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요한 형제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님이 말씀하신 원칙에 저도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이며 실제로 저도 한국어로 번역된 그레고리안 성가를 많이 연주합니다.
그런데 저의 글이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었나 봅니다.
결론 부분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저는 반듯이 원어로 노래해야 한다는 원칙주의자는 아닙니다.
아직은 어느것이 더 좋다고 판단할 수는 없지 않는가 하는 이야기 입니다.
그렇다면 양자가 모두 이용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 글을 쓴 이유가 라틴어 성가를 금지하신 어느 신부님 때문이었기에
'왜 원어로도 불러야 하는가' 하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글이 오해의 소지를 불러 일으킨 것 같습니다.
저의 그 글은 사실 원칙론 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님께서 지적 하셨듯이 제 생각도 음악은 수학처럼 모두 원칙에 꼭 맞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알렐루야'에서 루에 강세가 와야 한다는 것은 원칙적인 이야기이고 그 원칙이 무시된 예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또 멜리스마가 많아지거나 박자가 길어지는 경우 대부분 언어적인 측면의 강세등은 깨지게 마련이지요.
또한 작곡가가 원해서 또는 곡 전체의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서도 그렇게 할 수 있겠지요.
제가 평소에 불만을 품었던 것은 '이 원칙이 무시될 때는 그만큼 작곡가는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 텐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제 글을 읽고 보내주신 많은 분들의 메일을 받아 보고 그것이 얼마나 나의 독단적이고 잘못된 생각이었나 하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과 글을 올리고 문제가 된 내용을 삭제한 것입니다.
그러나 한번 읽혀진 글들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이 요한 형제님께서 그 내용에 관한 부연 설명을 해 주심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덧 붙여서 한가지 요한님의 글중에 '우리 한글은 액센트와 억양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 부분에 관한 저의 의견을 말씀 드리고 싶어요.
한글에 악센트와 억양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겠지요.
모든 언어가 그 특유의 억양을 갖고 있듯이 한글 역시 분명 억양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정도가 약해져서 장음, 단음정도의 구별로 나타나지만 (예전에는 사성점이라는 것이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강세 역시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강세라는 것이 서양언어와 같이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으니 님께서 주장하신 대로 '그레고리오 성가를 자국어로 번역해서 불렀을 때 가장 원곡에 충실히 부를 수 있는 언어는 한글이 단연 최고'라는 주장에는 저도 찬성합니다.
하지만 우리말 작곡 또는 개사의 경우 작곡가나 번역가 분들은 이 부분(즉 우리말 딕션)에 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이미 그렇게 하고 계시겠지만 그래도 노파심에서…)
그리고 또 한가지 요한님께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우리의 옛 음악들(민요가 아닌)을 보면 우리노래의 특징은 상당히 긴 멜리스마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 보여집니다. (아악, 시조 등등…)
그런데 요즘 작곡되는 성 음악들은 너무 민요쪽에만 착안해서 만들어 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우리 음악의 특징이 단선율 또는 대위법적 음악이라는 것, 계응이 많다는 것, 멜리스마틱한 요소가 많다는 것 등은
어쩌면 우리 가톨릭 음악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아닐까요.
이런 부분에 착안하여 보다 다양한 우리의 성 음악들이 만들어 졌으면 합니다.
끝으로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해 주심에 찬사 드리며 앞으로 보다 더 많은 활동 기대합니다.
복된 부활 맞이 하시고 언제나 하시는 일에 주님께서 함께하시길 기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