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227번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라" 교회는 11월을 위령 성월로 정하고 우리보다 앞서 주님 곁으로 돌아간 모든 영혼을 기억하며, 그들의 천상행복을 위해 기도하기를 권고합니다. 이는 우리 곁을 떠난 형제자매와 우리가 하느님 안에 하나로 ‘묶여 있다’는 교회의 믿음을 표현하는 것이며, 언젠가 맞이하게 될 죽음을 복음적 가치로서 기쁘게 마주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의미라 생각합니다. 하느님 나라를 향한 ‘희망의 시작’을 의미하는 죽음을, 우리 그리스도인이 일상에서 지혜롭게 준비하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가톨릭 성가 227번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라’를 이 달의 성가로 선정하였습니다. 마장조의 이 성가는 곡의 머리말에도 적혀 있듯 ‘힘 있게’ 노래하기를 권고합니다. 죽음을 암시하는 가사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가의 분위기는 분명히 희망을 노래하라는 의미인 것입니다. 특히 “부활-생명, 목마른 사람-내게 오라, 무거운 짐-멍에 벗겨주고, 영원한 생명-네게 주리”라는 가사가 이루는 대구(對句)는 통과의례로서의 죽음과 영원한 생명에 관한 교리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또한 9번째 마디에 표시되어 있는 셈여림표 P(Piano, 여리게)는 단순히 여리게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작으면서도 힘 있게’ 표현하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마치 우리가 귓속말을 할 때 작으면서도 음성을 누르듯이 깊이 있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부분에서 여리게 노래하다가, 13번째 마디부터 F(Forte, 세게)로 셈여림이 강해지는 반전의 효과를 통해 ‘영원한 생명’을 보상받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말기 환자의 임종을 곁에서 도와주는 영적 동반자를 ‘호스피스’라 부릅니다. 예전에 시청했던 호스피스 봉사자 교육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열 살 정도 된 꼬마가 병에 걸렸습니다. 구체적인 병명은 나오지 않지만, 아마도 불치병으로 보이는 병에 걸린 꼬마입니다. 이 꼬마에게 죽음을 준비시켜야 하는데, 너무 어리기 때문에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한 호스피스 봉사자가 꼬마에게 다가가 친분을 쌓아갑니다. 그리고 어느 날 봉사자는 장갑을 하나 가지고 와서 꼬마에게 설명합니다. “사람은 원래 하느님하고 살 때는 이렇게 맨손의 모습으로 살고 있단다. 그리고 태어날 때 이런 장갑을 끼고 태어나지. 하지만 하느님께 돌아갈 때, 이 장갑은 필요도 없고 불편하기 때문에,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장갑을 벗고 돌아가는 거란다!” 그리스도인은 모두 태어날 때 육체의 옷을 입고 태어나지만, 하느님께 돌아갈 때에는 영혼 자체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그리스도인은 모두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옷을 입고, 그리스도의 생명을 먹고 마시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훗날, 때가 되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완성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완성을 향한 여정 중에 있습니다. 때로는 먼저 출발하는 사람도 있고 뒤늦게 출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두 같은 목적지를 향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만날 것을 믿습니다. 그때까지 우리는 먼저 떠나간 모든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 역시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우리를 위해 함께 기도할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 안에서 항상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1년 11월호, 황인환 신부(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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