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목요일]대전 대흥동(주교좌)성당 미사참례기
거룩한 파스카 3일입니다.
대흥동 성당은 1944년에 설립되었고 현 성전은 1962년에 축성되었습니다.
광역시에 위치한 주교좌 성당치고는 신자 수가 2천 여명에 불과하여 한국
15개 교구 주교좌 성당 중 가장 작은 성당입니다. (군종교구는 빼고요).
위치는 대전 중심가 , 중구청 옆 번화가 길가에 있고 성당모습은 크지만 별
특색은 없습니다. 성전은 1층에 약 600석, 2층에 약 200석, 약 800석으로
큰 편이지요. 오늘 미사엔 약 200명이 참례했습니다.성가대는 원래 2층에
위치하는데 오늘부터 1층 우측 제대 앞으로 내려와서 노래하도록 변경된 모양입니다.
이 성당은 1986년 8월에 파리 그레고리오 성가단이 성음악미사를 봉헌한다고
하여 제가 멀리 진해에서 기차를 타고 와서 참례하고 감동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 때만 해도 그레고리오 성가를 제대로 연주하는 것을 보기 어려웠지만
대축일에는 라틴어 미사곡을 당연히 봉헌하는 분위기 였던것 같습니다.
그 감동은 당시 가톨릭신문 (1896년 8월 31일 자)에 "성음악 미사에 참례하고"
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바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미사 참례기에 관한 한 저는
끼가 있었나 봅니다.
본론에 들어 갑니다.
오늘 성가는 청년성가대(hymnus:찬미가)가 맡았다. 신자 수가 적은데도 청년성가대가
주일 교중미사를 , 어머니 성가대는 오후 3시미사를, 그리고 아버지 성가대는 오후
7시 미사를 맡는다. 장년 혼성 성가대가 없는 것도 특이하고 다른 도시의 청년 성가대는
사목적 판단에 의하여 해체되거나 저녁 미사 때 복음성가 위주의 성가를 부르는데
힘누스 성가대는 주력 성가대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니 대견하고 고맙다.
앞으로 나온 성가대는 지휘자가 남성이고 단원은 여성 12명, 남성 6명으로 혼성4부를
아슬 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다. 흰 바탕에 빨간 십자가를 장식한 단복에 미사보를
안쓰니 신자들 보기에 개신교 성가대 같다. 단복을 안 입은 사람이 있다. 누구게?
--> 지휘자? 아니다. 이 번에 반주자이다. 모두 깜빡 한 모양이다.
반주자는 가장 핵심적인 성가대원이다.
저녁 8시에 미사 시작!
사제단이 입구 쪽에서 입당하는 동안 성가대가 오늘의 입당송을 부른다.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자랑으로 삼아야 하리니..." 이다.
상지원 출판사에서 나온 가톨릭 합창곡집의 악보인 듯 하다.
[상지원 출판사는 성가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척박한 교회 출판계에서 적자를
무릅쓰고 꾸준히 좋은 책을 내고 있다. 특히 성음악관련 책은 엄청 출혈은 각오해야 한다
이런면에서 아직도 흐릿한 복사판 악보를 쓰고 있다면 안타까운 일이라하겠다. ]
이어서 입당성가를 또 부른다.성가책 169번 사랑릐 성사 이다. 분향이 있으므로 충분히 부른다. 미사곡은 김한승 신부 곡이다.
[김신부님은 작년에 로마 교황청 성음악대학에서 마에스트로 학위를 받고 귀국하셨다.
대전 가톨릭대학 교수이며 교구 성음악 감독을 맡고 있다. 전례음악 연구소와 부설 음악원, 합창단 및 채임버 오케스트라를 창단하는 등 의욕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자비송을 들어 보니 고 이문근 신부님 체취가 묻어나는 것 같은 분위기이다.
대영광송은 사제 선창 후 타종과 오르간 주악을 약 25초간 하고 이후 오르간 없이 무반주
로 부른다. 전례적으로 맞는 방법이다.
제1독서 후 화답송은 성가대만의 노래인데 오르간이 첫 음을 (뿡!) 낸 후 무반주로
후렴을 노래한다. 독송부분은 1절을 테너 단원이 잘 - 불렀다. 그런데 2절은 다른 남성이,
3절은 여성단원이 부르는데 분심이 든다. 첫 번째 단원이 시편창법을 잘 부르면 계속
부르는 것이 좋을것이었다. 준비가 안된 단원에게 독창을 시키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정치권에서야 나눠먹듯이 장관직을 주지만 전례성가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본다.
성가대 지휘자는 행여 인정에 끌리지 말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때가 있다]
제2독서 후 복음환호송은 성가대가 "새 계명을 너희에게(이종철 신부 곡)"을 부른다.
이 곡은 잘 지은 곡이고 성가대도 그런대로 잘 불렀다.
강론 때 보니 왼쪽 끝에서 몇 명의 농아자를 위하여 한 자매가 수화 통역을 하고 있다.
가슴이 뭉클하다.
발씻김 예식에서도 예절이 진행되는 동안 "너희에게 새 계명을 주노니(김대붕 곡)"을
부르고 제1 따름노래를 불렀다. 첫 음을 듣고 하지만 잘 부르는데 다만 소프라노는
숫적 열세여서 고음이 움츠려지고 공명이 덜 되는 소리이다. 앨토는 막강하고 베이스도
3명이지만 제 몫을 한다.
봉헌행렬노래는 성가대가 "그리스도의 사랑이..."를 대표로 불렀다.
다른 미사곡과 주님의 기도, 환호도 첫음을(뿡!) 듣고 제창했다. 첫 박이 잘 안맞는 것은
부득이한 상황이라고 이해한다.
성체성가는 평이한 곡, 성가책 174번, 188번을 제창!
주례 사제의 성가대 칭찬이 있었다. 군인은 사기를 먹고 사는 조직이고 성가대는
주임 신부님의 이러한 사랑을 받고 힘을 얻는 단체인 듯 하다. 일년 내내 무관심 속에서
봉사만 하는 성가대는 이런 측면에서 보면 좀 불행하다.
성체이동시 성가대는 "입을 열어 구세주께"를 노래하며 수행한다.
별채인 문화관에 경당이 수난감실이다.
이 길을 신심깊은 신자들이 두 줄로 촛불을 들고 밝혀 서서 봉사한다.
참으로 좋은 모습이다.
오늘 발씻김 예식도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6명씩 참가했다. 여성의 말씻김은
못 보던 모습인데 대전교구 대흥동 성당은 좋은 관습과 시도가 많은 듯 하다.
성가전례는 잘-한다고 느꼈다.
여러분의 본당 모습은 어떠했는 지요? 성가대가 실수라도 안했기를 바랍니다.
대전에서 김빠뜨리시오 올림
(컴 고장으로 늦게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