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전례음악의 세계: 화답송(Psalmus responsorialis)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15 조회수4,100 추천수0

[전례음악의 세계] 화답송(Psalmus responsorialis)

 

 

<첫째 독서 끝에는 화답송이 뒤따른다. 화답송은 말씀 전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며, 전례로나 사목으로나 매우 중요하다. … 화답송은, 적어도 백성이 맡는 후렴 부분은, 노래로 바치게 되어 있다. 이때 시편 담당 또는 시편 선창자는 독서대나 다른 적당한 자리에서 시편 구절을 노래하며 회중 전체는 앉아서 듣는다. 모두 함께 직접 시편을 노래하는 방식, 곧 후렴 없이 시편 구절만을 노래하는 경우가 아니면, 백성은 보통 후렴을 노래함으로써 화답송에 참여한다. … 시편을 노래로 할 수 없으면 하느님 말씀에 대한 묵상을 돕는 데 알맞은 방식으로 낭송한다.>(미사 경본 총지침 61항)

 

주일과 대축일 미사에서 말씀 전례(Liturgia verbi)는 일반적으로 성경에서 발췌된 네 가지 텍스트(구약성경, 시편, 서간, 복음)로 구성되는데, 화답송의 시편은 그 중 하나에 해당합니다. 전례 역사 안에서 미사 중에 시편을 노래하는 방식은 다양한 단계를 거치며 변화해 왔습니다. 초세기 미사 전례에서 시편은 말씀 전례의 다른 성경 독서들처럼 다루어졌던 것으로 보이며, 4~5세기를 지나면서 오늘날의 형태와 같이 화답하는(Responsorialis) 형식, 곧 시편 선창자가 시편 구절을 낭송하면 회중이 후렴으로 응답하는 방식을 취하게 됩니다.

 

그러나 회중이 더 이상 전례 안에서 노래하지 않게 되는 7~8세기를 지나면서 화답송 후렴의 기존 선율은 선창자들(Cantores)에 의해 화려하게 장식되며 노래되고, 시편 구절 또한 잘 훈육(訓育)된 독창자들을 위해 아주 화려하고도 수준 높은 선율로 꾸며지게 됩니다. 이 시기에 시편 구절을 노래하는 독창자는 독서대(Ambo)의 계단(Gradus)에 올라서서 노래했었는데, “Graduale(층계송)”라는 이름이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20세기 초의 전례 개혁 운동은 미사 전례 시편의 중요성을 재발견하였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화답송은 오늘날 전례 안에서 갖는 위치와 중요성을 회복하게 됩니다.

 

화답송의 후렴(Responsum)은 노래되는 시편 구절들 안에서 주로 취해지며, 말씀 전례의 다른 성경 독서들 안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그날 전례의 주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전례 회중은 화답송의 후렴을 노래하면서 그날 전례의 주제를 더욱 깊이 깨닫게 되고 묵상하게 되는 것입니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적어도 화답송의 후렴은 노래로 바쳐지는 것이 매우 바람직합니다.

 

왜냐하면, 구약 성경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지는 150편의 시(詩)는 하느님과 동고동락(同苦同樂)하며 4천 년을 살아온 하느님 백성이 그들 삶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담아 노래했던 노래의 가사들이기에 노래로 바쳐질 때 그 의미가 더욱 생생하게 전달되기 때문이며, 또한 하느님 말씀에 대한 묵상뿐만 아니라 전례에 대한 회중의 더욱 적극적이고도 풍요로운 참여를 도와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낭송창(Cantillatio)의 방식으로 노래되는 시편 구절들과 달리 화답송의 후렴은 그 텍스트가 요구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작곡되고 노래될 수 있기 때문에, 음악적 형식에 있어서 화답송의 후렴과 시편 구절들은 별개라 하겠습니다.

 

시편 구절은 낭송창(Cantillatio)의 형식으로 노래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시편 구절을 노래한다는 것은 특별한 방식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행위이므로 독서자나 해설자가 아닌 다른 “잘 준비된 사람”이 하는 것이 원칙이며, 선포하는 위치 또한 우선적으로 독서대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한편, 미사 경본 총지침은 화답송을 노래하는 다른 방법으로 후렴 없이 모두 함께 시편 구절을 노래하는 방식도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대다수의 회중이 그날 화답송의 텍스트를 손에 들고 있고, 보통 화답송을 낭송하게 되는 평일 미사에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모두 함께 시편 구절을 적절한 방식으로 낭송하거나 선창자와 회중 또는 회중의 양편이 시편의 각 구절들을 번갈아 가며 낭송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사 경본 총지침은 “하느님 말씀을 담고 있는 독서와 화답송을 성경이 아닌 다른 본문으로 대체할 수 없다.”(57항)고 말하면서 미사 전례에서 성경 독서들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아울러 화답송이 “말씀 전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며, 그날의 전례를 위하여 「독서집(Lectionarium)」에 실어 놓은 시편 대신 다른 시편 성가, 곧 교회의 합법적인 권위(사도좌, 한국 주교회의 또는 교구장 주교)에 의해 승인된 성가집에 실린 시편 성가들을 부를 수는 있지만 “그 밖의 다른 시가(詩歌)나 노래는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57항, 61항 참조)

 

오늘날 본당 전례, 특히 젊은이들을 위한 미사 전례 안에서 그 자체로 하느님 말씀의 선포인 화답송이 다른 노래들로 대체되거나, 시간상의 이유로 그 구절들이 함부로 생략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보게 됩니다. 회중의 음악적 환경이나 취향을 존중하고 여러 가지 상황을 배려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그날 전례에 참여한 하느님 백성을 위해 선포되어야 하는 하느님 말씀을 생략하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합당한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화답송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시편을 노래하는 화답송은 미사 전례 안에서 고유하고도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을 아셨을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시편은 하느님 백성의 삶이 녹아 있는 노래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신앙인들을 위해서도 훌륭한 기도가 되는 노래입니다. 우리도 일상을 살아가면서 자주 시편으로 기도하며 하느님께 찬양과 흠숭과 감사를 드리고, 그분의 자비와 사랑을 간청하며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그동안 <전례음악의 세계>를 통해 좋은 글을 써주신 곽민제 신부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월간빛, 2011년 10월호, 곽민제 미카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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