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임동순 작곡]발표회 참관기
작성자김건정 쪽지 캡슐 작성일2001-09-16 조회수2,305 추천수6

유빌라떼 데오!

 

임동순....

그는 이 시대에 우리 교회가 필요로 하는, 흔치 않은 성음악 작곡가이다.

 

2001년 9월 15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CCM 지하2층에 있는 영산아트홀에서는

가톨릭대학교 임동순교수의 합창음악 작곡발표회가 있었다.

 

임동순형제와는 일면식도 없던 관계이나 작년 12월9일 청구교구 어린이 합창단(안젤루스 도미니) 발표회 때 전례성가(영성체송, 입당송 등)를 그레고리오 선법을 응용하여 창작한 것을 신선하게 들어 본 적이 있고  그의 특이한 경력 (화공학 박사이면서 프랑스 에꼴 노르말에 유학후 귀국하여 서울 명동 성당 로고스 합창단 지휘자 역임)이 눈길을 끄는 사람이다.

 

영산아트홀은 크지는 않지만 고급 연주장이다. 청중이 많지 않아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2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제1부 전례를 위한 모테트 :지휘 김정선 수녀

 

-성모송(Ave Maria)

-성체안에 계신 예수(Ave verum)

-분노의 날에(Dies irae)

-천상에서(In paradasium)

 

지휘자 김정선 수녀는 성음악 활동이 활발한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원(대구관구) 소속이고

대구 가톨릭 음악원 교수이다. 대구 음악계에서는 카리스마가 있는 유명한 지휘자이다.

"뿌에리 깐또레스"라는 소년소녀 합창단을 창설하고 이끄는데 핸드벨 연주로도 명성이 있고

작년 11월 23일 연주회 때에도 합창곡 레퍼토리가 무척 다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반주는 오르가니스트 김수영씨가 맡았고 첼리스트 1명이 가세하여 반주에 윤기를 더 했다.

합창단원은 작년보다 적은 32명(이중 남아 단 4명)이고 성악 지도교사 2명이 함께했다.

깔끔한 성가대원 유니폼을 입은 아이들이 천사처럼 라틴어 성가를 악보 없이 노래한다.

초등학교 3-4학년 정도의 어린아이는 요정같다.

 

피아노 소품 4곡이 약 20분간 연주되었다. 피아니스트는 김기숙씨.

기악곡은 그림으로 치면 추상화 같아서 직접 연주해 보지 않은 청중은 이해가 어렵다.

(푹신한 의자 때문인지, 감미로운 피아노 소리 때문인지 잠시 무릉도원 갔다 왔다)

가끔 불협화음이 감지 되는데 일부러 그렇게 작곡된것인지  범실인지 나는...모르겠다.

 

어린이들이 원피스로 갈아입고 다시 입장하여 "동성합창을 위한 우리 합창가곡" 으로, 김소월의 진달래 꽃, 김남조의 나무들 등 5곡을 불렀다. 전례성가보다 일반적으로 템포가 빠르고 경쾌하다. 일곱가지 색색의 평상복도 예쁘다.

 

아이들이 악보를 안보므로 초롱 초롱한 눈으로 지휘자를 잘보니 호흡이 잘 맞게 되어있다.

포르테 보다 피아노가 어려운 법인데 고음, 저음 다 잘- 낸다.

서울에 있는 소년소녀 합창단들 보다 나은 것 같다.  

 

제2부 혼성합창을 위한 작은 오라토리오 :지휘 이현희(남자)

 

시편 23장(야훼는 나의 목자...로 시작)과 시편 30장(원수가 나를 두고 기뻐하지 못하게 하시니...로 시작)을 작곡한 대곡이다. 약 48분 걸렸다.

이 곡은 화려한 무대에서 연주되었다.

예쁜 한복을 입은 뿌에리 합창단과 성악전공자들로 구성된 오라토리오 싱어즈가 함께했다.

이 합창단은 개개인이 프로인대신 종교적으로는 색깔이 없다. 음악적으로 프로라는 뜻이다.

그러니 53명의 쟁쟁한 어른+아이의  혼성4부 합창이 이루어 졌다. 이런 무대는 매우 희귀한 구성이다.

 

시편은 각각 3부로 나뉘는데 독창자의 독창, 중창, 4중창, 합창이 골고루 어울어져

듣는이에게 마치 뷔페 식사를 연상케 한다. 피아노, 오르간에 첼리스트 2명과 베이스1명이

합세하니 투티(전체 합주) 때는 웅장하다고 할까?  

 

몇 몇 합창때는 감격에 겨워 마치 헨델의 할렐루야를 들을 때의 느낌이다.

우리 곡도 굉장한 것이 나왔구나...하는 놀람이 있었다.

 

오늘 임동순 작곡 발표회는 이렇게 외형적 모양을 갖추었다.

그러나 겉모습은 핵심이 아니다.  내면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무대라고 본다.

모테트, 한국 가곡, 피아노 곡, 오페라 급 오라토리오 등 엄청난 작곡...

 

교회음악은 크게 세가지 장르가 있는데 고루 발전되어야 한다.

 

첫째 : 작곡분야이다. 작곡가들이 좋은 고전 곡들을 발굴하여 편곡하고, 가사를 번역해서 다시 붙이고 한국 창작곡을 만들어야한다. 이 분야가 우리 교회에 매우 취약하다고 본다.

[거의 초보 상태...신자 수가 우리나라의 10% 밖에 안되는 일본보다도 뒤져있다].

 

둘째: 교육분야이다. 교회가 각 성가대, 합창단에서 봉사할 지휘자, 반주자를 양성하는 일이다. 이 분야는 이제 눈을 뜨는 중이다. 전국 15개 교구중 절반 정도가 성음악 감독을 임명하고 있다. 이 분들이 실제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이다. 각 교구 가톨릭음악원을 통하여 성가 봉사자들이 양성되고 있다. 부산교구는 그 중 매우 활발하다

 

셋째: 연주분야이다. 다양한 성가대가 전국 1천 여 본당에서 전례에 봉사한다.

수준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성가대 지휘자가 (전례를)몰라서 비전례적으로 오도하고 있는 곳이 많다는데 문제가 있다.

 

 

맺으며.....

필자는 작곡기법이나 음악적 수준을 논할 위치에 있지 않다. 그러나 개신교에서는 오래 전부터 장편 교성곡을 작곡하여 연주해 왔다. 이를 부러운 눈으로 보았는데 이제 우리도 그러한 작곡자를 만났다는 데 의의가 있다. 언제까지 서양 미사곡과 모테트만 부를 것인가?

그레고리오 성가와 다성음악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니 오해 없기 바란다.

오늘 소개된 모테트는 본당에서 특송으로 부를 수 있는 곡이라고 본다.

 

임동순교수의 엄청난 시간과 노력, 비용이 투입된 작품을 들어본 기쁨이 크다.

희망이 보이는 듯 하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울에서 김빠뜨리시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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