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생활성가? CCM? '현대성가'라고 부르자
'생활'이란 단어에서 초래되는 전례와 유리된 듯한 개념 탈피
- 생활성가 보급 현황과 전례의 생활화 측면을 감안하면 생활성가라는 용어는 '현대성가'라고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진은 지난해 PBC창작생활성가제에서 생활성가 가수들의 축하공연 장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개혁과 더불어 미국에서 통기타로 반주하면서 성가를 부르는 이른바 포크 성가들이 본격화 됐다.
미국 가톨릭교회 음악가 켄 카네도에 의하면 CCM이라 불리기 시작한 음반은 1960년대에 개신교보다 가톨릭에서 먼저 출시됐다. 이런 흐름이 이어져 오늘날 중고등부나 청년 미사에서 밴드로 반주하며 봉헌하는 미사가 전 세계 흐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 가톨릭교회에서도 이런 미국 영향을 받아 1970년대에 통기타로 반주하며 가요처럼 부르는 소위 '생활성가' 혹은 '복음성가'가 시작됐다. 이런 성가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퍼져나가 오늘날에는 꽤 많은 생활성가 가수(혹은 찬양사도)들이 활동하고 있다.
생활성가라는 용어로 불려온 이 성가를 몇 년 전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소속인 성음악분과(현재 성음악소위원회로 격상)에서 「한국 천주교 성음악지침서」를 발간하면서 CCM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했는데, 이로 인해 약간의 혼란이 초래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은 생활성가라는 용어가 굳건히 자리하고 있지만 중고등 학생들을 중심으로 CCM이라는 용어도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약 40년 역사를 갖고 있는 이 새로운 유형의 성가에 대한 용어가 자리매김돼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본다.
'Contemporary'를 어떻게 번역해야 하나
성음악소위원회는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이라는 용어는 'Contemporary Catholic Music'이라고도 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1970년대 이후에 출현한 모든 새로운 형태의 성가들을 아우르는 용어로 이를 채택했다. 그리고 이를 지침서 21항에서 '동(同)시대 교회음악'이라고 번역했다. 그러나 CCM이라는 용어를 가톨릭 공식용어로 사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 번역에는 문제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클래식계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음악을 지칭할 때 'Contemporary Music'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Contemporary의 사전적 정의는 '~과 같은 시대의'이다. 하지만 예를 들어 'Bach and his contemporary composers'라고 하면 '바흐와 그의 동시대 작곡가들'이라고 번역되는데, 여기서 동시대는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를 지칭하는 게 아니다. 이런 이유로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Contemporary를 '동시대'가 아닌 '현대'라는 단어로 번역하고 있다. 그렇기에 CCM은 오히려 '현대 그리스도교 음악'이라고 번역돼야 할 것이다.
생활성가라는 용어도 고려해 볼 점이 있다. 가톨릭교회에서 성가가 더욱 널리 사용되려면 전례 중에 불려야 하는 것은 거의 필수적이다. 생활성가라는 용어는 이것이 등장할 당시 전례 '밖에서' 혹은 전례를 '넘어서서' 생활 속에서 불리기를 바라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주장이 있는데, 어찌됐든 성가가 신자들에게 자리매김되는 데는 전례와 '함께' 혹은 전례 '안에서' 불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래야 주류 교회음악 흐름 속에서 이 성가가 제 자리와 방향을 잡아 나갈 수 있으며 또한 반대로 기존 성가를 새롭게 만드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생활'이라는 단어 떼어내야
이런 점에서 본다면 '생활'이라는 단어는 이 새로운 유형의 성가에 오히려 제약을 가하는 용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례와 생활이 이분화되지 않고 신앙적 삶 안에 일치해 있는 것이라는 공의회 가르침(전례헌장 2항)에 따른다면 굳이 '생활'이라는 단어를 붙여 전례에서 떼어 놓는 듯한 인상을 줄 필요는 없을 것이다. 1970년대에 막 등장한 새 유형의 성가를 자리잡게 하기 위해 의도적이었든 아니든 '생활'이라는 단어를 전략적으로 붙였다면 이제는 이 단어를 과감히 떼어낼 때가 됐다고 본다. 이 새로운 유형의 성가는 젊은이들의 전례 안에서 이미 충분히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점을 고려할 때 제안될 수 있는 용어로 '현대성가'가 있을 것이다. 가톨릭 교회음악 역사에서 성경 구절이 아닌 창작된 시(詩)나 혹은 그것을 가사로 한 노래들을 일반적으로 Hymnus라고 지칭한다. 이것은 오늘날 '찬미가'라고 번역되고 있기에 성가가 아닌 찬미가가 더 정확한 용어라는 주장에 따라 '현대 찬미가'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여겨지기에 우선 이 자리에서는 '현대성가'라는 용어를 제안한다. 이 용어를 통해 한국 가톨릭교회는 개신교에서 건네받은 CCM이라는 용어에서 오는 다소의 불편함과 더불어 생활성가의 '생활'이라는 단어에서 초래되는 전례와 일상생활에 대한 이분법적 개념에서 벗어나서 젠성가, 흑인영가, 떼제성가 등도 함께 아우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평화신문, 2012년 3월 4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서울 마장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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