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기 말까지 교회 전례의 공식 용어는 그리스어가 사용되었으며 그후부터 1963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전례헌장’이 발표되기 전까지 교회의 공식 전례언어는 라틴어였기에 미사 때에는 라틴어만 사용되었다. (지금도 공식용어는 라틴어지만 모국어의 사용이 허락되고 있다) 또한 전례음악은 라틴말로 된 그레고리오 성가였다. 달리 말한다면 라틴말로 된 그레고리오 성가가 아니면 전례 때에 전혀 사용하지 못 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교회에서나 서양음악사 혹은 서양 문화사에서도 ’성가’라고 하면 당연히 이 그레고리오 성가를 가리켰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로 Chant라고 할 때 바로 이 그레고리오 성가를 가리키는 것이다.
바티칸에서 출판한 그레고리오 성가집 (Liber Usualis)에 포함되어 있는 그레고리오 성가는 성무일도 기도를 제외하고도, 어느 미사에서나 변하지 않는 기도문, 즉 미사 통상문 (Kyrie, Gloria, Credo, Sanctus, Agnus Dei)을 노래로 만든 것이 거의 20개나 있었고, 주일미사나 큰 축일 때마다 바뀌는 입당송, 화답송, 봉헌송, 영성체송, 영성체 후송 등 그날 미사에 필요한 모든 기도문(미사 고유문) 까지도 음악으로 작곡되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미사가 시작하는 순간부터 "미사가 끝났으니..."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노래가 그레고리오 성가로 작곡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도 모국어로 된 전례음악 (성가) 은 없었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성가라고 부르는 찬미가는 한 곡도 있을 수가 없었다는 것을 우리는 확실히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5세기부터 가톨릭 교회는 (공식적으로 1963년까지) 모든 장엄 미사에서 원칙적으로 그레고리오 성가 이외에는 한국에서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찬미가 (Hymn) 형식의 노래는 자리할 곳이 없었다.
그러다가 종교 개혁이 있고 난 뒤에 개신교 측에서 모든 회중들을 예배에서 노래부르도록 장려하면서부터 찬미가 (Hymn) 형식의 음악이 성행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에 자극받은 독일에서는 가톨릭 교회 전례 안에서도 자국어로 입당, 봉헌, 영성체, 퇴장 때에 이런 찬미가 형태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찬미가 형태의 노래들은 전례에서 사용되는 기도문을 노래로 부르는 것도 아니었고 미사와 연관되는 음악이 아니라 다만 미사의 중요 예식들 사이의 공간을 메꾸는 역할 (입당 행렬시, 예물 준비를 할 동안, 영성체 행렬동안, 퇴장 행렬동안) 을 하게 된 만큼 전례음악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 교회에서는 1924년 서울교구에서 처음으로 교회음악을 모은 한국어 책을 내면서 파리 외방 선교회 사제들은 이 책을 ’죠선어 성가’라고 했으며, 대구교구에서는 같은 회의 선교사들이 ’성가집’(1936년)이라 했다. 그리고 1938년 원산교구에서는 독일 분도회 (현재 경북 왜관 소재) 수도자들에 의해 ’가톨릭성가’집이 출판되었다. 이렇게 한국 교회는 가톨릭 교회의 음악이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하는 그 초창기 때부터 ’성가’라는 이름을 사용하였고, 지금까지 가톨릭에 관계되는 음악을 모은 책을 언제나 ’성가집’으로 불러 초창기 때부터 일관되게 ’성가’라는 명칭을 사용하였음을 볼 수 있다.
당시 (1920 - 1930년대) 로마교회에서 ’성가’라고 하면 당연히 그레고리오 성가를 지칭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한국 교회에서는 그레고리오 성가도 아닌 찬미가들을 성가라고 불렀으며, 이런 곡들을 모은 곡들을 ’성가집’이라고 했는지 그 확실한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 아직까지 여기에 대한 연구는 전혀 진행된 바 없지만 본인의 생각에는 당시 개신교에서 이런 노래들 즉 Hymn을 찬송가라고 불렀고 (Hymn은 찬미가, 찬송가 등으로 번역할 수 있다) 그런 노래를 모은 책을 ’찬송가집’ 이라 불렀기 때문에, 당시 가톨릭 선교사들은 개신교의 찬송가와 구별시키는 의미에서 의식적으로 "조선어 성가" 혹은 ’가톨릭 성가’라는 명칭을 붙인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한다.
