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미 예수님,
"새로운 노래를 주께 불러드리자"
이 주상 안드레아님,
좋은 활동 많이 하시는군요, 계속 수고하시고요. 원하시는 대로 게시판에 올립니다. 딴 분들에게 도움이 될런지...
1) 우선 교회음악사의 변천을 정리해 달라는 말씀에는 제가 3월 말까지는 전혀 짬이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미리 양해를 구해야겠습니다. 미안하지만 우선 급한 대로 김 건정씨가 쓴 "교회 전례음악" (가톨릭 출판사, 1993, 개정)을 보시면 좋겠습니다. 불행히도 이 책 말고는 가톨릭 쪽에서 쓴 것이 없습니다. 혹시 구하실 수 있다면 "가톨릭 청년"에 이문근신부님께서 1956년 4월 - 1958년 4월까지 2년간에 걸쳐 "교회음악사"를 게재하셨으니 참조하십시오. 또 가톨릭 대학의 최병철교수께서도 평화신문 1994년 1월 30일자부터 "교회음악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글을 연재하셨습니다. 제 생각엔 그저 제대로 된 음악사 한 권을 일단 정리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2) 음악 감상회 때 사용하실 Palestrina의 "Stabat Mater"과 Allegri의 "Miserere mei Deus"에 대해서....
보통 우리가 다성음악 (Polyphony)라고 할 적에는 다소 협의적으로 해석합니다. 즉 중세기와 르네상스 시대의 무반주 합창음악을 지칭합니다. 실지로 여러 개의 성부가 같이 노래한다는 의미에서는 독창 말고는 모두가 다성 음악이 되겠지만, 여러 성부가 각기 고유한 선율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점에서 다성적 음악 (polyphonic music)과 화성적 음악 (homophonic music)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성가집에 나오는 4성부 합창곡도 선율이 여러 개라는 점에서 다성 음악임은 틀림없지만 선율의 관심도가 soprano파트에만 집중되어 있고 나머지 alto, tenor, bass는 중심 선율인 soprano를 도와주는 역할만 하기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다성 음악은 아닙니다. 그러나 다성 음악에서는 비록 여러 선율이 동시에 노래되지만 각 성부가 독자적으로 자기 선율을 뽐내고 있습니다. soprano 파트를 보조하는 역할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합창 연습을 할 때 각 파트는 자신이 부르는 멜로디를 주 선율로 생각하고, 예를 들면 어느 성가대원이 bass 파트를 노래하더라도 마치 soprano를 부르는 기분으로 노래하도록 지도하면 훌륭한 합창이 이루어 질 것입니다(화성적 음악도 마찬가지). 또 한 가지 조심하실 것은 거의 대부분 곡들의 가사가 라틴말로 되어 있기에 음악을 조금 아는 사람들은 흔히 "그레고리오 성가"라 하는 경우가 많은 데 이것은 틀린 겁니다.
이번에 감상하실 곡들은 다성 음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바로크 음악이 시작하기 전까지는 가톨릭 음악이 모두였다고 생각하셔도 되고, 거의가 성악곡이며 무반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의 두 곡을 그냥 다성 음악이라고만 소개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듯 합니다. 왜냐하면 우선 text,즉 가사 문제와 실제로 어디에서 불리어지느냐 하는 문제 때문입니다.
우선 Allegri의 "Miserere mei Deus..." 이 가사는 시편 50편의 라틴어 번역입니다. 우리가 연도드릴 적에 사용하는 시편이기도 하지요. 이 시편은 일종의 "참회 시편"으로서 성 목요일, 성 금요일, 성 토요일 (즉, 성삼일) 아침 찬미가로, 또 죽은 이를 위한 성무일도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례를 위한 음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사 다음으로 중요한 전례는 '성무일도' (Officium Divinum ) 입니다. 사제와 수도자들이 매일 아침, 저녁으로 바치는 기도임)
Palestrina의 "Stabat mater dolorosa" 이 가사는 여러분이 요즈음 십자가의 길을 하실 때 부르는 바로 그 가사입니다. "어머님께 청하오니....." 가사는 프란치스꼬회의 수도자인 Jacopo da Todi (d. 1306)가 쓴 것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통고의 복된 동정 마리아" 축일(9월 15일) 제1독서 뒤 화답송과 복음 환호성 중간에 하도록 배정되어 있습니다. 옛날에는 이를 "부속가" (Sequentia, sequence)라고 했습니다. (이상하네요, 한국 미사 통상문에는 부속가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요새는 뭐라고 하는지?) 이 가사 역시 전례용이죠. 미사 때 사용하는 전례문을 노래로 만든 것입니다.
