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 때 성가를 선곡해야 하는 사람은 이 전례 시기의 신학적인 의미와 전례적으로 알 맞는 성가를 골라야 한다. 예를 들면 사순 시기라 하여 성가가 부정적인 인간의 모습을 묘사하는 가사는 피해야 한다. "나는 죄인이고 그래서 교회와 하느님 앞에 나설 수 없는 인간 "식의 가사를 가진 성가는 비록 사순절 성가로 분류되어 있더라도 선택해서는 안 된다. 이 시기의 주제가 참회나 자기 비하, 고행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로마 미사 경본의 총지침" 27항에서 말하는 것처럼 참회의 실천은 어디까지나 각자의 세례 성사에서 유래되는 것이야 말로 적합하다.
이 시기의 가장 바람직한 성가를 선택하려면 ,성가의 가사를 살펴보아 세례, 화해, 참회의 주제를 표현하는 성가를 찾는 것이다. 단순히 사순절 노래라고 성가집에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선택하는 것은 올 바른 선곡이 될 수 없으며, 선곡자들은 이런 안이한 작업을 피해야 한다. 사순 시기로 분류되어 있는 성가 중에서만 곡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부활시기나 성령강림으로 분류되어 있는 곡들 중에서도 세례, 화해, 참회의 주제를 잘 살리는 성가가 있다면 그 곡을 선택해서 사순 시기에 이용하도록 하자. 선곡자들은 가사를 이해하고 주제에 맞추어 선곡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꼭 필요하다.
사순시기 성가의 선곡을 위한 몇 가지 제언
1. 이 시기의 성가는 특별히 단순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사순 시기의 전례 동안에는 대 영광송을 노래하지 않는다. 통상문을 작곡한 것 중 가장 화려하고 장중한 형식의 곡이 대 영광송이리라. 선곡자들은 우선 신자들이 노래부르기 쉽고 단순한 형식의 성가를 찾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 사순 시기 동안의 전례는 기도, 단식, 자선, 등등의 주제를 가진 노래들을 요구하지 않는다. 먼저 신학적으로 건전하고 (세례, 화해, 참회를 나타내는 가사들) 전례적으로 맞는 일련의 성가들을 선택하도록 하고 이 성가들을 어느 정도 정기적으로 사용하도록 하자. 매 주 새로운 곡으로 바꾸어 노래부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잘 선택된 소수의 성가 혹은 후렴이라도 사순 시기, 그리고 더 나아가 부활-성령강림 시기로 공동체를 잘 인도해 줄 것이다.
위와 같이 선율이 단순한 성가를 고른 다음에는 성가의 반주 역시 단순한 것을 찾도록 노력해 보자. 화려한 반주로 된 성가는 피하는 것이 좋겠다. "주교 예식서" 252항에서는 "사순 시기 때의 기악의 사용은 신자들의 노래를 도와줄 때에만 허용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런 가르침에 따라 사순 시기의 전례 중에는 오르간을 포함한 모든 악기의 독주를 금하고 있다. 다음으로 선곡자들은 전례중 어떤 곳에서 어떤 성가를 반주 없이 부르면 더 좋을런지도 공동체의 크기와 성가 개창의 참여도, 신자들의 성가 부르는 능력 등을 고려해서 살펴보면 좋겠다. 가능하면 성가를 적게 부르고 화려하지 않은 반주의 성가를 택함으로써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그리고 심적으로 그리 소란스럽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겠다.. 사순 시기에는 기악의 연주를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부활 시기와 성령강림 혹은 연중 시기와 구별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사순 시기를 위해 잘 선택된 소수의 성가와 미사 중의 침묵이 신자 개인이나 공동체를 더 깊은 묵상과 회개에로 나아가도록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사순 시기의 성가들이 사순 시기의 전례적인 의미와 그 중요성을 모두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 사순 시기의 의미와 중요성을 들어내는 것으로는 성가 이외에도 다른 많은 방법이 있다.
2. 이 시기동안 전례에서 과도한 "주제 만들기"를 피해야 한다. 이 전례시기의 기본적인 주제는 전례 안에 이미 마련되어 있다. 미사에 맞는 주제를 찾기 위해서 성가 선곡자들은 성가집을 먼저 살펴보지 말고 "미사 경본"이나 "전례 성서"를 먼저 참조하도록 한다. 특별히 입당노래와 영성체 노래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입당송과 영성체 송에 포함되어 있는 후렴을 살펴보아야겠다. 이런 참조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이 사순 시기가 포함한 주제는 아니더라도 부수적인 주제를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주제 역시 전례에서 성가를 통해 나타나야 한다.
3. 사순 시기의 성가를 선택할 적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전례시기의 근본적인 일관성이다. 즉 사순 시기만을 따로 떼어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순 시기는 바로 부활시기 그리고 성령강림 시기로 연결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사순 시기는 적당하게 할 수 있는 준비의 시기라고 생각하거나 부활은 단순히 예수님의 부활, 성령강림 시기는 부활 50일 뒤에 있는 성령의 내림만으로 생각할 수 없는 서로 연결되는, 일관성을 가진 시기이다. 그 일관성에 맞추어 성가책의 "부활" "성령강림" 등 어떤 시기의 성가 분류에 구애받지 않고 선택할 수 있겠다. 어떤 성가들은 주제로 보아 사순 시기에만 적합한 것들도 있는 반면 다른 성가들은 오히려 부활이나 성령 강림에 어울리는 성가들도 있다. 이를 잘 살펴서 사순 시기 - 부활 - 성령강림으로 이어지는 일관성이 흐트려지지 않도록 해 보자. 사순 시기의 전례 음악의 규칙으로 선곡자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바로 이 시기들이 일관성 있게 또 전체적으로 계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가집에 제공된 성가 분류에 전혀 구애받지 말고 항상 선곡자 자신이 직접 가사와 음악을 살펴 전례 정신과 신학적으로 옳은 곡을 가리는 안목을 기르도록 노력해야겠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전례음악에 종사하는 사람은 성서와 함께 반드시 전례에 관한 공부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일반 평신도들이 전례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는 슬픈 현실이다. 신학 대학에서 이들을 위해 전례 및 성서 등의 과목을 개방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것도 불가능할 때 적어도 일년에 한 두번씩의 연수를 통해서라도 일반 음악가들에게 전례 등 전례음악가로서 필요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리라고 굳게 믿는다. 아직 한국교회는 이런 필요한 혜택들이 제공되지 않고 있는 만큼 전례 음악 봉사자들은 최소한 "로마미사 경본의 총지침" 이나 사목지 2, 3호에 나오는 성가대 훈령(최 명화신부역) 그리고 "전례 헌장"만이라도 꼭 숙독할 것을 간청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