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아카데미아 스콜레 깐또룸 연주회참관기
작성자김건정 쪽지 캡슐 작성일2000-11-24 조회수3,129 추천수15

성가 가족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날로 살기 힘들어 지는 세상에 신앙과 성음악을 몰랐다면 ....생각만해도 아찔합니다.

 

오늘은 실로 매우 신선하고  감동적인 음악회에 다녀온 소감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좀 길더라도 성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

 

2000년 11월 23일 (목). 저녁 7시 30분. 시청 앞, 대한 성공회 서울 대성당에서는

아카데미아 스꼴레 깐또룸 합창단의 창단 1주년을 기념하여 대희년 합동 성음악 연주회가 성대하게 열렸다. 합동의 의미는 아카데미아 합창단 이외에 PBC(평화방송) 소년

소녀 합창단과 서울 잠원동 실내 악단 "환희" 가 함께 공연한다는 뜻이다.

 

청중 입장에서는 일거양득이 아니라 일거 3득이라!

그래서 청중이 쇄도할 것은 이미 예상한 바 였다.

 

3개 합창단, 실내악단의 가족만도 적지않을 터 인데 아카데미아 합창단 음악감독인

신호철 형제의 타고난 섭외와 마케팅 능력, 게다가 더 큰 요인은 음악감독이

지휘하지 않고 걸출한 새 시대의 지휘자 2명을 객원 지휘자로 추대하였기 때문이다.

 

지휘를 해 본 사람은 이해가 빠르겠으나 안방을 내 줘도 유분수이지, 창단 1주년

기념 연주에 본인은 한 곡도 연주를 하지 않고 객원 지휘를 시키는 것은 파격적인

용기이다.

 

연주장인 대성당은 시간 전부터 만원이 되어 연주 시작 때에는 좁은 2층 성가대

(이 성가대석은 발코니 스타일이라 매우 좁다. 약 10명 정원)에도 참새들 같이

몸을 붙여서 앉거나 서고 본당에는 입석도 있다.

 

마치 1960년대 추석같은 명절 날

극장구경에서나 보던 입석이다. 허...그것 참.... 약 7백명은 족히 되겠다.

게다가 PBC에서 녹화한다고 여기 저기에 카메라를 갖다놓고 기사들이 바삐 돌아가니

일찍 와서 앞자리 차지하고 앉은 것이 천만 다행이다 (천국도 이렇게 선착순이면

얼마나 좋을까?)

 

본론에 들어 가겠습니다.

 

7시 40분에 아나운서의 멘트와 아카데미아 합창단 지도 신부인 정의철 신부님의

인사말씀이 있고 주님의 기도가 있었다. 정신부님은 특별히 소개할 필요가 있다.

 

즉, 가톨릭대학교 전례학 교수이고

흔치 않은 로마 안셀모 대학 전례학 박사이다. 뿐만아니라 한국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이다. 빼 놓을 수 없는 또 하나는 개인적으로... 어제 출간한 "미사 전례 성가의 이해"

라는 책을 감수하시고 추천의 글을 써 주셨다는 사실이다.

또 있다. 한국 세실리아 성음악 협회 지도 신부 이시다. 감투가 많은 분이다.

드디어 연주가 시작되었다.

 

제 1무대 아카데미아 연주.  지휘:이호중

 

단원은 솔리스트로 구성된 16명의 정예 단원들이다.

(여성은 성악전공 재학생, 남성은 전공자 이거나 수준급의 성가대 지휘자들)

 

소프라노 6명, 앨토 3명, 테너 3명, 베이스 4명 계16명이며 지난 6월에 있었던

목동성당에서의 연주 때와 똑 같은 구성이다.

객원 지휘자는 어제 소개한 바와 같이 잠원동 라우다떼 성가대

지휘자이고 솔리스트이다. 음악선생님이며 숭실 남성 OB합창단 지휘자이다.

다양한 활동을 하는 가톨릭 음악계의 기대주 이다.

 

연주 곡은

엘가의               Ave verum

스테이너의           God so loved the world

고쓰의               O savior of the world

포례의               Cantique de jean racine  이다.

