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테마기행 3]산타 체칠리아 연주회 참관기(수정)
작성자김건정 쪽지 캡슐 작성일2003-01-31 조회수1,837 추천수7

좋은 설 되소서!

 

들어가는 글

 

이태리 로마에는 성음악 교육기관으로 “교황청립 무지카사크라(PIMS)”가 있고 일반음악 교육기관으로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이 있습니다. 원래 한 학교였다가 종교음악과 세속음악이 분리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 외에도 명문 음악대학(원)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태리어 산타(Santa)는 라틴어 Sanctus의 뜻입니다. 로마에는 국립 성 체칠리아음악원(정식명칭은 Academia Nationale di Santa Cecilia )이 있는데 합창단과 교향악단이 속해있고 한국의 정명훈이 자랑스럽게도 상임지휘자로 있습니다. 오늘 연주는 객원 지휘자가 지휘합니다. 또 산타 체칠리아 음악대학(원)과 국립산타 체칠리아 아카데미아는 명칭은 유사하지만 연관성은 없다고 합니다.

 

우리들은 로마에 4일간 있으면서 그럴듯한 음악회에 한 번 정도 가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여 현지 신문 문화란을 보고 예약을 하고 가게되었습니다. 하루 전인데도 표가 매진되어 입장료 42유로(한화 약 54,000원)를 지불하고도 무대 제일 앞쪽 첫줄! ....캉캉 춤을 보는게 아닌 바에야 최악의 위치이지만 감수하기로 하고 시내에 있는 산타 체칠리아 홀에 갔습니다. 이 번에 새로 지은 것이 있다는데 우리가 간 곳은 원래의 연주홀입니다. 오늘 글은 연주 자체보다 우리나라와 다른 서양무대 매너에 대한 얘기에 비중을 두어 풀어보겠습니다.

 

객석 분위기

 

밖에서 보아도 번화가에 위치한 근사한 홀(객석 2,700 여석)인데 청중들이 장년, 노년 층 부부가 많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무대라면 입장료가 무료이거나 1-2만원인데도 대학생, 젊은이가 주축인것과 다르다. (한국 장년, 노년층은 호텔에서 10만원-20만원 정도 하는 대중가수 디너 쑈에 많이 간다). 한가지 부러운 것은 관객 대부분이 고정 회원으로 음악회를 생활의 일부로 즐기고 산다는 것이다. 문화 선진국이 우리와 다른점이라고 하겠다. 객석은 밝은색에 조명도 밝다. 우리나라는 연주가 시작되면 조명을 어둡게 하여 취침을 유도(?)하는것과 다르다. 1층, 2층, 3층이 있는데 뚜렷하게 층 구별이 안되는 듯이 완만하게 되어있어서 좋다. 바닥은 빨간 카펫트라서 고급스러워 보인다. 음을 흡수하는 재질인데 대신 벽과 천장은 목재로 만들어서 균형을 맞춘 듯 하다. 프로그램도 한국에서는 무료로 주거나 1천원인데 여기서는 3유로(3,800원)이다.

 

연주 전 무대 분위기

 

좌석번호 0(제로) 줄은 목을 쳐 들어야 보이는 자리이다. 저녁 7시 30분에 연주시작인데 10 분 전에 기악 주자가 한 사람 나와서 혼자 튜닝을 하다가 멍- 하니 있고 5분전에 서너명이 들어와 앉아서 잡담도 하고 튜닝도 한다.(뭐 저런 것이 있나?)  의아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좀 더 있다가 7시 30분이 되고 바이올린 주자가 들어오자 만장(객석 만원)한 청중이 박수를 친다. 저 양반이 지휘자인가 보다...하고  나도 쳤는데 .....이상하다. 악단원들에게 튜닝을 시킨다. 잘 보니 제1바이올니스트이고 악장이다. 합창단도 자유복을 입고 질서 없이 선착순으로 들어와 뒤에 서고 나중에 지휘자가 들어온다. 진짜 박수가 나온다. 참 이상한 매너이다.

 

 

연주곡과 출연진

 

연주곡은 " 바하의 b 단조 미사곡”으로 약 100분 걸리는 연주용 곡이다. 연주용이라는 말은 교회음악이기는 하지만 미사전례에 쓰기 어려운 곡이라는 뜻이다. 30분 짜리 미사곡도 너무 길다고 줄여서 연주하라고 주문하는 판국(한국)에 아무리 서양이라도 좀 곤란하지 않겠는가? 일반적으로 b 단조 곡은 “b음을 으뜸음으로 하는 단조곡으로 우울하고, 근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 곡을 미사 때 1시간 40분간이나  인내할 사제나 신자는 없을것이다.

 

오늘 출연은 국제적 컨소시움이다.

객원지휘자로 Semyon Bychkov 라는 50세의 러시아 사람이다. 각종 콩쿨대회에서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독창자 4명은  

소프라노    : 미국인 G. Marphy,

아르젠티나인 : B. Fink,

테너       : 이태리인 J. Gilchrist,

베이스      : 독일인 D. Roth 이다.

