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대
교회음악을 위한 수많은 곡들이 수 백년 간에 걸쳐 만들어졌으며 전례헌장은 이 음악들을
가리켜 "성음악의 귀중한 유산"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귀중한 유산은 그레고리오 성가, 다성음악, 대중성가, 파이프 오르간을 위한 음악들이며, 이 음악들이 "교회의 귀중한 유산"이라 생각된 것은 널리 인정된 예술적 가치와 함께 실용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 성가대의 의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역대 교황의 교서와 과거의 공의회 문헌에 따라 성음악의 귀중한 유산을 보존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성가대를 만들어 이들 음악을 유지, 발전시키는 일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말하고 있다.(전례헌장, 114항; 훈령 19, 20항 참조) 비오 10세 교황은 자의교서 "Tra le Sollecitudini"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적어도 주요 성당에는 성가대를 조직하는 것이 좋다. ... 될 수 있으면 많은 성가대를 만들어 다성음악이나 전례음악을 노래 부르게 하면 좋겠다."(27항) 또 비오 12세는 Musicae Sacrae Disciplina에서 교구장들에게 교구의 대성당이나 큰 성당에 성가대를 조직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와 같이 교황들은 한결같이 전례 안에 신자 회중의 노래가 없어서는 안되겠지만, 성가대의 노래도 대단히 바람직한 것이며 또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훈령 20항) 교회의 새로운 요구에 응하여 각 교회마다 성가대를 창설하고 늘릴 필요가 있으며 또 활발하게 활동하도록 사목자들은 각별히 유의하여야 한다.
전례헌장은 주교 및 그 밖의 사목자들에게 신자 회중의 노래뿐 아니라 성가대가 부를 노래도 "열심히 육성해야 한다."(114항)고 가르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2) 성가대의 역할 (훈령 19항)
다성음악을 연주하고 신자 일동으로 하여금 주의 깊게 듣도록 하는 것만이 아니라 교황들의 교서에서도 말했듯이 "신자 일동을 지도하고 고무하여, 전례 안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기도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전례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전례에 더욱 친근해지고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이 성가대의 역할이라고 헌장은 가르치고 있다. 따라서 성가대는 "교회성가가 전례에 봉사하는 것이지 전례가 음악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다."(우르바노 8세, 경신성성교령, 1943. 2. 21)라는 말을 상기하여, 제대에서 진행되는 거룩한 의식을 무시하고 쉴 새없이 노래부르는 일이 없어야 하고, 신자들 역시 "노래로써 거행되는 모든 의식에서 자신들에게 부과된 부분"(전례헌장, 114항)을 열심히 노래하여야 한다.
(3) 성가대와 회중과의 관계
교회의 성가대는 연주회에 참석한 청중을 마주보고 노래하는 단체가 아니다. 성가대는 자신들과 함께 기도, 노래하면서 동작하는 다른 신자들과 함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성가대의 노래는 그 중요성으로 보아 "사제 및 신자 일동의 노래 다음가는 것"(훈령 7항)이기는 하지만 "신자 일동을 대신하여 모든 것을 노래해서는 안되며"(훈령 16항), "신자 일동이 자기에게 속한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훈령 20항; 30항) 항상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 어떠한 경우에도 신자들이 노래와 동작과 기도를 통하여 능동적으로 전례에 참여할 기본 권리를 언제나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노래의 전부가 결코 성가대에 의해 독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4) 성가대의 배치 (훈령 23항)
성가대와 신자 공동체와의 위와 같은 밀접한 관계는 성가대의 역할에서 뿐 아니라 성가대의 자리에 대한 가르침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성가대 역시 전회중의 일부분이라는 점이 뚜렷이 나타날 수 있도록 자리를 잡아야 한다.
성가대는 각 성당의 구조와 아래 사항을 고려하여서 배치되어야만 한다.
1.성가대의 성격(성가대가 전 회중의 일부분이면서 또한 특별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이 뚜렷이 드러나야 한다.
2.성가대가 전례의식에서 보다 쉽게 그 구실을 해낼 수 있는 자리라야 한다.
3.대원들이 쉽게 미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즉, 쉽게 성체를 영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1967년의 훈령은 성가대의 비치에 관해서는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성가대가 회중석과 제단의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할 것을 요구하며, 신자 일동의 노래를 지도한다는 구실로 신자 일동 속에 파묻혀 버리는 일은 없기를 바라고 있다. 신자의 노래를 지도하기 위해서는 성가대가 회중의 선두, 즉 제단과 신자석 사이에 위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5) 성가대의 의무
전 회중을 유기적으로 이끌기 위하여 성가대에는 다음과 같은 의무가 부과되어 있다.
1. 성가대는 신자 일동의 성가를 이끌고 도와준다. 이 의무는 회중이 노래할 때 더욱
활발해진다. 즉 신자 일동이 주례자나 부제 및 시편 가창자의 노래에 답하며 대화구나
응송의 노래 때와, 봉헌(Offertorium)이나 연송(Invocationes)을 할 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2. 성가대는 온 회중이 전례에 일치하도록 어느 부분, 즉 미사 통상문의 노래, 시편
이나 성무일도의 노래 -저녁 기도(Vesperas)나 끝기도 (Completorium)의 노래- 를
신자들과 교대로 부른다.
