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아 합창단 연주회 참관기
2000년 6월 19일(월) 저녁 7시 30분은 내게 복 터진 날이라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쿼바디스 ? 옵션은.....
1)내가 속한 남성 합창단 울바우에 간다
2)명동성당 가톨릭합창단 제 44회 연주회에 간다
3)아카데미아 스콜래 깐또룸 연주회에 간다
결론은 3)번 이였다. 그 이유는 이 연주회는 언제 또 공연이 있을지 전혀 모르고 신설 합창단으로 보기 드문 성악 전공자들만의 교회음악이라니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 합창단은 신호철 베드로씨가 감독 자격으로 지휘하는데 전 단원이 성악전공 학생이거나
졸업한 정예단원이다. 가톨릭 신자로서 성악을 한 사람은 개신교에 가서 겸사 겸사 활동하거나 꼭꼭 숨는 것이 통례인데 이십여 명을 모은 자체가 반은 기적이고 신호철씨의 능력이다. 이 합창단은 여러 가지 이색적인 특징이 있다.
-전 단원이 성악전공자인데 정작 지휘를 맡은 신호철씨는 유일한 비 전공자이다.(그러나 전문가이다)
-혼인미사 축가를 부를 중창단으로 시작했는데 날로 지원자가 늘고 있다.
-박대종 신부(대구 가톨릭대학교 종교음악과 교수)와 정의철 신부(서울 가톨릭대학교
전례학 교수)님이 지도 신부로 있다.
본론에 들어가자!
시간에 맞춰 서울 양천구(오목교 지나서) 목동성당을 찿아가 보니 지난번 목5동 성당 못지
않게 크고 아름다운 새 성전이다. 대성당에 들어서니 시원--하다. 그런데 옅은 핑크색 벽돌조 벽체에 높은 천정 은 목재 마감을 해서 울림이 좋다. 그런데.......
앞 벽면에 시커먼 숯덩이 같은 나무토막이 걸려있어서 무엇인가? 하고 다시 보니 우리 교회의 십자 고상이다. 아이구 주님 ! 몰라 뵈웠습니다 하고 성호를 그었다. 거참...아프리카에서 모셔온 고상인 모양이다.
저녁 7시 45분에 합창단이 입장하고 이어서 정의철 신부님과 본당 주임이신 염수정 신부님의 인사말씀이 있었다. 지휘자(신호철 감독)의 짤막한 작품해설이 있은 후 연주에 들어갔다.
단원은 여성 9명에 남성 7명, 계 16명의 두 줄 대형이다.
이 좋은 연주회에 관중이 이 백명도 안되는 것 같아 안스러웠다.
제 1부
노래는 "아베마리아" 로 부르크너, 카치니, 비블레(바이블?)의 3곡을 연속 불렀다.
기본인 혼성 4부가 최대 7부까지 펼치기도하고 곡 중 독창과 중창이 무반주로 이어졌다.
참으로 아름다운 다성음악의 진미이다. 다성음악의 실제연주를 못 들어본 사람은 꼭 들어봐야 하는데......하는 아쉬움이 있다. 여성은 거의 대학 재학생이고 남성은 졸업자로서
성가대 지휘를 맡고 있으니 환상적인 노래의 나래를 펴 나간다.
제 2부
찬조출연으로 김강미씨의 독창인데 2층에서 부르고 오르간에 풀룻이 협연했다.
자신감이 있고 기름진 목소리인데 약간의 바이브레이션은 의도적인 것인지,
성가에 적합한 것인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제 3부
이른바 명곡을 다 모아 불렀다.
"오 우리 구세주" 는 영국 (성공회) 고쓰의 곡인데 이봉섭씨가 번역을 잘했다.
그런데 원문을 번역해서 노래로 할 경우에 딕션 까지 고려하기는 참 어렵다.
우리말 가사인데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노래말을 알아 들을 수가 없다
(필자의 위치는 본당 중앙에서 약간 앞쪽이었고 청각에 전혀 이상이 없다)
예컨데 father를 번역시 "아버지" 로 하면 딕션이 쉬우나 "부친" 하면 알아 듣기
어렵지 않겠는가?