 

 연주회도 흥행이니 만큼 손님을 끌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섭외를 해서 유명 가수를 선발한 듯 하다. 출연 합창단원은 53명이다. 특히 이태리는 이미 16세기부터 대중을 상대로 한 유료 공연 역사가 있다. 오늘 연주되는 미사곡은 5성부 곡인데 소프라노 19명, 앨토 14명, 테너 16명, 베이스 14명이다. 연령층은 30세-60세 정도이고 키는 고려가 안된 정열상태이다. 이를 반주하는 관현악단은 40명이다. 악기 구성은 미사곡이 요구하는 악기대로 갖춘 듯 하다. 관악기는 2관편성이지만 현대 음악에 없는 악기가 많다.  악기 배치도 우리나라와 좀 다르다. 통상 첼로가 바이올린과 마주보며 우측에 배치하는데 여기서는 같이 좌측에 있다. 오르가니스트는 남자이고 전체 단원 중 여성은 7명뿐이다. (이것도 우리나라와 반대현상이다. 우리나라 악단은 점점 여인천하가 되어가고 있다. 음악가인 가장에게 생계 보장을 못해 주는 풍토가 문제이다).

 

연주

 

Kyrie부터 전주 없이 합창이 바로 나온다. 소프라노 파트가 미-->쏠음으로 도약한다. 준비단계없이 급 상승하는 것도 아마추어 합창단에게는 어려운 곡이다. 합창, 소프라노 독창,  여성 2중창, 남녀 2중창,4중창, 합창,.....지휘자는 곧 땀을  비오 듯 흘리며 맨손으로 열정적으로 지휘한다. 가사가 라틴어 곡이므로 우리에겐 고마웠다. 발음을 유심히 들어보니 miserere 발음을 미세레레, 미제레레 두가지로 한다. 무슨 차이가 있는것일까 하고 분석해 보니 가사가 강박에 걸릴때는 미세레레, 약박에 걸릴때는 미제레레로 들린다. 독창자들은 모두 일류 성악가인데 맨 앞에서 들으니 공명되어 뚫고 나아가는 소리가 아닌관계로 그리 잘 부르지 않는 것 처럼 들린다. 미사곡의 클라이막스는 Gloria에서 끝나는 부분, cum sancto spiritus 이다. 전악기가 연주하고 합창단 노래도 흥분상태로 크고 빨라졌다. 지휘자의 얼굴에서 땀이 뚝 뚝 떨어지는 것이 보인다. 제3곡(Credo)을 끌 낼 때 이미 저녁 9시 였다. 마지막 Agnus Dei 가 끝난 것은 밤 9시 30분이었다. 열광적인 앵콜이 있었으나 몇 번 다시 나와서 인사만 할 뿐 끝내 앵콜 보답 연주는 없었다.

 

음악적 특징

 

이 연주는 제 입장에서 볼 때 몇가지 눈여겨 들을만한 특징이 있었다. 오르간(작은 포지티브)와 콘트라베이스들이 계속저음(Basso Continuo)을 붕- 붕- 붕- 하며 단순 선율 반주가 아닌 독자적 선율을 만들어 나아간다. 바하시대에 절정을 이룬 반주방식인데 원래 성악에 대한 즉흥반주에서 기원한 방식이다. b단조지만 템포가 빠르고 힘찬 부분이 적지 않아서 제목에 대한 선입감이 희석된다. 또한 기악 간주도 합창을 위한 간주가 아니라 관악기 고유의 선율을 연주하는 전형적인 무대 연주곡이다. 독창자의 비중과 관현악단의 역할이 결정적인 대곡이다.

 

 

연주문화 차이에 대한 보수, 개혁관  

 

이태리에서는....앞에서 언급했듯이 합창단이나 악단원이나 무대, 퇴장 때 질서 없이 자기 맘대로이다. 지휘자에서부터 단원까지 복장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없다. 여성의 경우 바지, 긴 치마, 짧은 치마, 구멍난 스타킹 등 제각각이다. 연주중 관현악파트가 간주를 할 때 합창단은 앉아서 쉰다.

그렇다고 해서 2시간 내내 서 있는 것이 아니다. 중간에 15분간의 휴식시간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없는 매너이다. 이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태리에서 공부한 사람들은 이 현상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며 연주자가 연주만 잘 하면 그만이지 복장이나 매너에 쓸데없는 신경 쓸 필요가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연주자가 관중의 매너가 거슬리면 퇴장을 요구하거나 연주 거부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는...무대에 들어오고 나갈 때 차례대로 질서있게 행동한다. 복장은 물론이고 머리 모양까지 총무가 간섭한다. 심지어는 귀고리를 하지 말라, 시계를 차지 말라 등 획일주의가 보편화 되어있다. 더구나 관현악단이 간주하는 시간이라고 합창단이 앉아 있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한국 문화에 젖은 사람들은 관객에 대한 매너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국악에서도 연주 때는 의관을 갖추고 정중히 연주한다고 인용한다].  

 

어느편이 맞는것인지는 독자가 판단할 일이다.

 

로마에서 본 이태리 국립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연주는 연주 자체보다도 주변 환경과 매너, 운용 등 음악문화가 다른 나라의 모습이었습니다.

 

 

김건정

 

후기: b 단조 미사곡은 단조이지만 전체적으로 그리 우울하거나 슬픈느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영광송이나

하느님의 어린양에서 장엄하고 환희적인 부분도 있으며 성부도 전체적으로 5성부로 정의하지만 부분적으로는 독창과 합창이. 또는 6성부, 8성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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