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 가족 여러분, 지금 어떤 마음입니까?
포근-한 양털 이불을 덮고 꿀같은 잠을 자는 기분이라면, 성탄대축일 성가
전례를 아주 잘- 하신것입니다. 반면에 기차가 떠난 플레트 홈에 선 것처럼
허전--하다면 너무 음악 자체에 진력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하는 개인 경험입니다.
오늘은 로마 바티칸에서 봉헌된 성탄대축일 밤미사 녹화중계방송(서울 평화방송 찬넬 33)
에서 미사를 시청하고 소감을 나누고자 합니다. 이미 보신분은 안보셔도....
[이런 글은 로마에서 직접 참례한 전문가가 쓰셔야 실감이 나고 정확한데
이틀이 지나도록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 듯하여 아마추어인 제가
부분적으로 느낀 것을 간략히 쓰는것이지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바티칸 미사에 관심은 많으나 대부분의 성가대원들이 밤미사 후 깊은 잠, 본당 행사와 모임때문에 오전 6시30분과 오후 5시에 방송된 중계실황을 못 보았을것으로 판단해서입니다.
저도 잠 때문에 놓칠뻔 했지요.처음부터 보질 못하여 미사 전 전례상황을 못 전함을
또한 양해하여 주시길...]
2000년 대희년의 12월 24일 자정, 바티칸(시)국 성 베드로 성당 광장!
[통상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하는데 올해는 2000 대희년 순례자가 많아서
교황님이 옥외미사를 집전하신다고,,,,]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종교적 성지이고 , 예술의 도시, 로마이다.
나는 두 번을 가 보았다.
한 번은 4년전 평화방송이 주관한 성지순례단에 끼어서, 또 한 번은 2년 전 유럽에
출장갔다가 로마에 들러 하루를 혼자 걸어다니며 관광했다.
박아지도 한 번 써 봤고....그래서 텔레비젼에서 성 베드로 광장 모습을 보니 친근 감이
간다. 아! 저기가 바로 거기구나..하는 식으로..
이제 본론에 들어가겠습니다.
날씨가 고약하다. 화면에 간혹 눈발이 보이던데 시간이 갈수록 진눈까비가 되는가 했더니
비로 변한다. 80세의 고령에 파킨스씨 병까지 앓고 계시는 교황님의 건강이 걱정되었다
그 넓은 광장은 세계 각국에서 모인 신자들로 꽉- 찼고 모두 우비나 우산으로 비를
피하며 미사에 기쁜 표정으로 참례한다.
모든 통상문 노래는 라틴어 그레고리오 성가이고 성가대 모습을 보니 앞에는 소년이고
뒷줄에는 성인들이다.약 30명? 까운을 모두 갖춰 입었다. 다른 성가대가 또 있는 듯...
입당송 Dominus dixit ad me....를 부르고
KYRIE 후에 성탄 찬가(생소하고 잘 모르는 찬가임)를 깐또르가 시편성가처럼 독창을 한 후 GLORIA 로 들어간다. Gloria in excelsis Deo! 선창부분은 교황님이, 큰 소리는 아니지만 직접 선창하셨다. 선창후 타종(마치 부활 성야처럼)을 하고나서 노래가 이어진다.
[아, 참, 깜빡했네요. 미사곡은 그레고리오 성가 제 8번 De Angelis입니다. 아주 아름답고 유명한 곡이지요]
.
글로리아는 들어 보니 단순한 원래의 그레고리오 성가가 아니고 다성음악처럼 화성을 붙인
곡이다(바루토루치 신부의 편곡인지?). 성가대에서는 소년 성가대와 어른 성가대가 교창을 하고 이 노래를 아는 신자
들은 성가대와 함께 제창을 한다. 수 만명이 야외에서 노래를 해야하는 것을 고려해서인지
매우 느린 속도로 부른다. 너무 느리다는 느낌.....
모든 전례문은 라틴어로 노래하고 이태리어(제1독서)와 영어(제2독서), 불어(신자들의 기도) 등 도 사용되었다.
SANCTUS(Benedictus 포함)와 AGNUS DEI 도 천--천--히 부른다.
바깥 날씨가 비가오고, 춥고 노천광장인데도 노래를 생략하는 것이 없다.
