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전주 전동성당 교중미사 참례기
작성자김건정 쪽지 캡슐 작성일2000-10-08 조회수2,736 추천수5

전주 전동성당 미사참례기

 

성가 가족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깊어가는 가을밤에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올림픽도 끝났고.... 텔레비젼 봐야 그게 그 얼굴이고....

가툴릭 굿뉴스에 볼게 많지요?

 

2000년 10월 8일 연중 제 27주일  이른 아침.

새벽녁에 집을 나서니 공기가 쌀쌀- 하다.

서울역에서 따끈한 유부 우동 한 그릇 먹고 여수행 새마을 열차에 타니

감회가 새롭고 행복이 가득- 하다.

 

[어릴적에 외가집이 경북 영주에 있어서 방학때면 가곤 했다. 그때는 모두 어려운 때

였지만  돈이 없어서 의례 무임승차를 했다. 표 검사하는 차장이 얼마나 무서웠던지...

차장이 보이면 열차 의자 밑에 숨고 아줌마 치마폭으로 가려달라던 때가 있었고

원주역이나 제천역에서 잠시 내려서 당시 20환 짜리 막 우동을 사 먹다가 열차가 음직이면

국물도 다 못 마시고 올라탄 뒤 아까워 하던 때가 생각나서 그럽니다-이 때는 신앙이 없었습니다]

 

열차내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문헌 해설(제5권)에 수록된 전례헌장 해설을 읽었는데 이런 좋은 글을 얼마나 많은 신부님들이나 수녀님들이 읽었을지......요약하면  성음악의 중요성, 그레고리오 성가와 다성음악의 가치, 성가대 육성의 필요성, 라틴어 기도문과 성가의 번역 제한 이유   등이다.

 

전주역에 내리니 오전 9시 40분... 오늘은 뛸 일이 없겠다. 사실 며칠 전부터 전주 교구에 가면 어느 성당에 갈 것인가를 고민했다. 즉 주교좌인 중앙성당과  전통 있는 전동 성당중

쿼 바디스? 였다. 그런데 전동 성당이 역사도 길고 신자 수가 훨씬 많다. 그러니 성가 수준도 높지 않겠나... 해서 전동 성당을 택했다. 택시를 타고 가니 10시이다.

 

전동(殿洞) 성당은 한국 천주교 역사(1784년)와 연관이 깊다. 이승훈으로 부터 호남지역 포교를 위임받은 유항검과 신주를 불사른 윤지충, 권상연 등이 능지처참을 당한 성지이다.

성당은 1908년 불란서 보드레 윤 신부가 건축을 시작하여 1914년에 준공했는네 얼핏 보면

라틴식이 아니고 러시아 정교회 스타일이다. 건축학적으로는 비잔틴 양식이 가미된 로마네스크 양식이라고 한다. 뽀죽탑이 원형이고 돌과 벽돌로 지었다. 벽돌이 삭아서 불원간 보수가 필요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아무튼 아름다운 성당이라 웨딩 드레스를 입은 예쁜 신부와 건강하게 생긴 신랑들이 여기 저기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이 또한 보기에 좋다.

 

성전으로 들어가 보니 서울 명동 성당의 약 삼분지 일 정도로 작다. 삼랑식이라고 하여 기둥이 두 줄로 받치고 있고 2층 성가대는 신발을 벗고 나선형 계단을 굽이 굽이 돌아 올라가면 약 24명 정도가 비비고 앉을 만큼 좁은 공간이 있다.(뚱뚱한 사람은 16명!)

 종탑 구조 때문에 성가대석이 옆이 꽉 막혀서 소리는 앞으로만 나가게 되어있고 성가대 뒷줄에 앉으면 제대는 보여도 신자석은 안 보이게 되어있다. 한마디로 갑갑-한 환경이겠다.

 

성가대는 장년 혼성인데 약 열 댓 명? 그래도 남성이 존재하고 공명이 좋아 밑에서는 잘 들린다.

오늘은 지휘자 없이 반주자가 고개를 끄덕! 하면 시작하는 모양이다.

