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시기중 큰 대축일이 되면 많은 본당의 성가대들이 특별한 미사곡을 준비하는 것 같다. 성가대들은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미사곡을 연주하고 싶고 또 한편으로는 워낙 한국으로 된 미사곡이 부족하다 보니 고르게 되는 대부분이 라틴어로 된 미사곡이다. (라틴어 미사곡의 사용이 과연 우리 한국어 미사에서 사용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는 토론실로 갈 문제이기에 여기서는 생략). 14세기 말엽부터 작곡되기 시작한 라틴어로 된 다성부 미사곡은 지금까지도 외국에서는 라틴어로 꾸준히 작곡되고 있다. 그러나 바티칸 제2차 공의회 이전과 이후의 미사곡의 구성이 다르다 (Sanctus와 Benedictus의 구성). 공의회 이후의 미사곡은 현행 미사 순서에 따라 작곡된 것이기에 연주상 어려움이 없으니 생략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공의회 이전까지 Tridentine 미사 순서에 따라 작곡된 미사곡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국어 미사곡의 사용에 대해서도 조금 언급하고자 한다.
먼저 미사곡의 종류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이 여러분의 이해를 도울 것 같다.
미사곡은 Missa brevis (짧은 미사)와 Missa Solemnis/longa (장엄 혹은 긴 미사)로 나누게 되는데, Missa brevis는 미사통상문의 각 요소가 한 악장으로 처리된다. 따라서 미사 한곡이 Kyrie,Gloria,Credo,Sanctus (Benedictus), Agnus Dei의 5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연주 시간이 짧은 편이다.[한국어 미사곡은 전적으로 이 짧은 미사곡 뿐이다]. 그러나 Missa Solemnis는 미사통상문의 각 요소(기도문)가 한 악장으로서가 아니라 여러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상당히 긴 음악이 된다. 특별히 Credo (나는 믿나이다) 같은 경우 기도문의 매 절마다 특별한 악장을 요구하게 된다. 바하의 B 단조 미사같은 경우 25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다. 우리가 들을 수있는 거의 대부분의 연주용 미사곡이 여기에 속한다.
이제 라틴어 미사곡의 연주법과 한국어 미사곡의 사용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Kyrie: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
Gloria: 선창 문제이다. 현행 한국어 미사곡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부분을 주례
사제에게 강요할 필요가 전혀 없다 (힘들어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성가대원이나 신자 중 그 누구라도 선창할 수있다.
Credo: 미사 때에는 연주하기가 힘들 것 같다. 시간적으로나 기도문의 성격상 한국어로 모든 신자들이 큰 소리로 외우는 것이 낫겠다. 참고로 한국어로 된 Credo는 최병철작곡의 한 곡뿐인 것 같다.
Sanctus와 Benedictus: 이 두 부분은 상당한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다. 먼저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미사 구성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1565년 경부터 1963년까지 사용된
트렌틴 미사에서는 성찬 제정(성변화)을 전후하여 성변화 이전에는 Sanctus (거룩하시도다), 성변화 이후에는 Benedictus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찬미받으소서)를 노래하게 되어있었다. 그래서 그때 작곡된 악보를 살펴보면 두 부분이 제목을 달리하여 따로 나누어져 작곡된 것을 알 수있다.
그러나 현행 미사에서는 이 두분이 합해져서 성변화 전례 전에 부르도록 되어있다. 따로 분리되어 있는 두 곡을 연달아 연주하도록 해야 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미사곡은 모두가 무반주로 되어 있어, 연주상의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그 후의 미사곡들은 반주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럴 경우 두 곡의 전후에 붙어 있는 전주와 후주의 연주가 문제가 된다. 성탄 때 한국 교회에서 즐겨부르는 Alfred Desauge의 "Noel"곡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게 될 것 같다. Benedictus의 Tenor 독창이 나오기 전의 오르간 독주는 미사 주례자및 참석자들이 견디기 힘들만큼(?) 길다. 이럴 때의 권하고 싶은 연주법은 Sanctus 끝의 긴 반주부분 그리고 Benedictus 앞에 붙어있는 긴 반주부분을 생략한 채로 연주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보통 Sanctus가 끝나면 주례사제는 노래가 끝난 줄 알고 미사를 계속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Benedictus가 곧 따라 연주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면서 노래를 재빨리 이어나가야겠다. 어떤 본당에서는 노래가 길다고 Benedictus(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받으소서, 높은 데에서 호산나) 부분을 생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기도문을 중간에 마치는 경우이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저는 이 '거룩하시도다' 부분만큼은 한국말로 전 신자들이 노래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꼭 장려되어야 한다고 늘 생각합니다]
Agnus Dei: 먼저 제가 올린 "하느님의 어린 양을 노래하는 법" (게시번호 100) 을 참조 하시길 바란다.101번에서 김종우님께서 르네상스 미사 (Palestrina의 Missa Brevis라 하심)에서 Agnus Dei가 두개인 경우가 있는데 이것 역시 빵을 나누는 시간과 관계가 있느냐는 질문을 하셨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악보를 분석해 본 결과 이 미사 이외에도 Palestrina는 자신의 거의 모든 미사곡에서 Agnus Dei I과 Agnus Dei II를 꾸준하게 사용하고 있다. 가사를 잘 살펴보면 Agnus Dei I은 언제나 "miserere nobis"로 끝나고 있으며 II는 Dona nobis pacem으로 끝나고 있는 것을 알 수있다. 이때 I은 fraxio Panis의 시간에 따라 여러번 반복될 수 있겠다. 보통 음악회에서 I을 두번 연주하는 것을 자주 볼 수있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시대의 Orlando di Lasso는 언제나 "Miserere nobis"를 노래하여 "Dona nobis pacem"은 한번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적어도 본인이 살펴본 많은 미사곡에서는), Victoria는 두가지 방법으로 노래하는 데, 한 방법은 "Miserere nobis" 한번으로 노래를 끝마치는 경우 (이 경우 Lasso와 같이 여러번 반복이 가능하다고 본다)와 또 다른 방법으로는 "Miserere nobis" 한번과 "Dona nobis pacem" 한번으로써 곡을 마치는 경우이다.
이와 같이 르네상스 시기 말기의 3대 작곡가들이 서로 다른 형식으로 Agnus Dei를 작곡한 것은 그들이 어디에서 음악 활동을 했는가에 달려있는 것 같다. 바티칸 2차 공의회 전까지 로마 전례에서는 성 목요일에는 "Dona nobis pacem"없이 노래하였고,라테란 대성전에서는 일년 내내 "Dona nobis"를 노래하지 않았다고 한다.
100번의 기사와 오늘 기사를 종합해 볼 때, 라틴어로 된 Anus Dei건 한국어로 된 "하느님의 어린 양"이든 "Miserere nobis" 한번과 "Dona nobis pacem" 한번으로 연주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