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불교]서울 조계사법회(찬불가)참관기
작성자김건정 쪽지 캡슐 작성일2001-03-11 조회수2,380 추천수7

성가 가족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이 시간에도 교도소에서, 병원에서, 가정에서 몸고생, 마음 고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혹시 억울한 고생을 하는 분이나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 서울 조계사를 찾아가 법회를 참관한 소감을 나누고자합니다.(가톨릭으로 비유하면 서울 명동대성당과 같은 상징적 사찰입니다)

 한국 사람은 누구나 불교문화의 유산을 지니고 삽니다.

[저도 어린 시절에는 절 밥을 많이 먹고 자랐습니다].

여러분들도 알게 모르게 시주 많이 하고 삽니다. 전국 국립공원에 들어 갈 때

사찰 땅(사유지)를 통과한다고 하여 문화재 관람료가 입장료에 포함되어 막대한

돈이 종단으로 들어가지요]

 

 

해군에 근무할 때 재미있는 현상을 많이 보았습니다.

군종신부는 군승(법사)와 상통하는 면이 있어서 서로 서양중, 동양중, 하며 친하고

개신교 군목은 스스로 소외되는 분위기 였던 것 같습니다. 요즘 가톨릭에서는

종교간 대화를 모색하며 타 종교를 인정하는 추세인 듯 합니다. 지난 3.1절에도

한국 7개 교단이 화해 평화의 날을 선포하고 행사 및 행진을 한 바 있습니다.  

 

조계사는 서울 한복판에 있다. 서울 종로구 견지동이니 해장국으로 유명한 청진동

옆 이다. 사찰 해탈문(대문, 현판에는 삼각산조계사)은 기둥 하나가

지름 3미터나 되는 목재이다. 본당 격인 대웅전은 약 1천명이 앉을 수 있는

큰 법당이다. 오늘 법회는 약 5백 명 정도 참례한다.

서방에서 전래된 교회 건물이 돌과 벽돌 및 유리로 된데 비하여 사찰은 목재와

종이로 된 건축이다. 그러니 화재와 물에 취약하게 되어있다.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넣고 좌복을 하나 가져다 뒷자리 구석에 앉았다.

(좌복? 아십니까?  방석 말입니다) 바닥은 다다미이고 천장은 높고 난방을 못하니

곳 곳에서 황소바람이 들어와 춥다. 신자들도 두툼한 외투를 입고 연신 절을 한다.

 

(절 풍경은 다 아시므로 생략하겠습니다).

 

법회는 오전 10시부터 12시 까지인데 인간적이고 눅눅하다. 수시로 들어오고

나가고 절을 하거나 앉거나 (노인들은) 사탕을 먹기도 하고 휴대폰 통화도 한다.

얼핏 보면 질서가 없고 이상하게 보인다. 그러나 반대로 불교신자가 볼 때엔

우리가 매우 절제된 전례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본론에 들어갑니다.

 

10시가 되자 입당 찬불가나 해설없이 스님(비구)세 분이 들어와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시작하자 모두 일어선다. 법당에 부처 형상이  수 백개인데 중앙 대불이

우리로 말하면 고상인 모양이다.

 

천수경을 다함께 염불하는 데 18분이나 걸린다. 한글 가로쓰기가 아니고

세로쓰기인데 오른 쪽에는 한문, 왼쪽에는 한글이고 밑엔 해석문을 달아놨는데

경문과 해설문을 다 읽으려니 도모지 못 따라가겠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

 

이 천수경의 언어가 인도 범어인 듯한데 나는 한 마디도 아는 단어가 없다.

신자들이 대개 외워서 합송하는 것을 보고 문득 가톨릭 교회의 라틴어가 생각났다.

교회의 공식언어이고 라틴어와 성가를 보존토록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라틴어

성가를 점점 눈치를 보고 부르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몇 년 안가서 토착화

한다는 이유로 없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불교신자들은 이 어려운 불경(40쪽)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을 알고 합송할까?

 

[합송이라고 했지만 잘- 들어보면 연도같은 노래이다. 선율이 단조롭다고 하여

노래가 아니랄 수는 없는 것이고 그레고리오 성가와 닮은 면도 있다].

신자중 90% 정도가 할머니이고 10% 정도가 남자와 청년인데........무조건 원어로

외우고 뜻을 나중에 익히는 것 같다.

 

천수경 다음에 목탁을 두드리고  요령을 흔들며 지심정례와 108참회문을 외우며 108번 이상의 절을 올린다.

약 23분 걸린다. 절은 일제히 하는 것은 아니고 각자 하므로 전체적으로 보면 자유롭게 한다.  허리 아픈 사람은 그냥 앉아있다.

 

다음 축원 시간인데 예불 지향을 신청한 사람 이름을 10 분 이상 염불하듯 읊는다.

예를 들면 "김아무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호 아파트 몇호, 갑진생 보책...

그러니 수 십명을 다 호칭하는 인간미가 있다.

 

한시간이상 지나고 설법시간이 되자 드디어 찬불가가 나온다.

 

설법을 청한다는 "청법가"인데 단선부의 현대 악보이다.

성가대가 노래하고 신자가 함께 부르는데 성가대쪽으로 가 보니 피아노 반주에

청년 6명(남자 4명, 여자 2명)이 단부로 노래한다. 이름하여

"청년회 보리수 합창단"이다. 신자와 마주보고 부른다. 지휘자가 없고 그냥

선창하는 수준이다.

 

1절 밖에 없으므로 곧 끝나고 45분간의 설법이 끝났다. 스님은 높은 법석에 앉아

신자를 내려다 보며 설법한다. 우리말에 "야단법석" 이란 말이 있다.

와글 와글 소란스러운 뜻으로 쓰지만 원래는 부처가 설법할 때 군중이 많으므로

야외에 임시 법석을 설치한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 다음 노래는 사홍서원(네가지 서원)노래를 하고 산회가를 더 부르고 끝난다.

마지막 인사말은 서로 "성불합시다" 이다.

 

맺으며.....

불교 음악은 어산 또는 범패라고 하여 고유 음악이 있으나 석가탄신 같은 큰

행사때만 하는 것 같다. 일요 법회는 소수의 인원이 3-4곡을 선창하는 정도로

부르는 것이 고작이다. 총본부인 조계사가 이럴진데 다른 말사는 전례음악이라고

볼 만한 찬불가가 없다고 볼 수 있을것 같다.

 

성물 판매소에 가 보니 조계사 합창단용 합창곡집이 있는데 혼성 4부곡이고

현대악보이다. 다만 작곡자는 대개 이름이 익은 한국 대중가요 작곡자가 많다.

신자용 찬불가책은 따로 없고 불자수첩이나 염송문집 말미에 부록으로 16곡이

수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오래 전에 원불교에서 나온 "성가" 책을 한 권

가지고 있다.

 

불교의 전례는 동양적이고 인간적인 듯 하다. 설법도 딱딱하지 않고 웃겨가며

중간에 ***번 차 좀 빼 달랍니다....하는 안내 부탁도 들어주며 진행한다.

 

찬불가는 매우 단순한 곡 몇 곡 뿐이다. 가사 내용도 절대자를 찬미하는 노래가

아니고 권선징악을 나타내거나 진리를 알리는 것이 많아서 엄밀한 의미로

성가라고 정의 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 다만 경문은 아직도 라틴어나 히브리어

보다 어려운 범어 경문을 쓴다. 그래도 신자들이 못 알아들으니 우리말로

하자고 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원전을 중요시 한다는 듯이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입으로 지은 죄를 없이하는 기도문)

 

 서울에서 김빠뜨리시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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