즉 지휘자가 없다(수도원도 아닌데....)  

 

신자석은 조여 앉으면 약 4백명 규모이고 장궤틀은 없다. 벽면 채색 유리는 거의 한국 성인상으로 그려져 있다.  10시 10분부터 성가대는 화답송을 연습하고 10시 20분이 되자 여성 단원이 한 명 내려와서 입당성가와 퇴장성가를 가르친다. 신자들이 잘 안 따라하니까 "틀려도 좋으니 좀 크게 노래 해 보세요" 하고 호소한다 . 내가 안스럽다.

 

10시 30분에 교중미사(마당 게시판에는 공식미사 라고 되어 있음) 시작!!

입당성가는 성가 399장 주님 안에 하나 였다. 3절까지 다 불렀는데 사제가 안 보이니 어떻게 하나? 다시 1절부터 3절까지 부르니 사제가 입당하고 노래도 끝났다.

이 성가는 입당성가로 보다는 성체성가로 더 적합한 가사로 되어 있다.

 

미사곡은 성가집 325장 자비송부터 씨리즈이다. 자비송 부를 때는 그런대로 교창이 되는데

대영광송에 가서는 오르간, 성가대, 신자 제 각각이다. 즉 3위 3체이니....

박자를 못 맞추기 때문이다. 지휘자가 없는 것도 큰 이유라고 본다.

 

화답송은 그래도 잘-한다. 손상오 신부님의 시편성가를 성가대가 4부 합창으로 후렴을 부르고 독송부분은 남성 독창으로 부른다. 아마추어 이지만 발성에 신경을 쓴 목소리로 칭찬할 만 하다. 오페라 무대용 발성보다는 전례적이니까...

그런데.....문제는 독송 부분이 4절 까지인데 2절까지만 하고 끝이다. 성서 말씀은 한 자 한 획도 빼거나 개조하면 안되는데....

알렐루야는 성가 366장을 다 함께 합창하고 독송 부분은 남성 독창...좋다.

 

봉헌성가는 성가 514장 주여 대령 했나이다. 를 2절까지만 부르고 512장 주여 우린는 지금을 부르고 끝났다. 모두  성가대와 신자의 합창/제창이다.

환호 부분은 모두 노래로 했다.

평화의 인사 때 전후좌우로 인사하다 보니 앞에는 할머니, 오른 쪽에도 할머니, 왼쪽에는 할아버지, 뒤에도 할아버지이다. 교중미사라기 보다 노인미사 같다.??

 

성체성가는 성가162장 성체 성혈 그 신비와 159장 세상의 참된 행복을 특색 없이 부르고

긴-- 시간은 오르간 연주로 끝났다.

 

퇴장성가는 성가 414장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를 2절까지 제창.

후주는 오르간 연주로 있었다.

 

전동 성당은  유서 깊은 전주교구의 대표적 본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은 서울로 돈 벌러, 정치하러 올라갔는지 공동현상이 생기고 있다. 유럽 성당을 닮아가는 것이 아닐까?

대영광송이 뒤죽 박죽이 되었는데 지휘자가 없는 이유 이외에 노인들의 박자감각과 새 가사가

익숙치 않아서 그럴 것이다. 또 지휘자가 유고시 부지휘자가 왜 없는가?

신자 수 7천명이 넘는데.....

 

성가 선곡도 오늘 미사와 별로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로사리오 성월이면 성모 노래나 묵주의 기도 노래가 한 곡 쯤 있어야 하고 전교 노래도 한 곡 쯤....

 

특송은 지휘자가 없으니 엄두도 못 낼 입장이고.....

노인들은 아마 미사전  성가연습을 장년 남성이 하면 좀 잘 따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보수적인 지방이나 시골에서는 지금도 여식이(여자가) 성가대 지휘를 하거나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분위기가 있다.

 

또한 젊은 층이 전혀 없지는 않을것이므로 공동체가 위기의식을 가지고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주님의 풍성한 은총을 기원합니다.

 

 

서울에서 김빠뜨리시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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