아시겠지만, 부속가는 무지하게 많았는데 트렌트공의회에서 모두를 취소시키고 지금은 부활대축일, 성령강림일, 성체 성혈축일, 그리고 위의 축일에만 부속가를 사용하도록 허락하였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위의 4개 밖에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음악 감상을 위해서 먼저 위의 가사를 한국말로 잘 읽어주신 다음 음악 감상에 들어가시고, 그냥 다성 음악이라고 하시는 것보다는 전례 음악으로서 시편과 부속가를 노래하는 것이라고 덧 붙여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3) 교구 관할권자의 음악 허용 문제;
기존의 음악(거의 세속음악)에다가 기도문 내지는 성가 가사를 삽입하여 곡을 만드는 기법을 contrafacta라 합니다. 르네상스시기의 초기 개신교 찬송가 작곡가들이 이를 많이 이용하였으나 (Bach의 chorale 에도 많음)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확실히 못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부르는 '주의 기도'의 원래 선율인 '에레스투'라는 곡을 제가 모른다는 겁니다. 유행가인지 민요인지 가곡인지? 그 곡을 한번 보고 싶은데 어떻게? 주의 기도문 만이 아니라 교회에서 사용하는 모든 성가는 소속 주교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한국에서는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건은 본당신부님만 눈감으시면,... 성가 심의의 의무를 수행하는 분도 없고 대신할 어떤 단체도 우리 한국에는 없습니다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에서 해야 되지만???)
주의 기도에 대한 제 생각? 저 개인적으로는 그레고리오 성가에다 한국말을 잘 올려 노래하는 것을 적극 권장하겠습니다. 앞으로 이런 곡들이 보급되어야 할 겁니다. 예를 들면 미국교회 신학교에서는 사제가 되어 미사 때 노래할 곡을 다 배우고 나옵니다.(사제의 미사경본에 악보가 그려져 있지요. 물론 그레고리오 성가의 선율에 영어로 되어 있음) 그래서 큰 대축일이 되면 사제도 필요한 미사 부분을 노래로 합니다. 한국 교회는 1963년부터 사제가 노래하는 부분은 다 없어졌어요. 한국어로 된 곡이 없어 머뭇거리다 보니 이젠 그렇게 해야된다는 것도 잊어 먹었습니다. 앞으로 (사제의) 미사경본 안에 이런 악보를 넣어야 된다면 어떤 개인의 곡을 넣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될 겁니다. 그래서 2000년 동안 교회에서 불리어지든 가락에다 한국어를 잘 얹어서 부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미사 안에서 신자 전체가 전례문을 노래할 때의 속도는 speechlike, 즉 대화하는 정도가 알맞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음악적인 효과만 노려서 너무 쳐지게 거창하게 만들어서는 기도문으로서의 기능을 잃게될 때가 많아집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그레고리오 성가가 좋은 모범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가대에서 곡을 고를 때 상당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실상 말도 안 되는 화성을 사용한 곡들이 너무 많아요. 미사곡이나 합창곡의 경우, 멜로디만 좋다고 그 음악이 좋다는 사람은 집을 살 적에 구조나 채광, 편리함, 견고함도 생각지 않고 집 껍데기만 보기 좋다고 구입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르죠. 그리고 곡쓰는 사람들은 어째서 자기 실력은 생각하지 않고 굳이 4부 합창으로 곡을 만들려고 애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단성부의 곡이라고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지요. 오히려 엉터리 화성 때문에 멋진 선율마저 죽어 버리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선율만 있어서 좋은 노래가 있지 않습니까? 그레고리오 성가도 그런 경우입니다.
성가대들도 너무 합창만 선호하지 마십시오. 성가대 형편에 맞는 좋은 노래를 골라 잘 부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음악의 완성도에 초점을 맞추셔야 합니다. 말하는 사람치고 노래 못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네 파트에서 소리가 난다고 다 합창이 아닙니다. 단성부, 2성부, 3성부, 4성부, 그 이상 성부를 가진 노래들을 본당 실정에 맞게 골라서 사용하십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성부로 된 미사곡도 꼭 필요로 합니다. 작곡가와 성가대들이 너무 무리를 하시는 것 같아 보기가 딱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답은 시원찮은데 글은 왜 이리 긴지 모르겠네요. 계속 수고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