후술하겠지만 "삐에 예수" 는 여성 2중창이 참 좋았다.
제 4부
유명한 강석희 아네스씨의 오르간 독주로 시바여왕의 도착 이라는 헨델의 곡이다.
만화영화에서 동물농장을 연상하는 재미있는 반주가 붙은 곡인데 오르간으로 이런
표현도 되는 구나...하고 감탄했다. 필자가 오르간에 무지한 탓이지만...
아무튼 궁짝 궁짝 꿍짝 꿍짝 하며 진행하는 희화적 묘사에 감명을 받았다.
제 5부
마지막 무대로 보다 여유를 찾은 모습으로 가볍게 불렀다. 포례의 "라신느의 찬미가"를
신호철씨가 개사한 혼성 4부 곡으로 기도의 모습을 본 듯 했고 나머지 3곡은
루터(rutter)의 주님 찬미의 노래들로 막을 내렸다.
모든 노래가 청아하고 제 음을 높여 주고 화성이 아름답고...감동을 줄 만하다
전례음악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그러나......그럼에도 불구하고...
창단 7개월 밖에 안된 아카데미아 합창단의 앞날을 위하여 감히 쓴소리를 하고자 한다.
먼저 프로그람을 보자.
연주곡 세 번째 아베마리아는 곡중 쏠로 4명의 이름이 있다. 그러나 연주는 3명이 한 발 나와서 했다.
오타이면 밤샘을 해서라도 수정해야 하고 4중창을 부득이 3중창으로 했다면 해명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연주자가 결석을 했는지, 남성 1명은 테너 파트를 노래했는지, 베이스 파트를 노래했는지 악보가 없는 청중은 모를일이다.
제 3부 삐에 예수 에서도 프로그람에는 소프라노 2명이 쏠로를 하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실제로는 소프라노와 앨토가 부른 것으로
청중은 이해하고 있다.
프로그람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본다.
노래에 들어가 보면,
첫 곡에서 남성이 불안하게 나왔다. 무반주라서 그런가?
앨토의 숫적열세는 바란스를 어떻게 맞췄는지?
단원 숫자는 적은 것이 아니다, 옛날에 교회음악가들도 이십명 미만으로 많이 했다.
감정표현에서 나중에는 풀렸지만 표정없는 노래를 기계적 기교로 부른 것이 아닌지?
어느 단면을 짤라서 보면 발성, 화음, 음정...나무랄 때가 없다. 그러나 단원들이 어리고
긴장해서인지 너무 굳어있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찬미노래하면 더 좋겠다.
노래가 끝날 때 마다 입 모양이 제각각이고 잔향이 좀 아쉬웠다.
이 번에 단소리 차례이다.
앨토의 김정미양, 훌륭하다고 본다. 나의 선입감을 바꾸어야 했다.
앨토 독창자라면 체격이 크고 건강미가 넘치는 여성이라야 되는 줄 알았는데 큰 눈망울에
불면 넘어질 듯한 체격으로 잘도 소화한다. 몸집을 불리면 더 윤택하고 힘 있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이런 학생에겐 초코렛과 핏자를 사 주고 싶어 진다.
소프라노에서 이윤정양, 요정 같다. 볼룸은 작아도 곱고 높은 소리가 성가에 제격이다.
다른 단원들도 일당 백이다.
베이스 유근창씨...참 좋다. 체격이 크지도 않아 보인다.
음역이 넓고 크고 소리도 곱다. 입 모양이 교과서적으로 크고 멋지다. 듣는이가 그 입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신당동 청년 성가대원들은 좋겠다)
주제넘게 쓴소리 단소리 한 것 같습니다.
다만 아카데미아를 사랑하는 사람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바램입니다.
전체적으로 아카데미아는 전례음악에 한 획을 그었다고 자부 합니다.
길이 발전하시고 은총 많이 받으시기 빕니다.
사족-- 안내 공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휴대폰을 끄지 않고 두 번이나 울려대고 통화까지 하는 아줌마가 있었고
노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박수 치는 박수부대가 있는 현실이다
어떤 아줌마(호칭은 미안하오나...)는 시원하다고 신발까지 벗고 ....
주님 모두 모두 용서하소서,
서울에서
김빠뜨리시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