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미사곡의 선곡 요령
작성자김종헌 쪽지 캡슐 작성일1999-02-02 조회수6,040 추천수4

 

교회에서 가장 먼저 사용한 미사곡은 그레고리오 성가로 된 것이며, 우리가 그레고리오 성가집 (Liber Usualis) 에서볼 수 있듯이, Kyrie, Gloria, Sanctus, 그리고 Agnus Dei가 한벌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 Credo를 함께 넣어 우리는 이를 Ordinarium Missae (미사 통상문, Ordinary of Mass, 어느 미사에서나 변하지 않는 기도들을 말한다. 그러나 주일미사나 축일마다 변하는 기도문, 예를 들어 입당송, 화답송, 봉헌송, 영성체송, 영성체 후 기도를 Proprium Missae, 미사 고유문, Proper of Mass 라 한다). 14세기 때부터 몇 몇 작곡가들이  이 미사 통상문 중의 한 두 부분을 작곡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통상문 전체를 한 작곡가가 미사곡으로 작곡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작곡된 미사통상문의 음악들이 " Old Hall Manuscript"에 보존되어 있는데, 그레고리오 성가나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형태, 즉 한벌로  이루어진 미사곡은 아니다. 예를 들면 이 사본에는 Kyrie가 한 곡도 없다.  당시에는 Kyrie 만큼은 그레고리오 성가로 부르는 것을 서양교회에서는 장려하였다고 음악사가들은 생각한다.

 

 

그러다가 15세기 되어  (초기 르네상스 시대) 모든 작곡가들이 적어도 한 곡 이상의 미사곡들을 작곡하기 시작하는데 그 이유는 당시 모든 작곡가가 신자였기도 했겠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음악적인 것으로서 미사라는 작곡형식이 서양 음악사에 나타난 최초의 다악장 형식의(the first large-scale multimovement form) 음악이였기 때문에 모든 작곡가들이 도전을 하게 된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미사곡의 형태, 즉 다섯 개의 미사 통상문을 한 벌로 묶은 미사곡(이를 영어로 Cyclic Mass라 함)은 Dufay에 의해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약 1450년경). 전체 5개의 통상문의 미사곡에 일관성을 주기 위해 당시 작곡가들은 성무일도 (Divine Office) 끝기도의 마지막 부분에 부르는 Marian antiphon (Salve regina, Alma redemptoris mater, Regina coelilaetare, Ave regina  coelorum)의 선율을 차용해 작곡하였다. 그 후에는 전례문을 이용한 그레고리오 성가의 선율을 빌려와서 작곡하였다. 이렇게 빌린 선율을 정선율 (Cantus firmus)이라 하였으며, 이를 이용해 만든 미사곡을 Cantus firmus Missa 라고 부른다.  또 선율은 늘 tenor part에 놓이게 되었기에 달리 Tenor Mass라고 한다.  작곡가들은 이 차용한 정선율, 가끔은 약간씩 변하는 경우도 있지만, 을 위의 5가지 기도문마다 꼭 한번씩 나오도록 작곡함으로써  하나의 미사곡으로서의 통일성을 주려 하였다.  참고로 미사곡의 이름을 살펴보면 그 정선율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잘 알 수있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미사곡 이름이 " Missa Ave maris stella"라면 그레고리오 성가의 Ave maris stella라는 곡에서 정선율을 빌려왔다는 것이고, Missa Pange lingua는 그레고리오 성가의 성체찬가에서 주제를 가져왔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가끔은 Missa Sine nomine라는 미사곡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출처를 밝힐 수 없는 세속곡에서 정선율을 따온 경우라 볼 수 있다.

 

불란서 작곡가인 Dufay에 이르러서 처음으로 세속음악의 선율이 정선율로 차용되기 시작하였다 (Missa "Se la face ay pale").  또 1500년 이후에는 Parody Mass가 등장하게 되는데 이것은 그때까지 불려지던 그레고리안 성가나 어떤 세속노래에서 한 성부만을 빌려오는 것이 아니고 이제는  몇 몇 성부를 한꺼번에  빌려와서 작곡한 미사곡을 말한다. 그후 후기 Renaissance에 이르러 로마악파의 Palestrina, Lasso등에 이르기까지 계속 발전하는 미사곡은 앞에서 말한 기법들과 각 작곡가들의 고유한 작곡 기법이 사용된다.  후기 고딕음악 시대에 작곡되기 시작한 다성 미사곡은 1600년경에 이르러 이미 절정에 이른 것이다.

