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유스티노)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며 부디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기 빕니다].
독일 쾰른(Koln) 음대 방문기
1.퀼른 찾아가기
독일 프랑크푸르트역에서 북서쪽으로 약 250km 올라가면 유서깊은 도시인 쾰른이 나온다. 초특급 국제열차(ICE, 프랑스 떼제베급)로 불과 1시간만에 도착하니 좋기는 하나 왕복 열차 운임이 102유로(한화 약 13만원)으로 무척 비싼편이다. 독일에서는 "퀼른"이라고 하면 못 알아듣는다. "퀸-" 하는데 "컨-" 으로 들린다. 차라리 영어나 불어로 "콜론" 이라고 하면 알아듣는다. 한국인으로 이곳 음대에서 오르간을 공부한 사람(예: 서울 목5동성당 오르가니스트 전옥찬, 분당요한성당 오르가니스트 이은주 등)이 많다고 하여 호기심으로 가 보기로 했다. 도착해 보니 도심 남북으로 강이 흐르고 강 주변에 높은 위용을 자랑하는 유명한 퀼른 대성당(돔)과 또 다른 여러개의 성당이 뽀족, 뽀죽 많다. 퀼른에만도 약 350 여개의 성당들이 있다고 한다. 퀼른 성당 종탑(509계단, 97미터)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과연 그림같은 도시이다. 로마시대의 유적과 박물관이 있고 음악의 도시이기도 하다.
2.퀼른 음대 찾아가기
2003년 1월22일, 오전 9시, 이 학교가 "쾰른 역 후문에서 똑바로 가면 나온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 내겐 유일한 정보였다. 조금 내려가니 아기자기한 소도시 모습이 나온다. 우선 성당이 보이기에 들어갔다. St. Kunibert 라는 16세기에 지은 작은 성당이다. (독일에서는 작은 편이지만 한국 명동성당보다 훨씬 큰 성당이다). 중앙 우측에 큰 오르간이 있고 성당 바로 입구에 아주 작은 고물 오르간이 더 있다. 아마 성가대 연습용인 듯 하다. 조배를 마치고 나오니 마침 한 주부가 보이기에 ’엔트슐디겐지, 후라우!" 하고 인사 한 후 퀼른 음대를 물으니 바로 앞에 있는 병원 뒤에 빨간지붕 건물이라고 한다.
돌아가서 보니 과연 5층 현대식 건물이 있는데 우람한 석조 정문은 커녕, 학교 간판도 안 보인다. 운동장이 없는, 한국의 대형매점같은 건물 한 채이다. 건물 안 수위에게 한국학생을 만나러 왔다고 하니 좀 기다려 보라고 한다. 잠시후 "저기 한국 남학생이 간다"고 일러주어 고맙다고 인사하고 만나쫒 오르간 연습실을 안내해 달라고 부탁했다. 연습실 앞까지 안내받아 문을 열어보니 서양 금발의 아가씨가 연습하고 있다. 실례의 표시를 하고 문을 닫으며 보니 한국 음대의 피아노나 오르간실 보다 훨씬 넓고 오르간이 교실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서류 케비넷 두 개를 붙여놓은 정도의 예쁜 파이프오르간이다. 한국 학생들이 공부 벌레라 일찍 연습하는 줄 알았더니 오늘은 아닌가 보다. 시간절약을 위해 오르간 학과를 찾아가 견학을 공식 요청하기로 했다.
3. 오르간학과 찾아가기
독일어도 잘 못하고(독일이 초행임) 사전 예고 없이 가는 것은 실례인줄 알지만 지금 이것 저것 고려할 상황이 아니다. 복도를 돌아보니 "Studentiche Sekretariat" 라는 팻말이 있는 사무실이 있다. 분명히 우리나라의 교무처 또는 학생과 이리라 단정하고 들어가 미소를 지으며 인사부터 했다. 중년 여직원이 3명이 있는데 웬 이방인인가 하고 경계하는 시선이다. "구텐 모르겐 후라우!" 하고 인사를 던진 후 영어를 하는 분이 있느냐 물으니 한 직원이 나선다. 내 소개를 정중히 하고 한국에 이 학교 출신 교수가 많은데 독일가면 꼭 들러 보라고 해서 오르간 견학차 왔노라 했더니 긴장을 풀고 친절히 안내한다. 주임교수(Prof. pierre-laurant Aimard)에게 안내되어 2층에 가니 108호실과 109호실에 Orgelraum(오르간실)이란 팻말이 있다. 담당교수는 못 만났고 Mr. Impekoven 이라는 교회음악 전공 대학원생이 있어서 안내를 받았다.
