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12월 25일에 게재했든 기사입니다만 여러분의 청에 의하여 수정, 다시 게재합니다.
한국의 각 성당에 비치되어 있는 성가 안내판에는 예외없이 입장, 봉헌, 영성체, 퇴장 성가의 번호만(!) 게시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이 네 가지의 성가들은 노래로 해도 그만, 기악으로 해도 그만인 성가이며 심지어는 생략할 수 있는 성가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전례음악적으로 볼 때 행렬을 수반하는 기능을 가진 노래(찬미가)이기 때문이며, 성가의 중요성을 따져 볼 때에도 이런 행렬성가는 환호성이나 미사곡보다 우선적인 것이 되지 못한다.
원래 우리 가톨릭의 전통은 찬미가(hymn, 우리는무엇이든지 성당에서 부르는 노래는 모두 성가라 한다)를 성직자나 수도자들의 아침, 저녁기도 (성무일도)의 첫 부분에서만 노래하였다. 성무일도의 다른 부분이나 미사를 위해서는 그레고리오 성가가 "Liber Usualis"라는 책에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더구나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까지의 미사에는 그레고리오 성가가 성직자와 성가대에 의해 불리어졌으며, 신자들은 미사 때 성가를 부를 기회조차 없었기에 지금 우리가 성가집에서 보는 찬미가 형태의 노래는 거의 찾아 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개신교는 태어날 때부터 신자들이 예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회중찬미가 (Congregational Hymn)를 모국어로 노래하도록 장려하였다. 이런 독일의 개신교 전통이 가톨릭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가톨릭에서는 미사 간간이, 그것도 미사의 기도문과는 전혀 상관없는 다른 가사를 노래하였다. 그러다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각 나라의 모국어로 된 전례성가를 장려하게 되지만 전례문에 맞춘 성가를 미쳐 준비해 두지 못하였던 우리 나라를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이런 찬미가 형태의 곡을 차용하기 시작하였다. 공의회가 끝난지 벌써 35년이 흐른 지금,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새 전례가 요구하는 전례문을 바탕으로 한 성가들을 많이 준비하였지만 우리 한국교회는 아직도 이 네가지 행렬성가 중심의 전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행 미사가 가장 우선적으로 노래부르도록 요구하는 성가는 바로 환호성(acclama tion) 들이다. 즉 복음 환호송 (알렐루야), 거룩하시도다, 신앙의 신비여, 주의 기도 직전의 마침 영광송(아멘)이다. 그 중에서도 "거룩하시도다" 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일 미사 전체를 통해 성가 한 곡만을 노래한다면 단연코 "거룩하시도다"를 노래해야 한다. 또 "알렐루야" 같은 경우, 이 복음환호성을 노래로 하지않을 바에는 아예 침묵을 지키라고 교회는 가르친다.
우리 한국교회에는 위에서 언급한 네가지 행렬성가와 신심성가가 미사 때 주로 불리어지고 있다. 성가집에는 복음 환호성 3곡, 신앙의 신비여 4곡, "Amen"이 6곡이 실려 있는데 비해 예를 들어 성모신심 노래는 30곡이 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미사 때는 사용하지도 못하는 성체찬미 내지 흠숭의 노래'Tantum ergo' 등도 상당수가 실려있다. 이 정도 이야기하면 교회음악 작곡가는 무엇부터 작곡해야 하며, 어떻게 성가집을 편집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같다. 이 문제들에 대해서는 후에 한번 다룰 것임)
전례가 우선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성가는 우리 한국 교회에서 보물로 여기는 행렬을 위한 노래들이 아니고, 매일 미사 때에도 반드시 노래로 불러야 하는 바로 환호성이다. 국가의 행사 때 애국가를 노래하지 않고 그냥 읽는 법은 없지 않은가? "지금부터 애국가를 다같이 외우겠습니다"하는 법은 없다. 생일축하식 때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노래가 꼭 불리어 지듯이, 미사 전례자체가 노래로 요구하는 것들이 바로 환호성이다. 또 이 환호성은 모든 신자가 환호, 기쁨 중에 노래하는 것이기에 조금 빨리 노래하여야 하며, 그 작곡은 신자들이 부르기 쉬운 선율이어야 하고 경쾌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도 미사 전례 때 환호성들 부터 먼저, 꼭 노래로 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