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 오르간 연주에 관하여
성가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근 오르가니스트의 활발한 토론과 의견 교환을 저도 기쁘게 읽고 있습니다.
아래 김인혜님의 글[#2336]을 보고 갸우뚱...하게 되는 부분이 있어서 제 의견을
피력하고자 합니다.
글 내용은 사순시기 주일미사에 오르간 독주를 하여 은혜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 자부심과 기쁨은 이해할 수 있으나...전례음악 측면에서는 납득하기 어렵군요.
물론 주임신부님과 상의 했다는 뜻이 포함된 듯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렇습니다.
가톨릭 교회는 2천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고
교계제도라고 하는 , 즉 교황-주교-사제 로 이어지는 사목권의 범위가 정해져 있고
이를 이행하기 위하여 교회법 체계가 아주 잘 되어 있습니다. 만일 이것이 잘 지켜
지지 않으면 가톨릭 교회는 타 종교처럼 분열될 우려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와 계시는 교황대사님의 임무 중 하나는 로마식(라틴) 전례가 교회법대로 지켜지는지 감독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오르간 독주와 관련된 얘기로 돌아 갑니다.
전례헌장(1963년)을 시행하기 위한 성음악 훈령(1967년) 제 66조를 보면,
"이러한 악기들의 독주는 대림절과 사순절 기간 중, 그리고 성삼일 또한 연미사와 연령 성무 일도 중에 허용되지 않는다" 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지켜져야 하며 지역 주교단, 또는 주교는 별도의 규정을 만들어 시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교회에 별도의 규정이 없으므로 누구든지 이 훈령을 따라야 합니다.(만일 미국이나 일본 주교님이 전례를 바꾸면 그 지역은 그대로 해도 됩니다)
김인혜자매님이 사순 제1주일 미사중에 오르간 독주 했다면 잘 된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제가 이미 2주 전에 [오르가니스트]에게 당부하는 글[#2231]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가톨릭의 전례는 매우 중요하게 지켜오고 있습니다.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여 참회와 자제를 뜻하는 자색 제의를 입고 미사를 봉헌하는데 화려한 독주라......?
오르간이나 인정된 악기를 파스카 3일에도 노래를 돕기 위하여 연주할 수 있으나,
즉 반주가 없으면 노래가 잘 안될 경우(성가대가 없던지, 있어도 부실할 경우)
를 상정한 예외 조항입니다.
독주와 반주는 분명히 다르지요.
독주는 안된다는 것이 교회의 전례 정신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전례를 아는
대부분의 성가대는 파스카 3일간 가급적이면 무반주 성가를 하지요.
또 한가지, 노래나 악기 연주는 본인이 은총을 받기 위해서나 신자들을 즐겁게
하기위한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을 찬미하는, 하느님께 봉헌 하는 음악입니다.
개신교에서는 성가대 찬양을 듣고 은혜 받았다는 표현을 잘 쓰는데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노래에 공감하고 간접 참여한 것으로 저는 봅니다. 자칫 자기만족에 심취하거나
청중을 의식한 연주는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대림 제3주일과 사순 제4주일에는 독주를 허용하는 것이 교회의 전통
입니다. 독주는 아껴 두었다가 부활대축일 전야 미사부터 맘껏! 연주하시기를
당부합니다.
(단,미사가 아닌 연주회는 별개의 문제입니다.사순시기의 수난곡 등 얼마나 좋습니까?)
전례음악을 연구하고 아끼는 사람으로서 드리는 사랑의 메시지입니다.
서울에서 김빠뜨리시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