[한국의 많은 본당에서는 주임신부님들이 따뜻한 본당내에서, 교황님 보다 젊고 건강한데도 불구하고 미사시간이 길어지면 모두 모두 피곤해진다며 라틴어 미사곡을 못하게하거나 하더라도 쌍뚜스에 이어지는 베네딕뚜스를 생략하는 것을 보았는데 전례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궁색한 이유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우산을 바쳐든 봉사자들의 안내로 성체 분배 사제가 영성체를 해 주는 동안 성가대는 영성체송 In splendoribus...를 노래 한 후 우리성가 102장 (아데스떼 휘델레스)을 노래한다.
화답송은 전례원칙대로 여성 깐또르가 후렴을 독창하면 공동체가 반복하고 1절, 2절, 3절
독송부분을 깐또르가 독창하고 매 절마다 후렴을 공동체가 노래한다.
알렐루야는 성가대가 노래한 후 신자들이 반복하여 몇 번을 했는지 기억이 없을 정도이다.
그 외에 환호노래와 신경(Credo)와 주님의 기도(Pater noster...교황님이 선창)도 귀에 익숙한 곡이고 감사송 후 대화구도 대송이 이뤄졌다.
참으로 감사할 것은 내가 아마추어이지만 이런 곡들은 어렴풋이나마 알기에 유일한
학생인 아내에게 해설(?)도 해 가며 즐겁게 시청했다.
파이프 오르간 소리는 작게 들리는데 아멘 같은 동음도 신자들 보다 약 0.5초 정도
먼저 소리를 내어 모든이가 쉽게 음을 잡고 화답하도록 배려하는 점이다.
밤미사는 약 2시간 걸렸다. 연노하신 교황님이 건강이 우려되는 상항에서도
대사제의 임무를 수행하시는 모습을 보고 아파트 거실에서 편히 앉아 시청하던
우리는 죄송스런 마음이 없지 않았다.
이 좋은 방송을 해 주시는 평화방송에 감사하며.....
가톨릭 전례의 모범인 이 날 성탄대축일 밤미사를 보며 아련한 추억이 하나 생각난다.
지금부터 15년 전, 지방 소도시에서 성탄 밤미사에 입당송과 영성체송을 그레고리오 성가
(천사미사)를 성가대에 가르치고 연주를 했다. 성가대원들은 처음 보는 4선 악보와
사각 악보에 호기심 반, 불평 반으로 익히고 배워서 뜻도 잘 모르고 노래를 했다.
신자들은 더 생소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때는 그려려니...했지 불평은 없었다.
미사 후 간단한 뒤풀이를 하고 귀가하여 잠을 청하는데 전화가 왔다.
2차 모임을 가지던 주사파 청년들이 술을 마시며 미국 텔레비젼에서 나오는
바티칸 밤미사 중계를 보고 있었는데 입당송이, 바로 우리가 미사때 부른 그 곡이라
놀라고 흥분한 것이다.
"지휘자님! 우리가 불렀던 그 곡이 테레비에서 나옵니다.!"
"갑자기 뭔 소리야 ?"
"예, 거 그레고리오 성가 있잖아요, 우리가 부른 입당송이 바타칸 미사에 지금 나와요!"
"그래? 그러게 내가 뭐랬어? 우리가 정통 성가를 하고 있다구..."
"아이구, 지휘자님, 몰랐습니다. 감사합니다!"
공연히 잠을 설쳤지만 그 후로 이들은 긍지를 가졌고 그레고리오 성가 예찬론자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 이듬해 다성음악(pueri....)을 배워서 발표회도 했다.
이 청년 중 3명이 그 도시의 본당 성가대 지휘자가 되었다.(현재도....)
지금 생각하면 풋내기 지휘자였고(영원한 비전공,아마추어이고 우리같은 사람은 사이비라고 ...
아무려나, 주님 찬미하는데 무슨 상관이 있으랴...)
나와 그들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서울에서는 아주 먼....시골 본당에서의
15년 전 얘기이다. 끝
서울에서 김빠뜨리시오 올림.
추기; 이 글과 아래 2063(가면 무도회의 종말)의 용어 일부를 수정하였습니다. 제 뜻과 관계없이 오해의 소지나 불편해 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때문입니다. 새 해를 맞으며 모든 분들,(특히 부족한 제 57 번째 글을 읽어주신분들이) 평화의 날을 맞이하기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