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제12지구 음악의 밤 참관기
1. 프로로그
문득 "미사참례기"나 "연주회참관기"가 가톨릭 성가게시판에서 사라진다면 ?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열 가지 칭찬보다 한 가지 비판을 두려워하는 한국인 심성에
비추어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그런 것을 없애자! 하는 의견도 있다.
우리민족은 기록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있었다. 조선실록은 왕이라도 투명하게 국사를 돌보고 어흠! 하는 기침소리까지도 후대에 전했다. 사관(史官)은 이 기록을 죽음으로써 지켰다. [요즘은 후환이 두려워서 그런지 기록을 잘 안 남긴다고 한다].
충무공 이순신 제독이 추앙받는 이유 중에 하나는 전투 중에도 정확한 기록을 남긴 데 있다. 난중일기와 임진장초는 그 예이다. 오늘날 우리의 전례성가 실태를 비판이 두려워 아무도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 "현자는 남의 잘못을 보고, 내 교훈으로 삼는다" 고 한다.
웬만한 성가대에 가 보면 성가대 역사 기록이 없다. 옛 악보, 단원명부, 연중 행사기록 등....
나는 새 성당에 갈 때 마다 회의록을 남기고 앨범을 만들어 놓도록 해 왔다.
누군가 해야 할 일.....나는 소수 의견도 존중하지만 다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2..서울 제 12지구 성음악의 밤 소개
서울 본당들은 15개의 지구(좌)성당으로 나뉘어 있다. 그 중 제12지구는 한강 이남 서초구에 있는 성당들이다.
서초구는 비교적 부촌이고 성가대 수준도 매우 높다. 한국은 물론 아마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좁은 지역에 수준급 성가대가 밀집해 있는 곳이 없으리라.
1998년 9월에 제1회 음악의 밤을 개최한 이래, 2001년 9월 22일(토) 저녁 7시40분, 서울 서초구 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제4회 가톨릭 음악의 밤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방배동, 서초3동, 포이동, 서초동, 반포4동, 잠원동, 방배4동, 반포동 그리고 12지구는 아니지만 양재동 서초구청 앞에 있는 양재동 성가대가 준 회원으로서 매 년 우정 출연하고 있다.
고속터미날 성당도 회원이나 오가는 나그네 신자가 많은 성당이라 아직 출연 준비가 안된 듯 하다.
3. 참관기 쓰는 목적
어느 성가대를 칭찬하고 다른 성가대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내년(제 5회) 행사를 더 잘 기획하고 비슷한 행사를 추진 중인 다른 도시(지구)성가대 봉사자들에게 참고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4. 각 본당 성가대 연주 실태(연주 순서)
(1) 방배동 성당 쌍뚜스 성가대: 지휘자 안준범, 반주자 박형진
-성가대는 56명으로 남성이 20명이나 된다. 게다가 20 명의 관현악단이 반주한다.
만일 성가 경연대회였다면 다른 성가대는 "오매, 기 죽어!" 했을 것이다.
관현악도 현악위주가 아니라 관악이 세다. 3트롬본, 2파곳, 1트럼펫, 1팀파니....
(얼마 전에 원주에서 한국 관악기 축제가 있었는데 협회 임원들이 봤다면 기뻐 했겠다)
-연주곡1. Dies Irae(레뀌엠 k 626) 모짜르트
-연주곡2. Credo( 미사 브레비스) 모짜르트
성가대 남성들은 사목위원들이 많이 참석했고 곡 중 4중창도 잘 불렀다.
관현악기가 빵빵 때려주니 더욱 신나는 무대!
작년, 재작년 보다 실력이 향상되었고 단원도 늘었다
(2) 서초3동 성당 세실리아 성가대: 지휘자 김비호, 반주자 신지아
-성가대는 32명으로 남성이 14명. 작년, 재 작년 보다 10 여명이나 줄은 듯 하다.
-연주곡. Kyrie , Gloria 슈베르트 미사곡 G major
시작이 자신 없는 듯 했으나 곧 극복하고 미사 때 처럼 잘 불렀다.
(3) 포이동 성당 한 얼 성가대: 지휘자 이용성, 반주자 김민경
-성가대는 36명으로 남성11명. 젊은 남성이 많은 편이나 작년, 재작년 보다 좀 줄었다.
-연주곡1. Ave Verum Corpus 엘가
-연주곡2.. " 뀔망
-연주곡3.Adoramus Te Corpus 가스파리니
세 곡 모두 미사 중 특송으로 적합한 좋은 곡이다. 지휘도, 연주도 그런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기도노래 시범 같았다.