따라서 1920-30년대에 프랑스 선교사들에 의해 서울과 대구 교구에서 그리고 독일 분도회 수도자들에 의해 원산교구에 처음으로 소개된 교회음악들은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미사 자체, 즉 미사 기도문을 노래하는 (그레고리오 성가 혹은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일차적인 음악이 아니라, 미사 때의 예절사이를 연결시키는 그런 부차적인 노래, 즉 찬미가 (Hymn)를 한국 교회에 소개하였다. 이 성가들은 교회 공식 전례 언어인 라틴어도 아니었고 그레고리오 성가도 아니었기 때문에 전례음악이 아니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대로 한국 교회에서는 이런 찬미가 형태의 노래들을 처음부터 ’성가’라고 표현하였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찬미가 형식의 노래만을 성가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1963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전례헌장’이 나오면서 우리는 한국말로 미사를 드리게 되었고, 위에서 말한바 있는 찬미가 즉 행렬 때에만 우리 말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 것이 아니라 미사의 예식 구조 중 중요한 부분에서도 하느님께 대한 찬미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들도 이제 미사 자체 기도문을 노래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하고, 바로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성가라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즉, 환호성, 미사 통상문과 미사 고유문 등 미사의 기도문을 직접 음악으로 만들어 노래하는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교회음악가들은 1958년에 제정한 입당, 봉헌, 영성체, 퇴장 때에 찬미가를 노래하는 규정을 공의회 이후의 새로운 전례에 똑 같이 적용시켜도 되는지 교황청에 문의하였다. 그 대답은 "그 규정은 이미 바뀌었다. [미사 때에] 반드시 노래로 불려져야 할 것들은 미사, 즉 미사 통상문과 미사 고유문이며 다른 어떤 것들이 아니라..."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비록 오늘날 한국 교회에서 넓은 의미에서 전례 중에 부르는 노래들은 모두 다 성가라고 부르고 있지만 행렬을 위해서 혹은 어떤 큰 예식들이 이어지는 그 과정을 위한 노래 (Hymn)와 전례문 자체를 노래하는 것 (전례음악)과는 그 중요성에 있어 굉장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하며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아직까지도 이런 찬미가의 형태는 진정한 의미의 전례음악은 아니다. 미국 교회의 경우 기도문 자체를 노래하는 것과 hymn을 정확히 따로 구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입당 때 우리는 "성가 XX번을 노래하시겠습니다"라고 소개하지만 미국 교회에서는 반드시 "Hymn XX번을 노래하겠습니다"라고 한다는 것이다. 우리 한국 교회에와 같이 아무 데서나 "성가 몇 번"이라 하지 않는다.
만약 한국 교회도 로마 교회가 장려하는 바와 같이 미사 경본에 있는 매 주일의 입당송, 봉헌송, 영성체송을 아예 곡을 만들어 미사 때 사용한다면 우리 한국 교회도 무엇이 성가인지 혼란스러워 하지 않을 것이고 생활성가를 미사 중에 사용할 수 있느냐? 유행가 같은 노래를 미사 때 사용할 수 있는가 하는 논란은 마감되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모든 기도문을 성가로 만들 경우, 우리가 혼동할 수 있는 성가라고는 오직 퇴장 성가뿐이다. 왜냐하면 미사 기도문에는 퇴장송이란 기도는 없으며 따라서 없는 기도문을 사용하여 노래로 만들 수도 없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퇴장을 위한 노래를 만들든지 오르간을 연주하는 방법 뿐이다.
전통적인 그리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성가라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전례문 자체를 작곡한 것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 전례 기도문 자체를 노래한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것은 전례를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음악이 아니라 교회의 공식 기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신자들, 특별히 성가대원들은 이제까지 사용해 오던 성가라는 말을 관습상 그냥 사용하더라도 전례 기도문 자체를 노래하는 것이 엄밀한 의미에서 성가라 할 수 있는 것이며 행렬 때에 사용하는 노래들은 찬미가 (Hymn)임을 알고서 사용해야 하겠다. 이렇게 구별할 수 있다면 이 글을 이어 따라 나오는 생활성가나 아니면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성가든지 명확한 개념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