 

이상 초기 미사곡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았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가장 초기의 성가가 지금 우리 교회의 음악관계자들이 생각하듯이 set로 작곡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교회에서 주일이나 대 축일에 미사곡을 고를 때 고려할 사항인 듯하다.  예를 들어 우리가 Mozart 작곡의 어떤 한 벌의 미사곡, 아니면 이문근 신부님이 작곡한 창미사곡 II를 골랐다면 그날의 미사곡은 반드시 그 한 벌 안에 있는 것 중에서 노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작곡가의 미사곡의 일부는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제 이런 획일화된 생각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스럽게 미사곡을 선택했으면 좋겠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주일, 혹은 대 축일에 사용할 미사곡을 고를 때, Kyrie는 A의 곡, Gloria는 B의 곡, Sanctus는 C의 곡, Agnus Dei는 D 의 곡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본인이 참석하는 성당에서는 매 주 이런 식의 선곡을 하고 있다.

 

미사곡을 신자들과 함께 부르는 것은 한국 교회의 좋은 전통이다. 절대로 성가대나 합창단이 신자들 몫의 노래를 대신하거나 성가대만이  노래하는 법은 없어야 한다.  예를 들어 미사 중의 환호성 부분들, 주의 기도, 등등.   그렇다고 이런 미사 통상문을 노래 할 때 미사곡 전부를 반드시 신자들과 같이 노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로 신자들의 적극적인 전례 참여의 한 방법으로써 개창을 많이 장려해 온 것도 사실이지만 미사곡을 전체가 같이 노래하지 않는다고 하여 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안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 가능하면  미사곡 중의 "거룩하시도다" 만큼은  모든 신자가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라틴말로 된 미사곡을 노래부르더라도 "거룩하시다" 만큼은 한국말로 된 쉬운 곡을 연주하면 좋겠다는 제안이다.  왜냐하면 옛날부터 이 기도는 전체 신자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역시 옛 교회 전통을 따라 그레고리오 성가나 라틴말로 된 다성 음악도 이용 할 수 있겠다.  가끔은 이 기도는 노래로 하지 않고 참회예식 제2양식을 이용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왜냐하면 입당송, Kyrie, Gloria 등을 연속으로 부르면 신자들도 피곤하게 되고,  그 보다는 위 세곡 중에서는 Gloria의 비중이 가장 크다. 그래서 Kyrie를 노래하지 않는 것이  Gloria를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다..

 

다음에 시간이 나면 전례에 사용하는 음악을 선곡하는 기준에 대해 말씀드려 보겠다. 그 기준은 3가지로서 음악적, 전례적, 사목적인 기준이다.  아무튼 지금까지 말씀드린 바대로 어느 한 작곡가의 미사곡 전체를 한 미사 안에서 꼭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생각하고, 조금은 자유스럽게,  음악적으로 훌륭하고 전례적이며 그리고 사목적으로 신자들에게 유익한 여러 미사곡 중에서 다양하게 곡을 골라서 사용했으면 좋겠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평일미사 때나 주일 혹은 축일 때에 위에 언급한 미사곡 이외의 다른 찬미가들(입당, 봉헌, 영성체, 퇴장)을 고를 때에는 성가 선곡자들이 먼저 그 날의 독서와 복음을 읽어보고 그 주제에 맞는 곡들을 선곡하여야겠다. 그날 주제에 맞는 사제의 강론과 성가의 선택, 그리고 그날 주제에 맞는 신자들의 기도는 미사에 참여한 신자들에게 그날 미사의 주제를 명확히 기억하게 해 준다.  그렇게 되면 신자들이 그 주제에 맞추어 한 주간을 살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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