무반주와 부분 간주를 적절히 활용! 작년에는 국악미사곡을 연주했었다.
(22일 주일 미사에 가 보니 특송으로 뀔망의 아베 베룸을 부른다. 아주 잘 하고 있었다)
(4) 서초동 성당 서초성가대: 지휘자 조은희, 반주자 박경운
-성가대는 62명이고 남성은 16명인데 작년(86명?) 보다는 많이 줄었다.
피아노 반주에 팀파니와 트럼펫을 붙여 마지막 클라이믹스에 효과를 보았다.
지휘자와 대원이 악보 없이 연주했다. 지휘자의 관록이 돋 보인다.
-연주곡1. Eia Mater(Stabat Mater 중) 롯씨니
-연주곡2. Preghiera( 부활찬가) 마스카니.
암보 상태로 노래한다는 것은 합창에서 좋은 연주를 하기 위한 조건이 된다.
(5) 양재동 성당 예미루 성가대 :지휘자 박광원, 반주자 황연숙
-성가대는 63명이고 남성은 19 명이다. 우정출연이라고 하지만 연주에 임하는 자세가
진지하여 특별회원으로 넣어주어도 되겠다. 복장상태도 매력 만점!
-연주곡1. 산상설교(축복) /우리말 가사 에반스
-연주곡2. Soon ah will be done(흑인 영가) 도손
가장 많은 인력을 바탕으로 장내를 압도하듯 연주했다. 산상설교는 바리톤의 독창이
중요한 몫을 하는 데 독창자 이름이 없다(외부 성악가 초청으로 기재). 청중에게 비장의 카드를 선 보이려는 추측을 낳게 했다.
역시 암보로 부르니 지휘 집중도가 좋다. 곡 특성상 피아노 반주.
(6)반포4동 성당 서초대건 성가대: 지휘자 양미라, 반주자 정소연
-성가대는 37명이고 남성은 14명으로 비율은 좋은 편.
그래도 작년보다 많고 재 작년 보다도 많다. 단장과 지휘자가 단원 모집을 위하여 얼마나 안간힘을 썼겠는가? 격려의 인사를 전하고 싶을 정도이다. 다른 일부 성당을 줄지 않았는가?
-연주곡1.바빌론 강가에 앉아 팔레스트리나
-연주곡2.저 하늘은 말하네, 주의 영광(천지창조 중) 하이든
여성스러운 고요한 합창.
(7) 잠원동 성당 파티마 성가대: 지휘자 주성열, 반주자 이은영
-성가대는 35명이고 이 중 남성은 10명....이 성가대는 만성적인 남성 부족이 문제점이다.
특히 척추뼈 역할을 해야하는 테너가 매년 3-4명뿐이니.... 장년 비상소집이라도 해야할 듯.
-연주곡1 .사랑의 찬가 윤용선 신부(부산교구)
-연주곡2. Ave Verum Corpus 바르토루치 신부(로마, 현존)
오랫만에 우리 창작곡을 들으니 무조건 반갑다. 라틴어 성가도 좋지만 일변도에 실망하던 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편성가 풍이라 밋밋하기는 하지만....말 붙이기도 쉽지는 않다.
이 성가대는 작년에도 성모찬송(로사리오 기도후, 윤용선 신부 곡)과 바르토루치의 아베마리아 곡을 연주 한 바 있다.
(8) 방배4동 성당 임마꿀라따 성가대:지휘자 이수영, 반주자 홍기영
-성가대는 36명에 남성 14명으로 비율이 좋은 편이다. 신설 본당이라 작년부터 출연했다.
-연주곡1.Te Deum 이문근 신부
-연주곡2.Cantate Domino 하슬러
3명의 솔리스트 중 소프라노 음색이 곱다. 떼 데움은 고 이문근 신부님이 라틴어 가사로
작곡한, 좀 어려운 곡이다. 남성의 역할이 중요한 곡인데 잘 불렀다. 작년 보다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다.
(9) 반포동 성당 라우다떼 성가대:지휘자 이장호, 반주자 송선혜
-성가대는 40명이고 남성은 13명으로 예전 보다 조금 줄었다.
-연주곡1.Ubi Caritas 두루풀
-연주곡2.마니피캇(마리아의 노래) 치마로사
반포성당은 방배, 방배4동 성당을 분가시킨 모성당이고 지휘자는 원로급이다. 따라서 연합성가대 지휘를 도 맡아 하기도 한다. 다른 성가대 연주에 비하여 깨끗한 소리와 좋은 마무리(화성)이 돋 보였다.