 

위 3곡은 영국 근대곡이고 리신느...는 프랑스 곡인데 성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유명한 곡 들이고 아카데미아의 단골 곡이기도 하다.

약 15분간의 연주 동안에 청중이 고생을 했다.

어찌나 작게 (ppp) 연주를 하는지 숨을 크게 쉬면 연주에 방해가 될까봐 긴장할

정도 였다. 지휘자의 특기는 극도의 절제를 통하여 소리를 모아 나가는 스타일이다.

절제의 미학이라고 할까?.

청아한 화성이 얼키고 설키다가 중창 같은 합창이...주님을 향한 최고의 찬양을

티 없이 봉헌 하 듯 한다. 멋 있다!

 

제 2 무대 PBC 소년 소녀 합창단  지휘:이지영

 

창단 된지 두 달 밖에 안된 햇 병아리 합창단이다. 우리 교회에 무지카 사끄라

소년  소녀 합창단도 있지만 방송국 소속 합창단이 생겼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지휘자와 반주자는 아카데미아 단원이기도 해서 든든한 후원자가 있는 셈이다.

 이 들이 입장하는데 보니 초등학교 2-3학년 같다. 무려 56명이나 되는데 나는

습관적으로 사내 아이들 머리를 세어 본다. 하나...두울....    일곱에서 멈춘다.

여기도 남자가 귀하구나....그러나 어쩌랴...(아이들아  빨리커라, 성가대가 기다린다).

 

곡명은

생쌍의    O salutaris hostia

루터의    주님 지으신 솜씨  이다.

 

아이들 음색에 무슨 차이가 있겠나...싶은데 3성부로 나눠 부른다.

지휘자가 키가 늘씬한 여성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더 작아 보인다.

이 들에겐 어른 들에게 처음 선 보이는 자리인 셈인데 자뭇 긴장해서 인지

소리가 무겁게 느껴진다. 암튼 악보없이 외워서 부르니 지휘자 집중이 좋고

간주가 많은 곡에 라틴어 마저 스타카토 창법이 나오니 생소하게 느껴진다.

 

시간이 갈수록 표정이 밝아지고 자신감이 생긴 듯 소리도 맑아졌다.

 

제 3무대 아카데미아  지휘: 주성렬

 

이 지휘자야 말로 베일에 가려져 있던 청년이다. 누굴까?

학부에서는 성악을 전공했는데 이태리에서 다년간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지휘를

 마스터하고 금년에 귀국한 신인이다. 서울 잠원동 성당 지휘자로 공채되어 장년(파티마)성가대 지휘자로 있다. 늠름하고 멋쟁이다.

자연히 많은 성음악인들의 관심과 시선을 모았고 지휘자에게는 사실상 첫 무대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 비록 규모는 작은 합창단이지만 공식 무대가 아니겠는가?

 

연주곡 명은

스텐포드의     Beati quorum via a 6 ---6성부 곡

김영자 수녀    평화의 기도(가톨릭)

이건용         평화의 기도(성공회)

스칼렛티       Exultate Deo

 

지휘자는 작곡된 곡을 재 창조한다고 한다.

주 지휘자는 이호중 지휘자와는 판이한 해석과 연주를 해 나갔다.

교과서적인 비팅 같은데 절도와 박력이 있다. 수정 쟁반 위에서 물방울이 때그르르

구르듯 합창도 통통 튀는 듯 하다.

 

유명한 김영자 수녀의 평화의 기도를 들으며 역시 남자 목소리의 아름다움을

다시 느꼈다.  노래가 생명력이 있다. 속이 씨원-하다.

 지휘선이 명료하여 객석에서도 지휘자의 의도를 알 것 같다.

모두 아까펠라이고  엑술떼...는 매우  신나는 곡이다.  

 

 

 

제 4무대  다시 PBC 소년 소녀 합창단 순서

 

네이어의    나의 눈을 여소서

후-트       글로리아   

 

두 곡 모두 아까 보다 밝고 신나게 잘 부른다.

Gloria 라는 단어가 많이 반복되는데 그로리아...그로리아...로 들린다.