4.오르간 실 풍경
두 방이 인접해 있는데 각각 스탑 수가 30개인 중형 파이프오르간과 그랜드 피아노가 옆에 있다. 약 20 개의 의자가 있는데 두 방은 레슨과 오르간 시험(실기평가)용이라고 한다. 이 학교에 오르간이 몇 개 있느냐 물어보니 여기 두 개 외에 작은 연습용이 3대 있고 곧 교내 성당에 바로크용 1대가 더 들어온다고 한다. 모두 6대인 셈이다. 바로크 음악용 오르간은 기계식이라고 한다.
5. 오르간 연주 및 토의
임포코벤씨에게 내가 온 이유를 설명하자 기꺼이 오르간 설명에 나선다. 서양사람들은 이런면에서 참 친절하다. 그런데 이 친구 너무 초보적인 얘기를 한다. 이 건반은 그레이트, 윗 건반은 스웰.....이런 식이다. 그래서 부득이 "여보게, 그 정도는 나도 아네, 내가 한 번 쳐 봐도 되겠나? " 하니 그러라며 전자버튼식 스탑을 다 내린다. 오르간 의자에 앉아 기본 스탑만 쓰고 슈벨트 미사곡을 연주 했다. 이태리에서의 경험(녹음을 한 것을 들어 보니 끊고 연결하는 것이 불 명확했음)을 상기 하여 천천히 쳐 나아갔다. 입으로 작게 노래하며....(암보)
♬ 기쁨이 넘쳐 뛸- 때, 뉘와 함께 나-누-리, (쉬고),
♬ 슬픔이 가득 할- 때, 뉘게 하소 연-하-리 (쉬고)...
연주가 끝나자 이 친구는 "슈벨트 곡이지요?" 하고 응수한다. 자기는 푸가를 쳐 보겠다고 하더니 주제와 응답(나는 모르는 곡임)을 치고 나서 스탑을 더 많이 넣고 또 친다. 나중에 보니 "트레몰러"를 빼고는 다 넣었다. 그래서 "이건 사실상 투티(모든 스탑 다 사용) 인데 트레몰러 스탑을 독일에서는 미사 때 쓰는가?" 하고 내가 화두를 던졌다. 이 친구 대답은 "쓴다" 였다.
6. 트레물러 사용에 대한 토론
내가 다시 "트레물러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므로 한국에서는 사용을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고 했더니, 이 친구는 트레물러가 왜 자극적인가? 하고 의아해 한다. 트레물러 스탑을 넣고 연주해 보면서 "신비스럽지(Mysterius) 않는냐 며 반문한다." 내가 또 물었다. "그러면 미사때 오르간 반주와 독주가 있는데 둘 다 쓰냐"고 물으니 한 발 물러서며 "합창이나 제창 반주에는 안 쓰고 독주에는 쓴다" 고 토를 달았다. 그 예를 물으니 성찬전례 때(오르간 만의 독주) 쓴다고 한다. 그러면서 "메시앙을 아느가" 하고 묻는다. "그 사람, 프랑스 작곡가겸 오르가니스트 아니오?"하니 맞다며 그의 곡을 한 곡 치는데 트레물러를 넣고 친다. 그러면서 또 "신비스럽지요?" 한다.
7. 트레몰러에 대한 동, 서양 느낌 차이
우리는 긴 토론에서 트레물러(또는 비브라토)에 대한 느낌이 서로 다른 것을 느꼈다. 한국사람들은 긴장을 유발하는 자극적인 소리로 듣고, 유럽인들은 Expressive( 감성적)이고 신비스러운 소리로 느끼는 것이라고..... [그래서 바하는 그의 곡에서 트레물러를 쓰도록 악보에 기재한 곡이 있다]. 이 친구와 약 40분간 오르간 음악에 대한 실연 시범과 토의를 하고 오르간실을 나왔다. 통로에는 복사기 2대와 많은 복사지가 쌓여 있다. 누구에게나 "무료" 이다. 부러운 것이 한 둘이 아니다.
밖에 나오니 정문 앞에 한국 식당이 있다 간판이 음대 분위기에도 맞는 "DO RE MI 식당"이다. 분식과 우거지국을 판다고 한글로 써 붙였다. 매우 반가웠다.
서울에 가서 김서방 찾듯이 무턱대고 가서 그래도 오르간 연수 잘~ 하고 온 셈이다.
천주께 감사!
김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