로 얼룩진 자갈들을 강에 던져버렸다고 전해주었다. 하지만 강에 버려진 순교자들의 유해가 발견되어 성 루데리코의 시신은 코르도바 근처 성 제니시오(Genesius) 성당에, 성 살로몬의 시신도 근처 성 고스마와 성 다미아노(Cosmas and Damianus) 성당에 매장되었다. 옛 “로마 순교록”은 3월 13일 목록에서 코르도바의 순교자인 성 루데리코 신부와 성 살로몬의 이름을 전해주었다. 2001년 개정 발행되어 2004년 일부 수정 및 추가한 “로마 순교록”은 같은 날 목록에서 에스파냐 안달루시아의 코르도바에서 성 루데리코 신부와 성 살로몬의 순교가 있었는데, 성 루데리코는 무함마드(Muhammad)가 전능하신 분께서 보낸 진정한 예언자라는 것을 믿지 않아 감옥에 갇혔고, 그곳에서 오랫동안 이슬람교를 믿었던 성 살로몬을 만나 함께 참수형을 받고 영광스럽게 순교했다고 기록하였다. 성 루데리코는 카브라와 코르도바에서 공경을 받고 있고, 성 로드리고(Rodrigo) · 성 로드리게스(Rodriguez) · 성 로데릭(Roderic) 등으로도 불린다. 그리고 성 살로몬은 성 솔로몬(Solomon)으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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