3. 성가대만이 노래할 때도 있고, 신자들이 노래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을 대신 노래해 줄
때도 있다. 또 신자 일동이 노래를 부르며 행동을 수반할 때(미사 중의 행렬 노래 즉
입당, 봉헌, 영성체, 퇴장 때의 노래)에 신자들을 대신하여 노래부를 수 있다. 이런
행렬을 수반하는 경우 신자들은 후렴만이라도 같이 노래하면서 의식에 참여할 수 있으면
더욱 더 좋다.
(6) 성가대의 중요성
위의 사실들로 미루어 보아 전례의식 진행에 있어서 성가대는 절대로 필요한 것이고,
성가대를 통해서 전 회중은 하나로 굳게 결합된다. 따라서 성가대가 그 명칭이나 조직
또는 가창 실력의 유무에 상관없이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전례의식에서 회중
전체를 결합시킨다는 역할이다. 그러나 이 역할의 수행 방법은 각 성가대의 능력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모두가 목소리를 합쳐 단성부로 노래하던가
아니면 다성음악의 풍부한 형식으로 노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성 음악에 관한 훈령은 여러 군데에서 성가대에 관한 언급을 하고 있는데 19항에서는 "성가대의 구실이 전보다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고 하며, 성가대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한 만큼 "작은 성가대라도 조직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적당한 교육을 받은 선창자들
이라도 적어도 한두 사람 둘 필요가 있다."(훈령 21항)고 한다.
(7) 성가대의 편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성가대를 구성할 수 있다. 각 나라의 습관이나 사정에 따라서 만들
수 있는데, 성인 남자와 소년, 혹은 성인 남자 또는 소년만으로 성가대를 조직할 수 있고,
또 남성과 여성 혹은 사정에 따라서는, 가령 수녀원 같은 곳에서는 여성만으로도 성가대를 조직할 수 있다."(훈령 22항)
성가대원을 위한 교육
훈령은 24항에서 "성가대원에게는 음악 교육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적절한 전례 교육과 영적 교육이 베풀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전례의식 안에서 그 구실을 올바르게 해낼 수 있으니 의식은 한층 더 아름답게 되고, 신자들은 성가대를 본받게 될 것이다."라고 한다. 성가대원들이 이런 교육을 통해서 "자신들의 역할을 옳게 수행할 때 그들 자신이 영적으로 진보하게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 교육을 위한 계획이 사목자에 의해서 수립되고 추진되어야 하리라 생각한다. 전례 교육이 되어 있지 않은 성가대의 경우, 노래는 잘
부를 수 있겠지만 전례 각 부분의 의미와 기능에 대한 몰이해로 전례 거행에 방해가 되는 수가 많으며, 영성 교육이 잘 되어 있지 않을 경우에는 즉 "진정한 마음"(골로 3, 16)에서 우러나오는 찬미의 노래가 아닐 때, 기도하러 온 신자들에게 음악 연주 이외에 아무런
영적인 도움을 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사목자들은 우선 성가대원 자신들이 '전례의 봉사자요 지도자이며 기도하는 사람이어야 함'을 깨닫도록 성가대원들에게 전례 교육과
영성 교육을 시킬 제일차적인 의무를 가지게 된다. 아울러 훈령 25항은 "성가대의 이러한 교육(음악, 전례, 영성)의 목적을 보다 쉽게 달성하기 위하여 성음악에 관한 교구적인 협의회, 국가적이며 국제적인 협의회, 특히 교황청에서 인정하고 수차 추천한 바 있는 협의회들이 서로 협력"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맺음말
신자들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참여를 꾀하고 공동체 의식을 굳게 하기 위하여 신자들은 자신들에게 배당된 노래를 다같이 부르도록 초대받고 있다. 따라서 성가대는 더 이상
자신의 일차적인 기능이 음악을 통하여 전례를 더 풍요롭고 품위 있게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되며, 전례 안에서 신자 전체를 결합시키는 데 그 사명이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만 회중의 행동과 함께, 회중을 위하여, 회중과 더불어 노래하는 자신들도 회중의 일부임을 깨닫게 된다. 음악이라는 예술을 통해 회중들의 공동기도와
전례에 봉사하는 성가대원들의 재능은 회중들의 예배에 생기를 더하게 된다. 그리하여 공동체의 기도가 성가대의 아름다운 노래에 의해 인도, 고양되어 모든 신자들을 하나된 마음으로 일치시킬 때, 이 공동체의 기도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강력한 친교의 표현이
될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말하는 성가대의 사명은 성가대원들의 끊임없는 노력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교회 당국의 끊임없는 배려와 교회 음악가들의 봉사적 활동 그리고 전례음악과 성가대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공동체의 각성과 분발이 한데 어우러질 때, 성가대의 활성화, 한국 교회 음악의 활성화 및 토착화를 위한 기본 바탕이 마련될 것이다.
(이 글은 '사목'지에 발표했던 것을 약간 수정한 것임을 밝힙니다)
"성가대원의 영성"에 대해서는 따로 준비되는 대로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