글로리아...글로리아 하고  혀를 입 천장에 붙여 보면 어떨까?

 

제 5무대  실내악단 "환희"  지휘:강은미

 

11인조 관현악으로 콘트라 베이스까지 있어서 효과 만점이다. 서울 잠원동 성당에서 주일 오후

5시 미사에 봉사한다고 한다 (아! 세상 안 고르다...잠원동에 계신 주님은 복 터졌다!)

 

연주 곡명은

바하의    Jesus, joy of man’s desiring(내 마음은 주님이...)

          Air for the G string

 

헨델의   I Know that my redeemer liveth

         thanks be to thee

 

공명이 좋은 환경이고 여성 악단이라 그런지 맑고 섬세한 느낌...

마치 고감도 이어폰을 끼고 듣는 것 같다.

이런 음감을 녹화 방송이나 씨디로 재생하여 느낄 수 있을까?  

 

제 6 무대 아카데미아  지휘:주성렬 미카엘

 

부루크너 곡      Ave Matia a 7(7성부)

카치니 곡        Ave Maria

몬테베르디 곡    Beati Vir a 6

 

본격적인 합창+기악 협주곡이다.

기악은 오르간, 첼로 및 바이얼린 2명으로 4명에, 합창단까지 20명에 불과하나 지휘자의 태도는

마치 2관 편성에 100여 명의 합창단을 지휘하듯 진지하고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합창만 지휘할 때와는 또 다르다. 비팅도 원래는 작은 사람인데 주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지휘한다.

온 몸을 다 쓰듯....동작도 커지고

 

노래도 명곡들이지만 합창도 현악 협주를 만나 때를 만난 듯 현란하고 화려한 연주를 해 나간다.

곡 중 독창에서 거의 전원이 한 파트씩 불렀지만 앨토(김정미)는 여러 사람의 시선을 모았다. 한국엔 앨토가 귀하다.

전 단원이 솔리스트 역할을 했다. 바로 이것이다! 성음악의 진수였다.

 

연주 종합

 

무대 별 15분-20분씩 약 두 시간에 걸친 연주를 보고나니 후련--하다.

아카데미아 합창은 객원 지휘라는 획기적인 발상으로 결국 음악 감독의 주가가

올라간 셈이다. 정치인들이 본 받아야 한다.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아집이 붕괴되는

것을 역사와 현실에서 본다.

 

 오늘 두 지휘자는 여러면에서 대조되는 지휘를 했고 잠원동(장년, 청년) 지휘자인것도 같다는

공통점도 있다. 게다가 사전에 약속이나 한 듯이 각각 여성이 한 번씩 틀렸다(한 박자씩 먼저 나옴)

단원이 악보 암기가 안되어 지휘를 잘 못 본 된 탓이다. 객원 지휘자가 시간 부족으로

충분한 연습시간 없이 한 두 번 맞춰보고 연주에 임했다면 모험을 한것이고 ...

 

그러나 크게 보아 대단히 잘 마무리 지었다.  

 

오늘 출연한 아카데미아 합창단, PBC합창단, 실내악단 환희, 모두 훌륭한 연주를 해 주셔서

감사한다. 앞으로 PBC 어른 합창단도 생겨서 명실 공히 선교에 성음악이 기여할

기회가 오면 좋겠다고 본다.

 

한국 성당의 전례성가 수준은 천차 만별이고 일부 지방은 황폐화 되어있다.

(제 말에 동의하지 않는 분이 계시면 저의 미사 참례기를 좀 보십시요)

 

백두산 천지의 맑은 물이 용솟음 쳐서 압록강을 이루고 바다로 가듯이

이런 합창단이 새롭고 고급 성가를 보급하고 훈련시켜서 큰 성당의 성가대에

활력을 불어 넣고  그 성당의 성가대원들이 작은 성당으로 이사 가면 그 수준에 맞는 성가 전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아카데미아 스꼴라 깐또룸 합창단..오늘, 큰 획을 그었소이다!

 

김빠뜨리시오 올림.

추기:PBC, 찬넬 33에서 12월 6일 오후 1시, 5시, 8시에 녹화 방영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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