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수원교구 과천성당에서는 본당 설립 20주년을 맞이하여 ’기도하는 성가’, ’전례 및 신자들과 일치하는 성가’를 널리 보급하고자 경기도 부천시 소명여자 중학교 (교장 최효식)의 세라핌 합창단을 초청하여 ’고통의 성모 마리아’ 라는 제목 하에 작은 묵상 기도 음악회를 지난 5월 4일(토) 저녁 8시에 개최했다.
전원 도시 과천,
이 저녁에 바람은 산기슭에 피어있던 아카시아 꽃의 향기를 실어와 성모 마리아의 고통에 함께 하려는 청중들에게 살포시 부려 놓고 어딘가에 앉았다.
무대 뒤 성모상의 꽃 장식과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작은 천사들이 부른 1부의 <Stabat Mater> 연주(9곡)는 로마네스크 건축 양식의 아담한 과천성당의 분위기에 잘 어울려 합창단원들이 하나의 소리로 좌우로 주고받으며
부른 그레고리안 성가는 마치 우리가 구라파의 중세 성당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하였고 ’ 일치의 목소리, 전체를 위하여 극도로 절제되는 화음, 성모님의 고통에 절규하는 소리를 내기까지 얼마나 진지한 연습을 하였을까? ’ 하는 상상을 해보며 우선 청중과 하나 되기 전에 이호중(라파엘) 지휘자의 엄청난 노력으로 ’단원들과의 일치’를 이끌어 내도록 하느님께 매달린 기도가 무엇보다도 큰 원동력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또한, 기도로 단련된 이보나(보나) 소프라노, 권소현(헬레나) 메조 소프라노 solist 들의 신앙고백적 성가는 그들의 훌륭한 성악적 기초와 신심의 바탕 위에 그 진가가 발휘되었으며 이번 묵상음악회에서 더욱 더 신앙 고백적 독창을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사랑으로 하나된 지휘자, solist, 반주자가 삼위일체를 이뤄낸 아름다운 모습은 고통의 성모님을 청중들에게 충분히 전달해 주었다고 생각된다.
전문 성악인이 평가하기에 중학생 반주자는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부족한 점이 없지 않을텐데 solist들의 격려와 사랑으로 그 미완의 반주자들을 이 번 음악회에 있어 아주 훌륭한 반주자로 이끌어냈으며 그 힘은 바로 solist 들의 신앙에 바탕을 둔 겸손과 사랑이 아닌가 한다.
잠시 후 2부에서는 조명이 꺼지며 약 70명의 어린 소녀들이 촛불을 손에 들고 어두운 이 세상을 조용히 밝히려는 것처럼 Gregorian Chant의 Ave Maria를 부르며 입당 할 때는
"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천상의 노랫소리를 바로 여기에서 듣게 해 주시는군요." 라는 찬미가 가슴 저 편에서 울컥 솟았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어렵다는 라틴어를, 그것도 70여명의 학생 중에서 가톨릭 신자는 20여명에 불과하다고 했는데, 악보도 없이 모두 외워서 불렀고 지휘자의 작은 움직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열정에는 그만 고개가 수그러들 수밖에 없었다.
성모님의 고통과 찬미의 노래에 청중들은 한층 심취되어 객석 중간 중간의 많은 자매님들의 눈가에서는 십자가에 매달려 죽어가는 아들을 바라보는 마리아의 고통을 읊은 가사와 그레고리안성가의 엄숙한 분위기 때문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고 오늘 묵상 음악회가 절정으로 오르는 듯 했다.
지휘자의 너무나도 진지한 몸짓, 그리고 단원들에게서 체화(體化)된 노랫말, 노래로부터 나오는 성모님의 고통, 찬미의 묵상으로 이끄는 모습은 서로가 일치하지 않을 수 없는 서로의 거울이 되었다는 것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과연 우리 기성 성가대들도 연주 이전에 이와 같이 성가의 의미를 충분히 묵상하고 있는가 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하나, 이 음악회를 빛나게 해 주는 요소는 무대 우측 상단에 설치한 대형 스크린에는 성모님의 고통을 회화적으로 드러내는 Michelangelo 의 ’Pieta’ 상 성모님과 아버지의 한없이 너그러우신 자비의 大命題인 Rembrandt 의 ’돌아온 탕자’ 의 聖畵는 우리를 중세 유럽의 수도원에 와 있는 착각 속에 빠지게 했다.