순서 중간에 9월 21일 연주했던 우즈베키스탄 실크로드 실내 합창단의 앙콜 연주가 있었고 마지막 곡으로
연합성가대(반포4동, 잠원동, 방배4동, 반포동)의 성모송(최병철 곡 성가책 267번)과 하느님 저를 도와 주소서(Pergolesi 곡) 대합창이 있었다. 역시 합창이란 사람이 많아야 함을 느꼈다. 곡 중 독창으로 소프라노가 탁월한 노래를 불러 곡을 더 살렸다.
5.참관소감 종합
이 음악회(성가 발표회)는 왜 하는 가?
성가대 실력 향상을 위한 그들만의 축제인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하느님을 찬미하는 노래를 통하여 지역 내 성가대와 본당간
결연을 다지고 신자들에게 가톨릭 교회음악의 우수성을 소개하는 것도 포함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미사에 더욱 잘 봉사하도록 하는 것이리라.
오늘 연주 수준은 매 년 한 등급씩 올라감을 느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하여 선곡부터 점점 더 고급성가를 택하고
처음에는 난감하던 곡들이 하나 씩 정복되어가는 과정에서 지휘자와 성가대원들은 보람을 찾기도 할 것이다.
복장도 점점 화려해 지고 반주에 관현악이 붙기도 하고 전문 독창자의 비중이 높아가고 있다.
여기에 부작용은 없을까?
예산이 점점 많이들고 독창자가 없는 성가대는 경쟁적으로 독창자를 영입하기 위하여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타 종교를 가진 솔리스트를 빌려오는 일은 없을까?
부족한 남성대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다른 지역에서 긴급수혈을 받는 일는 없을까?
금년에 처음 선 보인, 관현악단을 붙이기 위한 경쟁이 시작된 것은 아닐까?
음악회 이후에 성가대는 다시 빈약한 상태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까?
모두 한 번쯤 자문 자답 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선곡도 좀 문제이다.
이 번 연주 곡 19곡 중 단 1곡만이 한국 성가이고 다른 1곡이 한글 가사이다.
미사에서는 우리말 가사로 노래하라면서 왜 음악회는 반대로 라틴어 모테트만 해야 하나?
"가톨릭 음악의 밤"에 라틴어 모테트가 가톨릭 음악을 대표하는 것일까?
이 곡들이 가톨릭 미사전례에 얼마나 기여할까?
특송으로 쓸수 있는 곡은 몇 곡이나 될까?
몇 곡은 개신교 성가대의 찬양을 듣는 기분이었다.
여의도 순복음 교회나 강남 충현교회 성가대와 견줄 정도로......
[이런 노래는 자칫, 음악적 기교를 강조하여 하느님 보다는 관객을 먼저 생각할 우려가 있다]
왜 가톨릭 전례음악의 꽃이라는 그레고리오 성가는 한 곡도 없을까? 인기가 없어서일까?
행여나 그레고리오 성가를 안 불러봐서 그럴까?
첫 출연 팀이 화려한 관현악단과 연주후 철수하고 나면, 그 다음 팀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비용을 분담하더라도 다같이 붙일 수일 수는 없을까?
그럴경우에 전례음악이 아니라 연주용 교회음악이 될 우려가 있다.
우리는 전례음악을 연주하는 성가대이지 무대에서 교회음악을 연주하는 합창단이 아니다.
6. 에필로그
남성 부족 상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 번에 보니 가톨릭 남성합창단 울바우
단원들의 활약이 두드러 졌다. 거의 모든 성가대에 울바우 전, 현 단원들이 각자의 본당에서
노래를 한다. 울바우 합창단은 이런 면에서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참관한 아빠들의 성가대
활동 계기가 되면 좋겠고, 성가대 축제이면서 동시에 어린이, 외부 시민도 가톨릭 음악을 골고루 이해할 수 있는
기회로 정착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6. 바램
음악회를 주최하는 분들은 다음 사항을 검토해 주도록 건의 하고 싶다.
(1) 연주곡 2곡중 1곡은 우리노래(가사)를 연주하는 문제
(2)그레고리오 성가를 몇 곡 연주하도록 지휘자 회의 때 논의
(3) 성가대는 본당 소속신자로 하고(독창자) 외부 성악가는 별도 찬조출연으로 국한 하는 문제
(4) 오르간, 피아노 이외에 협연하는 관현악은 인원 수를 제한 (예 현악 4중주...)하는 문제
(5) 연합 성가는 한 곡 정도를 순교자 성월과 관련있는 곡을 선곡
이 음악회를 위하여 1년 내내 준비하고 애쓰신 제12지구 평협과 각 본당 주임신부님, 단장, 지휘자, 대원 모두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울에서 김빠뜨리시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