또한 5개의 저 유명한 곡 즉, Gregorian Chant, J. Arcadelt, A.Gabrieli 의 Ave Maria를 합창으로 그리고, G. Caccini, J.S. Bach-Gounod 의 Ave Maria 는 Counter Tenor 김세진의 솔로로 이끌어 나가는 지휘자의 노련한 원숙미는 이 묵상 음악회가 성모님의 고통을 예수님의 부활로 승화시키는 기폭제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청중들의 많은 박수와 갈채 속에 시작된 3부에서는 예수님의 부활을 성모님과 함께 기뻐하고 환호하는 노래 소리가 하나의 기도로 일치되어 성당 안에 울려 퍼질 때는 또 한번 청중들을 놀라게 했다.
연주회의 전체를 하나의 주제로 연결하여 성모님의 고통 속에 예수님의 부활을 그리는 느낌을 받았다. 간혹 우리는 기성 가톨릭 합창단이 뚜렷한 주제 없이 처음과 끝에 미사곡 하나 , 중간에 이 노래 저 노래를 삽입하여 갖는 음악회를 보았다.
그러나 이 번 과천성당 20돌 특집 ’묵상 기도음악회’의 경우에는 확실한 주제를 바탕으로 비(非)신자가 대부분인 세라핌 합창단은 전곡을 가톨릭 성가로 불렀고, 노랫말과 곡을 완전히 체화(體化)하여 묵상 할 수 있게 부른 점은 듣는 이로 하여금 성모성월에 고통의 성모 마리아를 묵상하고 거룩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해 주었다는 점에서 더 큰 감동을 주었다고 본다.
그리고, 앵콜곡은 手話를 하면서 부른 이민섭의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과 D. Naylof 의 ’나의 눈을 여소서’ 는 우리 모두는 누구나 하느님의 자녀임에 틀림없음을 보여 주는 곧,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어 주려는 하느님의 사랑을 가슴 깊이 느끼게 해주었다.
일찌기 조선 정조 때의 文人 유한준이 읊은 "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느끼나니 그 때에 느끼는 것은 前과 다르리라." 했듯이 성모님의 고통을 함께 하면서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하신 계명에 충실히 따르기 위해 우리도 사랑하기에 부단한 노력을 해야되지 않을까?
그래서 사랑한 만큼, 아는 만큼
그 만큼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 . . . .
싱그러운 5월 성모님의 달에
성모 마리아의 꽃 은방울꽃이 바람이 불 때마다 딸랑딸랑 소리를 낼 것 같은 작은 종의 모습으로 존재하듯이
온 세상에 해 맑은 종소리가 울려 퍼져 천국에 이르는 사다리가 되어 우리 마음을 가다듬고 기도하는 일치된 모습으로 거듭 났으면 하는 바램과 더불어 이와 같은 감동적인 작은 기도음악회가 미사 시간 중에도 지속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그 가치가 빛난다고 보며 이 번 연주회와 같이 ’기도하는 성가, 전례 및 신자들과 일치하는 성가’를 모든 성가대에서도 늘 부를 수 있기를 희망하며
끝으로 오늘을 있게 해주신 주님과 그의 대리자이신 본당 배영섭 베드로 신부님, 소명여자 중학교 최효식 교장 선생님,이호중 라파엘 지휘자님과 세라핌 합창단, 그리고 이 음악회의 후원을 위해 애써 주신 사목회 위원님들, 본당 교우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리며, 특히 총책임을 맡아 진행 해 주신 문광식 베드로 과천성당 사목평의회 총무님께 감사드린다.
2002년 5월 11일
- 과천성당 교우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